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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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이야기를 담은 <내가 살던 용산> 책이 오늘 인쇄소에서 왔습니다.
보리의 새해 첫 책입니다.
만들어진 책은 모두 귀하지만 <내가 살던 용산>은 더더욱 정성껏 들고 살피며 나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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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아도 가슴 아픈 책입니다.
이런 책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책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책이 나오면 즐겁고 기뻐야만 하는데, 이번 책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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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용헌 님 (49세)
서울 순화동에서 10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했다.
식당이 철거당해 북아현동 달동네 꼭대기에 있는 열 평 남짓한 집으로 옮겼다.


맨 끝에 있는 분이... 제 남편이.. 얼굴이 까만대도 불에 탄 얼굴이 아니었어요.
남편 얼굴이 ... 딱 제 눈에 보이더라구요. 좁은 입술, 작은 키...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거죠.
갈비뼈가 부러져 있는데... 엇갈려 있었어요.

장갑을 끼고 죽었어요. 장갑을 벗겼는데 지문이 그냥 있어요.
여기... 속을, 내장을 모두 다 없앴더군요.
허벅지도 다 떠버리고... 오른쪽만...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저 시신은... ... 불에 탄 게 맞습니까?"


고 한대성 님(54세)
고향을 떠나 수원 신동에 터전을 잡고 그 동네에서 20여 년을 살았다.

다 해결될거라고 며칠만 집에 못 들어가면... 그럼 우리 동네 철거될 때도 외롭지 않을거야.
그냥 이렇게 사라지기에는 너무 억울하잖아.

분당선이 연장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 철거될 마을.
수원 변두리 논밭 가운데 손바닥같이 작은 마을 신동.
이미 몇몇 분들이 떠나지 못하고 턱없이 적은 보상에 눈물 흘리는 곳.
자기 동네 일도 아니면서
고 한대성 씨는 이 작은 마을에서 용산 철거지역 망루에 올라가
다른 철거민들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한대성 씨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던 동네 신동은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


고 양회성 님(54세)
5년째 용산에서 삼호복집을 운영했다.
두 아들과 일식당을 함께 꾸려 보는 것이 꿈이었다.


'가수용상가'라는 것도 있다는데 그러니까 재개발할 동안에 거기서 장사를 하고
세입자들에게 우선 순위로 분양권을 주는 조건으로 말이야. 흑성동 같은데선 그렇게 했대요.
그래서 말인데... 회의를 했어. 아무래도 망루에 올라가야 할 것 같아.

망루에 올라가면 어떻게 되는데?

망루에 올라가서 성공을 해도 아마 구속이 될거야. 만에 하나라도 잘못해서 체포가 돼도 구속될 거고.
협상이 잘 되어 내려와도 몇 개월은 살아야...


고 이상림 님(72세)
용산에서 26년동안 장사를 했다.
2006년 아들 충연 씨, 며느리 정영신 씨와 레아호프를 열었다.
레아호프 옥탑에서 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다.


재개발 인가가 난 뒤로 용산에는 법이 없어.
재개발이 되어, 갈 곳이 있어서 나가는 게 아니라 못 살겠으니까 못 살게 하니까 끝내는 나가는 거지.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맞고,
시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며느리에게 못 할 소리 하고.

용산에서만 이삼십 년 산 사람들이야.
이 사람들이 여기 말고 어디서 살 수 있겠어.


고 이성수 님(51세)
용인에서 13년 살던 집을 철거당하고 옮겨간 성남에서 다시 철거당했다.
네 식구가 천막에서 살았다.용산에서 26년동안 장사를 했다.


나는 그날 많이 울었습니다.
지붕도 없는 그곳에서 주무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든 것은 내게 버거웠고,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우리는 아빠와 엄마와 나는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냥 살고 싶었습니다.


용산 참사 책을 보면서 '상계동 올림픽'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 상계동 올림픽 보러 가기
88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마을이라는 이유만으로 철거를 당하고 쫓겨나야만 했던 사람들.
아들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가 맞고, 그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달려든 아들이 짓밟히고.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이 분해도, 짐승같이 울부짖어도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외면받았던 사람들.

20년도 더 지났는데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고향에서 쫓겨났고
20년 전 달동네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이젠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날 만큼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 이상하게 다른 철거지역 몇 배의 병력이 오고 있었습니다.....



<내가 살던 용산>은 다음주에 서점으로 보내집니다.

 

 

<내가 살던 용산> 책 소개 : https://www.boribook.com/books/67

 

보리

보리 2010-01-15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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