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어린이 그림책, 그 가운데서도 세밀화와 도감으로 많이 알려진 출판사입니다.
하지만 청소년 도서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서도 열심히 펴내고 있어요.
사실 청소년 전문 출판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출판사가 거의 없죠?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청소년들이 학업으로 너무나 바쁘고 힘들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청소년 도서와 어른 도서로 분류하지 않아도 될만큼 청소년들은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기니까요.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터질 것 같은 생명력'을 가진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보리책을 소개합니다.
1. 열하일기- 청소년들아 연암을 만나자
제목만 보고 벌써 골치 아파하실 분도 계시겠죠.
청소년 도서들은 역시 이렇게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책들 뿐인가? 하고 말이예요.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쓴 '여행기'예요.
여행은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주고 더 큰 꿈과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해주잖아요. 그래서 요샌 청소년들이 해외 연수등 체험도 많이 하고 있고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시대가 변함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까닭은 잘 쓰여진 좋은 여행기이기 때문일거예요. 청소년들이 좋은 여행기를 읽고 '나도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나도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요?
2. 엄마가 한국으로 떠났어요
조선족 아이들과 어른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예요.
식당, 공장, 건설 현장등 우리 사회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조선족 동포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살고 있는지를 아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아는 일이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일일거예요. 꼭 이런 무거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이 책은 조선족 아이들과 부모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쓴 글이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고, 읽다보면 가족이 보이고, 아이들이 보이고, 우리 둘레 이웃들이 보이는 책입니다.
3.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윤구병 선생님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예요.
세상에 꼭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청소년들도 모두 똑같은 어른이 될 수는 없는데,
우리 교육 현실은 청소년들을 너무 똑같은 기준으로만 바라보잖아요.
청소년들이 각자의 삶에서 어떤 세상을 배워나가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책으로
보리 청소년 도서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책입니다.
4. 소설대장정 1~5
사회주의 중국을 낳은 뿌리이자 인류 역사에서 가장 믿기 힘든 여정, 대장정을 치밀한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엮은 소설 대장정이예요. 번역서를 거의 출간하지 않는 보리출판사에서 번역서를 낼 때는 이 책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거든요. 그만큼 대장정은 보리에서 소중히 여기는 책입니다.
저희 보리 살림꾼 가운데 중학생 아들이 있는 분의 증언에 따르면 '삼국지보다 더 재미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
5.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보리출판사는 교육 출판사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갖고 있어요.
그리고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또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그래서 보리는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에서 아이들이 쓴 글을 묶어서 책으로 펴내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써주는 글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쓴 글이야말로 가장 꾸밈없는 글이고 또 자기와 같은 또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쓴 글이야말로 가장 감동이 있는 글이니까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은 제목에서처럼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예요.
6. 버림받은 성적표
<버림받은 성적표>는 고등학생들이 쓴 시를 모은 책입니다. 백일장에서 뽑히기 위해 와닿지도 않은 은유법, 비유법등으로 짜맞춘 글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삶을 그대로 시로 썼기 때문에 읽다보면 웃음도 나고 또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먹먹해 지기도 해요. 이런 글을 본 청소년들은 '이런 글이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거예요. ^^
7. 선조, 나는 이렇게 본다
보리에서 펴내는 한국사 시리즈 첫 번째 책이예요.
보리에서 왜 한국사를 펴내려고 하는 걸까요?
보리출판사 이름이 '보리'인것과 관계가 있어요. 가난한 이들의 양식이 되었던 것은 쌀이 아니라 보리잖아요. 힘없는 사람들에게 양식이 되는 보리와 같은 책을 펴내는 출판사가 되려는 마음이 담긴 이름이예요.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들 또한 힘없는 사람들이예요. 역사를 바르게 알고 그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알고 그래서 현실에서 비판할 수 있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 사람들이 힘없는 사람들이예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읽어야 할 책이고요.
8. 무엇을 어떻게 쓸까?
이오덕 선생님께서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길잡이 책입니다.
남들 흉내 내지 않고 상이나 좋은 점수 받으려고 애쓰지 않고, 제 마음, 제 정신, 제 말, 제 삶을 정직하게 쓰는 글쓰기를 배울 수 있어요.
9. 날고 싶지만
고등학생들의 글을 모은 책이예요.
도시 학생, 지방 학생, 실업 학교 학생, 인문계 학생 글을 골고루 실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자기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또래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이예요. 자신과 비슷한 다른 이의 솔직한 글을 보며 공감을 하는 것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던 것들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하고 상처를 안아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10. 동명왕의 노래
보리에서 펴낸 <겨레고전문학선집> 가운데 인기 있는 책이예요.
고전이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고 재미없을 것 같고 대략 줄거리는 교과서등에서 배워서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잘 안읽게 되지만 막상 읽으면 술술 읽히는 재미난 책이예요.
외국에선 어릴 때부터 인문 고전을 계속해서 접하게 하잖아요. 고전은 스스로의 뿌리를 자연스레 이해하게 하고 인문의 깊이를 갖추게 하는 힘이 있어서일거예요.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아마 빠져들겁니다. ^^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예요.
특히 청소년 도서는 그렇네요.
제가 살고 있는 마을 입구에 중학교가 있는데 점심 시간에 아기와 함께 학교 운동장에 놀러갔다가 축구를 하던 아이가 찬 공에 뒤통수를 맞았지 뭐예요. 아기가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부랴부랴 운동장을 빠져나오는데 공을 찬 아이가 막 달려와서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를 몇 번이나 하면서 정말 미안한 얼굴로 절 보더라고요.
괜찮다고 해도 학교 입구까지 따라오면서 정말 죄송하다고 인사하는 아이 얼굴이 얼마나 착하고 순하고 티없이 맑던지.
뉴스등에서 말하는 청소년들은 문제 투성인데 이렇게 직접 만나는 아이들은 얼마나 생명력이 넘치는지. 그 생명력이 저의 가슴을 뛰게 하는지 몰라요.
이 예쁜 청소년들이 많은 책을 보느라 시달리기보다 한 권을 보더라도 정말 좋은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가꿔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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