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보리가 만드는 어른들을 위한 잡지 <개똥이네 집>에서는 어린이 문학과 어린이책, 교육, 만화, 연극,
영화, 놀이, 노래, 평화 건강 같은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어린이 문화 활동가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 달 개똥이네가 만난 어린이 문화를 가꾸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서 숲해설가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숲해설을 하며 아이들을 만나 온 이광호 선생님입니다.

 

104호-어린이문화를가꾸는사람들-이광호

 

어린이 문화를 가꾸는 사람들

숲은 공부가 아니에요,
놀 만큼 노는 거지요

-황윤옥이 만난 '이광호(방정환 한울학교)'

 

 

황윤옥 :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뵙는데, 정말 어린이들과 금방 친해질 것 같은 인상이시네요, 별명이 ‘쥐똥나무’이지요? 직접 지은 건가요?  
이광호 : 제가 쥐똥나무를 좋아해요. 쥐똥나무는 향기가 좋고 가시가 없어요. 중간키나무인데 주로 울타리로 쓰이지요. 제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겠다, 그러나 향기는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별명으로 쓰고 있어요.

 

황윤옥 : 그렇군요, 선생님께 어울리는 별명 같아요. 우리 나라에서 ‘숲해설가’라는 활동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숲해설을 하셨어요. 먼저 숲해설가는 어떤 활동을 하는 일인지 말씀해 주세요.
이광호 : 이제는 우리 나라에도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분들이 2만 명을 넘었어요. 숲해설가는 186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 시작될 때는 생태계를 해치는 밀렵꾼 같은 사람들을 감시하는 보안관 개념이었어요. ‘레인저’라고 불렀는데, 총기도 갖고 있었지요. 이런 활동이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안내자 개념으로 변했어요.
우리 나라에는 아이엠에프(IMF) 시기에 일자리를 만들려는 의도로 숲해설가가 등장했어요. 산림청이 국립수목원이나 국립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가를 운영하려고 1998년 5월 국민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자연환경 안내자 과정’을 열었어요. 저도 그 과정을 마치고 공공근로 숲가꾸기를 시작했지요. 저는 그때 부천 원미동에 살았는데, 새벽 6시 30분차를 타면 아침 10시에 곤지암 둘레에 있는 ‘서울대 연습림’에 도착해요. 그래도 참 재미있게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가 1999년 봄에 일곱 명이 처음으로 국립수목원에서 숲해설을 시작했으니, 우리 나라 숲해설가 초기인 셈이지요.

 

황윤옥 : 숲 활동 무엇에 끌리셨던 건가요? 
이광호 : 제가 어렸을 때 꿈이 선생님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숲해설이 재미있고, 또 제가 잘하더라고요, 하하! 국립수목원에서 3년 정도 활동했는데, 제 안에 숨어 있던 자연 친화 심성을 발견했나 봐요. 그런데 그 심성은 어린 시절 경험과 연결되어 있어요. 저희 집은 어렸을 때 참 가난했어요.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교 5학년을 통째로 못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그 일 년 동안 정말 실컷 놀았죠. 동네에서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 예닐곱 명 있었어요. 동네 어른들이 낫으로 나무를 잘라 자치기도 만들어 주고, 나무를 둥글게 깎고 끝에 못을 박아 팽이도 만들어 주었어요. 나주에 살았을 때인데 나주에 대나무가 많잖아요. 대나무로 팔랑개비, 물총을 만들어 주었어요. 주로 칼로 만들었는데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 지금까지 인상에 남아요.
우리 때는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것이 놀이 문화였어요. 어느 집에 앵두나무가 있고, 오디를 먹을 수 있는 뽕나무가 있는지 다 알고 있었어요. 머릿속에 동네 먹을거리 지도가 다 그려진 거지요. 특히 땅콩, 당근, 수수, 밀, 무 웬만한 것은 다 서리해 먹었던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과는 다른 놀이 문화가 있었던 거지요.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했던 경험에서 쌓은 심성들이 숲해설가로 활동하면서 나타났을 수도 있지요.  

 

황윤옥 : 숲은 선생님께 맞춤한 옷이었네요. 어린 시절 경험과 기억이 각별하셨으니 어린이들과 호흡이 잘 맞겠네요.
이광호 : 숲해설가들 가운데 유치원 아이들 대하기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어린이들과 호흡이 잘 맞아요. 유아기 아이들은 무엇이든 자신감이 있고, 선생님이 얘기하면 바로 그냥 흡수하거든요. 이야기가 통하는 거지요. 숲은 어린이들과 상상력을 펼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에 정말 좋은 곳이에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을 의자에 앉혀 놓고 가르치는 거예요. 그런 건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은 숲에서 자기가 상상했던 것들과 만나요. 예를 들어 숲에 온 어린이들에게 멧돼지를 잡으러 간다라고 말하면 호기심이 생겨요. 거기에 인디언 복장을 하고 얼굴에 그림도 그리고 손에는 큰 떡갈나무 이파리를 척 들고 숲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숲을 가다 보면 구부러진 길이 나오고 큰 나무가 보여요. 나무 뒤로 무엇이 있을까 하면서 가는 거지요. 물론 미리 답사를 해 놔야지요. 자연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저는 아이들과 만나기로 한 전날 답사를 갑니다. 나무를 탁 치면 아이들이 잡았냐고 물어요. 놓쳤다고 하면 “왜요?” 하고 묻지요. 그러면 “다른 부족이 왔나 봐.” 이렇게 얘기하고 “우리도 흔적을 남기자!”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돌기도 하고, “아바바바!” 하며 인디언 소리를 내기도 하지요. 이쯤 되면 아이들은 멧돼지는 잊고 이 놀이를 너무 좋아해요.
그렇게 만난 어떤 아이가 선물을 줬는데 지금도 갖고 있어요. 느티나무 이파리를 말아서 맥문동이라는 긴 풀로 세 번 정도 묶어서 주고 가는데,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황윤옥 : 그러니까 선생님은 숲에서 이야기를 만나네요. 숲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광호 : 네, 맞아요. 숲은 사실 날마다 와야 해요. 유치원 때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오는 게 중요해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풀이나 나무를 쳐다보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숲을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면 어른이 되어서도 풀 한포기라도 함부로 꺾지 않지요.
유아기에는 친구라는 개념이 중요해요. 할머니가 데리고 오는 아이가 있었는데 제가 이건 바위라는 친구야, 이건 풀이라는 친구야, 하고 말했어요. 그런데 할머니 말씀이 아이가 바위나 나무를 볼 때마다 “친구야” 하고 부른다는 거예요.
그리고 중요한 건 숲을 프로그램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독일 숲학교’가 프로그램이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강점인 것처럼요. 독일 숲학교는 교실도 없고, 교과서도 없어요. 선생님들은 위험한 것들만 살피고 그냥 따라다녀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지요. 지금은 우리도 숲유치원이 이백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어떤 철학을 갖는가가 중요해요.

