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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널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두루 널리 차지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두루 널리 퍼뜨리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두루 널리 심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두루 널리 빛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두루 널리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두루 널리 다독거리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


탐험가, 정복자, 선교사, 식민주의자, 연예인, 전쟁광, 예수, 부처, 마호메트......
이런 이름들이 두루 널리 알려지고, 이런 사람들을 뒤따르고자 하는 이이들이 두루 널리 힘을 얻었다.
두루 널리 이름을 얻고 싶은 사람은 수학자, 공학자, 기술자, 발명가, 사상가, 학자, 정치가, ...... 쪽으로 줄을 서기도 했다.
그러나 가만히 보니 '두루널리'는 사람들끼리 저만 잘 살자고 벌이는 '짬짜미'였다.

그 꼴을 보다 못해 꼬챙이처럼 날이 선 제주도 호미가 나섰다. "여긴 달라."
날이 손바닥처럼 넓은 전라도 호미도 덩달아 나섰다. "여긴 달라."

그러자 구석구석 숨죽이고 있던 것들이 너도나도 나섰다. "여긴 달라." "여긴 달라."

그 가운데는 온갖 '사투리'들도 있었고, 노래와 춤도 있었고,
저마다 다른 솜씨로 빚어진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살림살이도 있었다.

"여긴 달라." 꾸역꾸역 사람들이 삶터를 넓힌답시고 떼지어 덤비는 통에
오랫동안 지켜온 삶터를 잃고 외진 골짜기로 몰려난 가재가 말했다.  "여긴 달라."
아스팔트 위를 떠돌다 겨우겨우 흙에 내려앉은 민들레 홀씨가 소곤거렸다. "여긴 달라."
'비무장지대'로 찾아든 갖은 풀씨와 물고기들과 새와 짐승들도 기뻐서 소리를 높였다.

깜짝 놀란 '두루널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여긴달라'들을 짓밟기 시작했다.
도시의 이름으로 마을을 없애고, 마을 이름마저 '길'로 바꾸는 바람에 온 나라 사람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다.


'두루널리'는 힘센 나라 글들을 들여와 '표준말'로 삼고
제 나라말은 업신여겨 '사투리'로 못 박아 '국어사전'에서마저 몰아냈다.

'두루널리'가 '과학기술문명'을 앞장세워 '십진법' '미터법' '더블유티오(WTO)' '에프티에이(FTA) '에이즈(AIDS)' ...... 들을
온 세상 구석구석 퍼뜨리는 서슬에 '여긴 달라'는 발붙일 곳이 없었다.

그러나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라고 속삭이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네 모습도 다르고 내 모습도 다르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너도 알아보고 나도 알아보는 거잖아.
 여긴 이렇게 다르고 저긴 저렇게 다르잖아.'
이런 속삭임이 민들레 홀씨를 타고 널리널리 퍼졌다.

그러자 '두루널리'는 '식민지 학자'들을 시켜
제 이름은 '보편성'으로 '창씨개명'하고 '여긴달라'는 '특수성'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4년 8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4-09-25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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