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만화’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명랑 만화로 불리는 어린이 만화가 큰 인기였는데, 어느 순간 우리 나라의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만화는 사라지고 일본 ‘망가’와 학습 만화가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순수 어린이 창작 만화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만화가들과 출판사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안타까운 마음만 품고 있기에는 아이들한테는 참 미안한 일이라서 보리출판사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고, 좋은 감성을 길러 주는 어린이 만화책을 펴내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에 만화가 이희재의 《아이코 악동이》를 시작으로 어린이 만화를 펴낸 지 10년째가 되는 올해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순수 창작 어린이 만화 5권을 한꺼번에 출간하게 되었어요.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만화를 총괄 지원하고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어린이만화활성화지원사업’을 통해 어린이 만화 작가 5명을 만나게 된 덕분입니다.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미운 아기 오리 뿡쉬>로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한나빵 작가, 두 번째 어린이 만화책을 펴내는 송성진 작가, 처음으로 창작 어린이 만화를 그리게 된 윤남선 작가, 어른 만화를 그리던 김한조 작가, 어린이 만화와 어른 만화 가릴 것 없이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 오던 신명환 작가, 이렇게 개성 강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일 년 가까운 시간에 걸쳐 저마다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포포, 코로코, 김깡깡, 낭낭, 모기라, 토토를 비롯한 여러 만화 주인공들은 우리 어린이들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며 펄펄 살아 움직입니다. 이 만화 속 주인공들을 만나는 우리 아이들은 낄낄거리고 까르륵 숨넘어가게 웃으며 방 안에서 뒹굴거릴 거예요.
이 모습이 한심하고 답답하다고 여기지 말아 주세요. 이렇게 걱정 근심을 다 잊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될 테니까요. 이 만화를 부모님들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어릴 적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일 년 동안 공들여 작업했던 만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송성진 작가가 《포포와 코로코》를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텔레비전에서 입양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였습니다. 백인들만 사는 동네에 유일한 동양인으로 자란 한국계 입양인이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는 이야기였죠. 자기가 누구인지 찾으려는 그 사람의 노력과 용기가 텔레비전 너머로 전해져 왔고, 이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배경을 우주로 확장시켜 우주 미아가 된 ‘포포’ 캐릭터가 생겨나게 된 것이죠.
포포는 양부모의 착한 아들이고, 혹성 ‘큐’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좋은 친구지만,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르다는 점을 깨닫고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 혹성 ‘큐’라는 울타리에서 내쳐질 것 같은 불안함 때문에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지도 못하지요. 하지만 포포는 이내 용기를 가지고 자신을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송성진 작가는 《포포와 코로코》를 읽는 어린이들이 포포가 그러했듯,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자기만의 아름다운 우주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답니다.
때때로 아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나요?
아기는 학교도 안 가도 되고, 학원도 안 가도 되고, 그냥 누워만 있으면 엄마 아빠가 뭐든 다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땐 울기만 하면 되는 아기가 참으로 편해 보이지요. 그래서 《김깡깡이 나타났다!》를 그린 김한조 작가는 평소에도 아기가 되는 상상을 종종 했다고 합니다.
김한조 작가는 7년 전에 처음으로 삼촌이 되었습니다. 아기가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한동안 조카 생각만 하고 살았다고 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분유도 먹이고 안아 주고 놀아 주고 재우다 보니 아기인 조카를 만화 주인공으로 그리고 싶어졌다고 해요. 그런데 그 귀여운 모습을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아기 조카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그리고 말겠다고 다짐만 하고 시간이 흘러 버렸지요.
지금은 어느새 두 조카의 삼촌, 한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귀여운 아기 조카들은 이제 초등학생, 유치원생 어린이로 자라나서 만화책도 술술 읽을 수 있게 되었지요. 《김깡깡이 나타났다!》는 아기 조카를 주인공으로 ‘아기가 되면 참 편하겠다’는 상상을 만화로 풀어낸 책입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9급 저승사자 낭낭》을 그린 윤남선 작가는 몇 해 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다 도로 한가운데 죽어 있는 개를 보았다고 해요. 그 옆에는 그 개의 어미나 형제로 보이는 다른 개가 울부짖으며 불안한 모습으로 서 있었대요. 비교적 한적한 도로였지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 개를 다른 데로 쫓아 봤지만, 조금 있다가 다시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개 곁으로 다가가더랍니다.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가 버리면, 그 개마저 끔찍한 일을 당할까 싶어 죽은 개를 도로 옆 수풀 속에 옮겨 주었습니다. 그제야 다른 개도 도로를 벗어나 수풀로 갔지요. 윤남선 작가는 이때 일을 계기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하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9급 저승사자 낭낭》을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윤남선 작가는 동물들이 우리랑 똑같이 태어나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부속품처럼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이 만화에는 모든 생명이 오롯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가득 담겨 있지요.
《9급 저승사자 낭낭》은 우리 둘레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윤남선 작가의 바람처럼 이 만화를 읽고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많아져서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바랍니다.
《드라큘라 모기라》를 그린 신명환 작가가 처음으로 만화를 본 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이었대요. 글자를 잘 못 읽는데도, 신문에 실린 네 칸 만화를 일부러 찾아보곤 했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교과서보다 만화책 읽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고요. 그때 봤던 만화들이 신명환 작가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었대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 어린이들이 볼 만화들을 찾아보니 거의 다 학습 만화뿐이고, 신나게 볼 만한 만화는 없어서 어릴 적 보던 명랑 만화 같은 어린이 만화를 그려 보자고 마음먹었지요. 그렇게 해서 나온 만화가 《드라큘라 모기라》입니다.
이 만화에 나올 주인공들을 고민하다가 눈사람을 떠올렸다고 해요. 그리고 그 눈사람이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더해 갑니다. 어쩌면 눈사람이 눈 똥이 바로 아이스크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잘 보면, 똥하고 아이스크림 생김새가 많이 닮았으니까요.
그런데 눈사람은 햇빛에 오래 있으면 녹아 버리지요. 이런 눈사람한테 비슷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대요. 햇빛을 싫어하는 드라큘라 모기라, 곤충을 사랑하는 하충충, 늘 코딱지를 파고 있는 고닥지, 잠이 많은 잠뽀……. 《드라큘라 모기라》에 나오는 친구들입니다. 캐릭터만으로도 별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요. 그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 보세요.
《아얏아얏욧욧》을 그린 한나빵 작가는 어릴 적 친구를 사귀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고 해요. ‘내가 재미가 없어서 친구들이 나를 안 좋아하는구나’ 하고 멋대로 생각하고는 친구들과 말을 안 하기 시작했대요. 속으로는 마음을 툭 터놓을 수 있는 친구 딱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지만,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내지는 못했지요.
다행스럽게도 먼저 다가오는 친구들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친구와 가깝게 지내다가도 꼭 서로 상처 주는 말들을 주고받는 일이 생기곤 했어요. 꼭 《아얏아얏욧욧》에 나오는 주인공 토토처럼 가시 돋힌 말을 퍼부어서 친구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지요. 친구들이 다 떠날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마음을 닫으려고 하는 그때, 한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얏아얏욧욧 아얏아얏욧욧 그래도 괜찮아. 나는 널 좋아해.’
그 친구는 모든 걸 이해하고 용서해 주었지요. 그 뒤로는 한나빵 작가도 친구 마음을 잘 이해하고,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랫동안 함께한 소중한 친구들이 많답니다.
친구와 함께 지내면서 가끔 힘들거나 속상하고 눈물 날 때, 《아얏아얏욧욧》이 큰 위로와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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