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이상한 책이 하나 나왔다.

 

만화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그림책이 나오고 그림을 따라갔더니

동물들의 생활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나온 정보가 한가득이다.

숲속은 술렁거렸다. 어떤 동물들은 “이건 사생활 침해야!” 하고 열을 올렸고,

어떤 동물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신나는 일이야.” 하고 기뻐했다.

동물들이 사는 동네가 들썩들썩한 사건이다. 이 책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멧돼지 할아버지가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취재를 나갔다가 급하게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킁킁이가 간다!》 2권 작업으로 바쁜 작가들을 대신해서 편집자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참 난리네요 난리.

동물들이 반응해 주는 것이 고맙죠. 사람들한테는 아직 많이 안 알려져서 그런지 아주아주 조용합니다. 속상할 정도로요. 사람들이 원래 야생동물들한테 관심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싶은데. 동물들이 칭찬이든 비판이든 반응을 해 주는 게 너무 고마운 일이에요.

 

 책 만드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2010년 3월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2011년 5월에야 나왔으니까 일 년쯤 걸린 거죠. 윤보원 화가가 엄청 고생했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을 그렸거든요. 아이를 가진 여성 화가의 어려움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어요. 작업하면서 마감 일정에 쫓길 때 아이 때문에 그림을 못 그렸다고 하면 제가 달려가서 아이를 봐주고 화가는 그림 그리게 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요. 물론 실제로 그런 적은 없고요.^^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화가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더라고요.

 

 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그림이었군요. 어쩐지 그림에서 왠지 모를 따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굴속에서 엄마 불곰이 새끼 곰들 젖먹이는 장면들이 참 좋았어요.

동물 그림이 참 좋아요. 제가 편집하고 담당한 작가여서 하는 소리는 아니고요.^^워낙 성실하게 자료를 찾고 드로잉도 수없이 많이 해서 그림을 완성하기 때문에 먼저 동물들의 생태 특징들을 잘 잡아내고요. 무엇보다 동물들을 사랑스럽게 그리는 능력이 있는 거 같아요. 그건 전적으로 화가가 동물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저절로 드러난 거라고 생각해요.

 

 책 형식이 좀 독특해요. 얼핏 보면 만화책인데 읽으면 그림책이고, 정보 책 같기도 하고?

어느 자리에서 다른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여줬더니 이걸 한 사람이 다 그린 거냐고 놀라더라고요. 그림체가 다양해서 여러 사람이 공동 작업한 걸로 오해도 하더라고요. 책 형식은 이야기와 정보들을 어떻게 결합해야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됐고요. 분류하자면 논픽션 책이에요. 굳이 이름을 짓자면 동물생태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야생동물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풍성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 시도한 형식이에요. 실제로 아이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정체불명의 동물 책이라고 외면만 안 했으면 좋겠는데.....후~

 

 

암튼 동물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사는 집이나 생활을 잘 보여주다 보니까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도 있고요. 반대로 아이들에게 야생동물의 모습을 잘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물들도 있었어요.

저는 《킁킁이가 간다!》를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기’를 고민하는 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야생동물을 보호하자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책은 야생동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이해하면서 그 동물을 한 번쯤이라도 생각했으면 하고 바라는 거예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야생동물을 친구로 생각하게 되면 더 이상 세상에서 동물들이 쫓겨나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야생동물들의 생활을 잘 담으려고 작가, 화가, 편집자가 하나가 되어 많이 노력했어요. 동물들의 뜨거운 반응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모두 3권으로 기획된 걸로 압니다. 앞으로 나올 책 계획 좀 말씀해주시죠.

1권은 아무거나 잘 먹는 동물(너구리, 오소리, 반달가슴곰, 불곰, 멧돼지)로 5월에 출간됐고요. 2권은 고기를 좋아하는 동물 (삵, 호랑이, 족제비, 수달, 여우, 늑대)로 작업 중이고 9월 중순쯤에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3권은 벌레와 풀을 먹는 짐승 (두더지, 땃쥐, 고슴도치, 다람쥐, 쥐, 멧토끼, 고라니)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갈 길이 머네요. 작업 마무리 잘 해주시고요.

 《킁킁이가 간다!》 동물 목록에 못 들어가서 섭섭한 동물이 꽤 있을 거 같습니다.^^

동물 동네 말고 사람 동네에서도 '꼭' 인기 있기를 빕니다.

 

 

                                                                                 

                                                                               작성자: 헤엄 잘 치는 수달 기자

 

 

 

 

<킁킁이가 간다> 1권  풀밭에 누워

 * <킁킁이가 간다!>는 우리 나라 남녘과 북녘에 사는 야생동물을 만나는 동물생태그림책입니다.

     1권 아무거나 잘 먹는 동물 (잡식동물)/ 윤보원 그림, 최현명 글

 

 

 

 

<덧붙이기>

혹시나, 야생동물신문을 검색하실까 봐 미리 고백합니다. 이 인터뷰는 가상 인터뷰입니다.

책은 나왔는데 아무 데서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편집자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꿈일 수도 있고, 어떤 신문에서 인터뷰하는 꿈일 수도 있지요.

책은 ‘짠’ 하고 나왔는데 너무도 고요한(?) 반응에 이런 인터뷰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속았다고 속상해하지 마세요. 인터뷰 형식은 가짜지만 내용은 진짜입니다.^^

 

 

 

 

 

편집 살림꾼 프린스

편집 살림꾼 프린스 2011-06-29

책을 만들며 밥벌이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복’이고 ‘빚’이다. 책한테 빚을 많이 졌다. 좋은 책 만들어서 얼른 빚 청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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