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큰 지진이 일어난 뒤로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분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졌대요.
쌈짓돈을 털어서라도 돕고 싶어 하는 분들이 우리 나라에서도 줄을 잇고 있다는군요. 고맙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돈만으로는 안 되고, 또 돈 없는 사람들도 도울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런 제안을 해 봅니다.
알다시피 역사를 살피면 우리와 일본은 썩 좋은 관계가 아니었지요. 삼국시대부터 '왜구'들이 배를 타고 와서 일껏 농사지어 놓은 곡식을 털어간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일본이 우리 나라를 삼키려고 든 적도 크게 보아 두 차례나 있었으니까요. '왜구'들이 뻔질나게 바닷가 마을들을 털어간 것이야, 도둑질은 도둑질이라도 먹을 게 없던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왔던 것이라고 너그럽게 보아 넘긴다 쳐도, '임진왜란'과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죄는 짚고 넘어가야겠지요. 입에 풀칠하기 힘든 사람들이 저지른 짓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가난한 농어촌에서 애써 몸 놀려 일하던 죄 없는 사람들이 삶터를 잃고 오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된 것에 대해서는 달리 손 쓸 필요가 있다고 보아요. 지도를 보면 일본 열도가 한반도 울타리 노릇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태풍도, 지진도 막아 주는 든든한 울타리지요. 이 울타리가 없었으면 태풍도, 지진도 우리가 감당할 몫이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본에서 살길을 잃은, 한평생 고기잡이나 농사일만 하던 농어촌 분들한테 손길을 내밀어 함께 살면서, 우리 농촌도 살리고, 어촌도 살리는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게 먼저겠지요. 그러나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것 같아요. 문을 활짝 열고 어려운 이웃을 반갑게 맞아들이기는커녕, 이주 노동자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다시피, 등 떠밀어 내는 짓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요.
일본은 지리상으로 우리와 가까운 이웃이지요. 우리가 문에 빗장을 걸지 않으면 쪽배를 타고라도 건너올 분들이 있으리라고 봐요. 남해안이나 서해안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이분들한테 손길을 내밀면 어떨까요? (옛 역사를 보면 그런 적이 있었다고 해요.)
변산공동체도 살림이 크게 넉넉지 않아서 많은 분들을 선뜻 모셔 들이기 힘들지만,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부탁하면 몇 가구에는 손을 내밀 수 있다고 보아요. 그러잖아도 비어 가는 농어촌 형편이 큰 걱정인데, 서로 돕고 살면 얼마나 좋아요?
일본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안타깝고, 돈으로는 도울 형편이 못 되지만 반갑게 맞이할 마음이 있는 분들이 이 땅에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그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 이런 글을 씁니다.
-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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