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도시 어머니 가운데 들에서 밀, 보리, 벼가 어떻게 자라고, 언제 익어가는지 모르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머지않아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 절반쯤, 아니,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산과 들, 바다를 일터로 삼을 날이 올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의 식량 사정은 해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남아도는 곡식을 내다 팔던 나라 가운데 이제 밖에서 사 들여와야 살 나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나라들이 아닙니다. 중국, 인도, 러시아 같이 큰 나라들입니다.
머지않아 우리같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은 나라는 밖에서 옥수수나 밀가루를 들여올 엄두도 못 낼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머리 굴리는 교육만 받고 있습니다.
머리만 잘 굴리면 먹을 것이 입에 절로 들어오는 줄 알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손에 흙 한번 안 묻히고 살아올 수 있었으니, 우리 아이들도 그러리라고, 그럴 수 있으리라고 믿겠지요.

그러나 우리 나라 식량 자급률은 20퍼센트 남짓입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던 분들은 거의가 칠팔십 난 노인인 데다 돌아가실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100퍼센트 식량 자급하겠다고 높은 산까지 파헤쳐 다랑이 밭으로 만들었다가
해마다 장마철이면 물난리가 나서 굶주리고 있는 북녘 동포의 딱한 사정은 '먼 산의 불'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길러서는 안 됩니다.
하루빨리 산과 들과 바닷가로 쫓아 보내야 합니다.
열심히 몸 놀리고 손발 놀리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지런한 일꾼으로 길러야 합니다.

보리 식구들은 한 해에 한 차례 변산공동체로 모 심으러 갑니다.
딱 하루인데도 몹시 힘들어하는 식구가 더러 있습니다.
어려서 몸 쓰고, 손발 쓰는 일을 익히지 못해서입니다.
씨 뿌리고, 김매고, 낟알을 거두려면 새우등처럼 허리를 구부릴 수 있어야 하는데,
딱딱한 걸상에 하루 내내 등붙이고 살다 보니,
어려서부터 허리가 굳어버린 사람들에게 농사일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이제까지는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곡식이 남아도는 미국에 손 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 식량 사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옥수수기름으로 차를 굴려야 할 만큼 에너지 사정이 좋지 않을 뿐더러
인도나 중국 같은 '큰손'이 해마다 더 많은 밀가루와 옥수수를 달라고 더 많은 '웃돈'을 내밀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이자 주석인 시진핑은 문화혁명 때 시골로 쫓겨 가서 일곱 해나 농사를 익혔던 사람입니다.
지금 예순 살이 넘는 중국 공산당 간부 가운데 거의 모두가 어릴 때 강제로라도 땀 흘려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머리만 굴려서는 지도자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학교 문을 죄다 닫는 일이 있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살길을 열어 줍시다.

-윤구병, <개똥이네집> 2013년 1월호에서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3-03-25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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