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양파 배달

-변산공동체학교 고등부 한수연

 

 

제주도에 있는 강정마을에 갈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고등부는 방학 동안 양파 배달을 했다.

첫날, 처음하는 양파 배달이라 많이 서툴러서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
어깨에 촥 ~ 촥 감기는 것이 몇 년은 한 것처럼 어깨에 들쳐 맸다.
거기다 참도 탕수육, 과자, 맥주 등 엄청난 것들이라서
공동체에서 밭 매는 것 보다 훨
~씬 신나고 재미나게 했다.

일주일 내내 이렇게 일하겠지생각하며 잠을 잤는데 다음 날 문제가 생겼다.
양쪽 어깨에 시퍼런 멍이 들어버린 거다.
나름 어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요령 없이 턱턱 올리니 어깨에 무리가 갔나 보다.
가만히 있을 땐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양파를 매자마자 어깨를 꽉 눌러 너무 아팠다.
거기다 햇빛까지 내리쬐 버리니 전날에 있던 의욕은 사라지고 축축 쳐졌다.
그렇게 양파 배달을 하다가 언제 한 번은 하루에 12차 반을 옮긴 적이 있는데 오후쯤 되니까 다들 퀭해졌다.
흙먼지 때문에 며칠 안 씻은 사람처럼 땟국이 질질 흐르고 옷은 더럽고 몸에선 냄새나고.

이날 일할 때 엄마, 아빠가 힘들게 돈 벌어서 너희한테 주는 거란 희정 아저씨말이 처음으로 와닿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 들으면 그렇구나 하기만 했지 별 생각 없었는데 말이다.
솔직히 겨울방학 때 알바를 했을 때도 처음에만 아껴 쓰자고 하지, 버는 족족 써버렸다.
내가 벌었으니 내 마음대로 써도 되지, 즐겁게 썼으니 그거면 된 거야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이번 경험으로 이때까지 물 쓰듯 돈을 썼던 것처럼 막 쓰지는 않을 것 같다.
양파 배달이 끝난 지금 강정마을 갈 돈을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우리가 직접 벌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하고,
19
년 만에 돈이라는 건 헤프게 쓰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쓰고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값진 경험을 한 것 같아서 너
~무 좋다.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2-07-10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 호기심소녀

    2013-05-08 05:08

    꼭 필요한 곳에 쓰고 아껴쓰겠다니.... 마흔이 넘은 아줌마도 깨닫지 못한 것을 스물도 안된 젊은이가 느꼈다니... 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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