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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씀 고분고분 잘 들어야 해."
이렇게 타이른 적은 없는가.
"어이구, 내 새끼. 이번에도 백 점 맞았다고?"
모든 문제에 하나뿐인 '정답'을 맞춘 아이가 자랑스럽게 여겨진 적은 없는가.

이런 교육을 받아온 우리 아이들이 배 안에 갇혀 떼죽음을 맞았다.
나도 그런 교육 아닌 '교육'을 받아 왔고, 시켜 왔다.
그렇게 해서 우리 안에 있는 고분고분한 아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죽어 갔다.
스스로 제 목숨 지킬 힘을 길러 주어야 했을, 밖에 있는 많은 아이들의 손발을 묶어 놓는 일을 거들었다.
밤늦도록 아이들을 딱딱한 걸상에 붙들어 앉히고
'정답'을 담고 있는 '교과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타율학습'을 '자율학습'이라고 야바위쳐도 꿀 먹은 벙어리였다.
나도 대통령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누구를 탓하랴.
먼저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면서 빌어야 한다.
"모두 제 탓이에요. 용서하세요."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보듬고 함께 울지요.
 생떼 같은 자식 아직도 깊은 물속 방에 갇혀 둥둥 떠돌다 제풀에 가라앉는데,
 미 아비 가슴 가슴이 그 아이들 무덤인데, 그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요.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이 목을 막아 고개 돌리고 흐르는 눈물 훔치기도 미안한데
 그냥 부둥켜안고 속절없이 울 수밖에요.'
술 퍼먹고 이런 말 끼적여 보았댔자 그 아이들 되살아나지 않는다.

탓을 돌리려면 제대로 돌려야 한다.
몇 분, 몇 초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판에
'세월호 선객 전원 구조' '단원고 학생들 모두 무사'라는 거짓된 정보를 내보내
구조의 손길을 멈추게 한 '정보기관'이 '일급 살인자'다.
먼저 이 '정보기관'이 어떤 정보기관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거짓 정보를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 퍼뜨린 '언론'이 '이급 살인자'다.
배가 갈앉고 있는데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선실 안에 머물러 있으세요' 하는 방송을 거듭 내보낸 '그놈' 또는 '그년' 목소리는 '삼급 살인자'다.

'대통령'이 제대로 대통령 노릇을 하려면 그 입에서
"내 탓이오. 그리고 대통령인 나마저 속이려 든 내 밑에 있는 사람들 탓이오"라는 말이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이런 바른말을 드러내 놓고 하는 사람마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 살릴 길이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이 있다.
누가 '윗물'인가.
'세월호' 선장이, '청해진 해운'이, '관피아'가, '해경'이, '해수부'가 윗물인가. 아니다.
내가 시키는 대로 따르라고,
'정답'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고, 그 '정답'은 하나뿐이라고,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람들이 '일급 살인자'라고 서슬퍼렇게 외치는 사람이
바로 '윗물' 가운데 '윗물'이고, 이 모든 빌미를 마련한 사람이다.
'그'가 누구인지 여러분도 알고 나도 안다.
그 사람을 그 자리에 모신 사람은?

여러분이고 나다.
따라서 내 탓이고 우리 탓이다.
나는, 우리는 탓 돌릴 길이 없다.
그래서 운다.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4년 6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4-09-24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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