'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난 날, 슬프고 아픔이 갑절이나 커야 할 텐데, 어찌 잔치를 베풀어 즐길 수 있겠느냐.'
<세종실록> 제28권에 나오는 말입니다.
세종대왕이 임금 자리에 오른 지 6~7년이 되는 1424~5년 사이에 가을에 비가 많이 내리고
이듬해 봄에는 오래 가뭄이 들어 가을철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백송들의 삶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한양'에 있는 벼슬아치들은 왕의 생일이라 하여 잔치를 베풀자고 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착한 일을 좋게 여김은 오래오래 마음에 두고 나쁜 짓을 미워함은 짧게 끝내야 한다."
이 말도 세종이 한 말로 <세종실록>에 실려 있습니다.
사람마다 잘못은 쉽사리 눈에 띄고, 잘한 일은 더디더디 드러납니다.
탈 잡기는 쉽지만 두둔하기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좋고 나쁨을 어떻게 가려볼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있을 것이 없거나, 없을 것이 있을 때' 우리는 나쁘다고 합니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이 없을 때,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가 없을 때도 좋다고 여기는 사람은 배부른 사람이고, 남이야 죽건 말건 제 몫만 챙기려고 드는 사람입니다.
배고플 때 먹을 것이 있고, 일하고 싶을 때 일자리가 있는 게 좋다는 것은 너도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을 때' 좋은 거지요.
'참'과 '거짓'을 가리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있는 것을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을 없다'고 하는 게 '참'말이고,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있는 것을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멀쩡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사람들 머리에 얼핏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정치가', '경제인'들입니다.
부끄럽게도 그 가운데는 '언론인'도 끼어 있습니다.
나쁜 짓을 좋은 일로 꾸미고, 거짓을 참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늘수록 우리네 살림살이는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아이들에게만 거짓말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만 나쁜 짓하지 말라고 타일러 보아야 입만 아플 뿐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한낮에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는데도 어른들은 옷 때깔이 곱네,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네, 입에 발린 거짓말을 일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어린애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린이의 눈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참이 무엇이고 거짓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르치고,
나쁜 짓 하지 말고, 좋은 일만 하게 하려면,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맞을 세상을 좋은 세상으로 바꾸고 싶다면,
눈길을 돌리거나 얼버무려서는 안 됩니다.
내 매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떨쳐 일어서야 합니다.
-윤구병, <개똥이네집>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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