 

황윤옥 : 우리가 어렸을 때는 숲에서 그냥 노는 거였는데, 요즘 ‘숲힐링’이란 말이 등장하고 있어요. 숲과 힐링은 어떤 관계인가요?
이광호 : 요즘은 우리 나라 숲도 자본의 논리에 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몰랐던 숲 이야기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을 일깨운다는 것이 좋았어요. 그런데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서 숲해설가를 유아 숲지도사, 숲힐링 전문가 하는 식으로 나누고 있어요.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알력이 생기고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그냥 노는 건데, ‘힐링’이라는 말을 쓰면서 전문가 집단이 들어온다는 것은 자본주의 틀거리가 짜여서 들어온다고 보면 돼요. 미국 교육사관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우리 나라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요.
우리 나라는 ‘할머니 생태학’이에요. 할머니들은 개숫물을 버릴 때도 식혀서 버립니다. 뜨거운 물에 벌레들이 죽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지요. 개숫물을 흩뿌려 버리는 것은 먼지를 없애는 것도 있고, 개숫물을 계속 그냥 버리면 중간에 고랑이 파이면서 동쪽 지렁이와 서쪽 지렁이로 나뉘어 살게 된다는 것이지요. ‘후여’ 하고 소리를 내고 버리는 건 벌레들한테 미리 알려 주는 거지요. 

 

황윤옥 : 숲해설가로 오랫동안 어린이들을 만나면서 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은요.
이광호 : 무엇보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부모들은 숲도 지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나무 이름, 풀이름을 외우게 하지요. 그러면 아이들이 숲에 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지요. 숲은 그냥 가서 돗자리 깔고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 좀 듣고 잠 좀 자다 오면 되는 거예요.
교육은 가까이 있는 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해요. 부모가 턱을 괴는 버릇이 있으면 아이도 언젠가는 따라하게 되는 것처럼요. 나누는 습관도 부모들이 먼저 해야죠. 저는 그것을 어머니한테 배웠어요. 어머니는 지금도 빵 하나라도 생기면 동네 할머니들과 나누어 드세요. 동네 분들도 팥죽이나 호박죽이 생기면 꼭 우리집에 갖고 오고요. 그런데 요즘 엄마들은 갖다 주면 좋아할까 하면서 미리 마음을 접잖아요? 지짐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다 보면 물물교환이 되고, 공동체가 되고, 이웃 사이에 벽 없는 사회가 되는 거죠. 그렇게 집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담장을 허물어야 하고, 동네에서는 이웃 사이에 담장을 허물어야 해요. 요즘 스마트폰, 컴퓨터가 고민인 부모들이 많은데 아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지 않으면 벗어나기 어렵죠. 또 다른 재미를 어떻게 줄까 고민해야 합니다.

 

황윤옥 :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듣고 싶어요.
이광호 : 하하! 원래 저는 계획 없이 그냥 살아요. 숲해설을 하면서 그냥 살지요. 내일 죽어도 좋고, 나중에 죽어도 좋아요. 살만큼 살았거든요. 이 말은 놀 만큼 놀았다는 뜻이에요. 지금 ‘한울연대’에서 준비하고 있는 ‘방정환 한울학교’도 학교를 준비하는 것이지만 결국 놀 만큼 노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에요. 어린이집을 먼저 시작할 예정인데, 아이들이 숲과 더불어 노는 모습, 스스로 놀이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어요.

 

*인터뷰어 황윤옥 선생님은 <개똥이네 놀이터> 편집위원이자 하자센터 부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동육아 현장과 법인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고, 북녘 어린이들을 돕는 사업과 남녘 어린이들을 위한 평화교육 활동을 하는 '어린이어깨동무'에서도 사무총장으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참여·소통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광호' 선생님과 자연을 벗삼아 공부하는 '방정환 한울학교' 이야기는 <개똥이네 집> 104호(2014년 7월호)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104호 <개똥이네 집> 둘러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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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편집 츄츄송

잡지 편집 츄츄송 2014-07-14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와 어른들 잡지 <개똥이네 집>을 만들고 있는 츄츄송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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