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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은 1937년 일본 도쿄 혼마치 빈민가 뒷골목에서 태어나셔서 2007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권 선생님은 어린 시절 두 번의 전쟁을 겪었다고 하십니다. 1944년부터 1945년까지 미군 폭격기의 공습이 계속되고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여덟 살 아홉 살 어린 날을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십대 중반에 6.25 전쟁을 겪으셨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고 병들고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되거나 이웃끼리 등을 돌리고 외면하고 지내던 현실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식민지와 분단과 전쟁과 굶주림을 겪으면서 깊은 병이 들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객지를 떠돌았습니다. 그런 속에서 과연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늘 품고 계셨습니다. 소설 <몽실언니>에는 선생님의 이런 경험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은 억눌린 사람을 해방시키고,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자기 몫을 찾아주고, 정의가 살아나고,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꿈꾸셨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평화주의자이셨습니다.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에는 종교에 대해 걱정하는 글이 많습니다. 선생님은 이 책에서 "교회는 성공했는데 왜 나라는 만신창이인채 버림받고 있는가? 왜 살인강도는 늘어나고 집 없는 사람이 늘어나고 감옥이 늘어나고 있는가? 왜 인권은 유린당하고 모두가 이웃끼리 믿지 못하는가?"하고 물으십니다.

석유램프 불을 켜놓고 차가운 마룻바닥에 꿇어앉아 조용히 기도하던 농촌 교회의 모습을 떠올리며, 새벽기도가 끝나 모두 돌아가고 나면 마룻바닥에 눈물자국이 얼룩져 있고 그 눈물을 얼어 있었지만 그때 교회는 따뜻한 정이 있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진심 어린 기도가 있고, 진정으로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의 교회, 사랑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선생님은 다섯 평짜리 흙집에 사시는 동안 "혼자 주무시기에 무섭지 않느냐?"고 어린이들이 물으면 오른쪽에는 하느님 왼쪽에는 예수님이 주무시기 때문에 무섭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강아지똥>을 통해 "하느님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들도 침을 뱉고 가고 흙덩이조차도 외면하는 강아지똥도 고운 민들레꽃을 피운다고 말씀하십니다.

선생님은 돌아가시면서 당신이 지니고 있던 돈과 앞으로도 계속 생기게 될 책을 통한 수입 전부를 굶주리는 북녘 어린이들과 다른 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이 땅의 문인들, 어린이 문학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분이십니다. 문학정신이 살아 있고, 말과 삶과 글이 하나이셨던 분, 가장 외롭고 가장 많이 아프고 가장 가난하게 사셨던 분, 아무 지위도 없는 분이셨으나 참된 스승이셨습니다.

보리

보리 2010-06-01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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