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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안 보는 아이로 인해 걱정하는 부모님들에게 허은순 선생님이 답을 해주셨습니다.

'책보다 아이가 우선'이라는 선생님의 답이 많은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안녕하세요? 허은순입니다. 

 

집중력 관련 질문


집중력에 관한 많은 질문이 올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책을 읽던 아이가 요즘 책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 5분 지나면 딴 짓을 한다, 산만하다, 집중해서 읽으려하지 않는다.'

저희 도서관 어머니들도 이런 질문을 자주 했습니다. 그 때마다 어머니들은 '집중력'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저는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피곤 했습니다. 이 질문 외에도 저의 답변 대부분은 '아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저는 우리 아이들을 먼저 이해해주었으면 합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짧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나이가 어릴 수록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짧습니다. 겨우 몇 분이 되지 않죠. 그런가 하면, 간혹 뭔가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깨닫게 된 것은 아이들은 본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흥미를 느낄 땐 못하게 해도 집중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린다는 것을요. 집중력이 짧다, 그런데 어떤 때는 오래 집중할 수 있다는 상반된 현상의 차이는 '흥미, 관심,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겁니다. 

 

또 한 가지 아이들에 대해 이해할 것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려 하기 때문에 과잉상태요, 수동적인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많은 것들이 어른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능동적으로 뭔가 선택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럼, 이제 제가 대답하려는 것을 조금 눈치 채셨겠지요? 과잉행동증후군이나 기타 병적인 요인이 있어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빼고 얘기해보겠습니다. 이제는 아이 입장이 되어봅시다. 아이들은 저마다 관심사가 다릅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느냐?'에는 관심이 없고, '너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미리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충돌이 일어납니다. 책읽기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을 때는 '오늘은 이 책을 읽자, 이 책을 읽어줘야지'가 아니라 '뭘 보고 싶니? 어떤 책을 읽어줄까?' 아이에게 선택권을 줘보는 겁니다. 엄마가 읽어주고 싶은 책을 들이미는 게 아니라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책을 골라오게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는 내 뜻과는 상관없이 내 눈 앞에 펼쳐진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궁금했던 책을 보게 되는 거지요. 엄마 생각에는 다른 책이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좋다고 생각이 되겠지만, 그건 엄마 생각일 뿐입니다. 그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봅시다. '너에게 책을 통해 감동을 주고 싶다. 너는 감동을 느껴 감성이 풍부해져야한다. EQ 지수가 높은 아이가 성공한다더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욕심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무한한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이 자라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감성의 영역은 우리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읽기를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삼지 마시고, 아이가 책읽기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어른들은 마음을 비우셔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제 답변이 여러분들의 질문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답변이 아니라서 불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답변을 곱씹어 보신다면 각각 다른 상황, 다른 까닭으로 책을 싫어하게 된, 또는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원인을 알아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릅니다. 집중력이 없다고 걱정하기 이전에 그렇게 된 전후사정을 먼저 살펴보시면 무언가 분명히 까닭이 있을 겁니다. 아이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시게 될 때,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가를 찾으시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런 아이의 호기심을 일으키는 책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라면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책을 읽다가 질문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어른들은 자기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이 톡 끼어들어 질문하면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책을 보며 상상력과 호기심이 발동하니까 묻지 않고는 참을 수 없죠.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서 이미 머리가 굳어버린 어른들은 '엉뚱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엉뚱한 질문이 아니라 정말 궁금한 질문입니다. 그러니 당황스럽더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주신다면 아이는 책 읽는 시간을 더욱 좋아하게 될 겁니다. 

 

"쓸데없는 질문 하지 말고 내가 읽어주는 거나 들어."

"이거 다 읽고 물어봐."

 

이렇게 말한다면, 아이들이 책 읽는 시간이 즐거울 리 없겠죠. 아니, 책 읽어주는데 아이가 자꾸 질문을 해서 서로 이야기하느라 시간이 다 가버렸다고 칩시다. 그 책 끝까지 못 읽었으면 어떤가요? 그것보다 아이가 자기가 궁금한 것을 물었고, 마음껏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면 그것이 더 귀한 시간이 아닌가요? 무한한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은 책을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묻고 이야기할 때 생기는 것입니다. 또, 책을 끝까지 다 못 읽었다 하더라도 아이에게는 책 읽은 시간이 아주 행복한 순간으로 남을 겁니다. 우리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책 읽기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편독 관련 질문


편독에 관한 부모들의 걱정도 비슷합니다. 질문의 유형은 다르지만, 요점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계속 보려한다'는 것이지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책 보다 아이가 우선'입니다. 아이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영역의 책을 골고루 읽히고 싶은 것은 부모님들의 생각, 욕심이고, 아이 입장에서 보면 '와, 이거 무지 재밌다. 난 이게 너무 좋아.' 본능에 충실하고 있을 뿐입니다. 


거꾸로 생각해봅시다. 우리 어른들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나요? 모든 것을 다 좋아할 수 있나요? 우리도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좋고 싫음의 문제는 강요에 의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 이 세상 사람들 사는 것을 가만히 보세요. 어느 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것이 평생 직업이 된 사람, 어느 하나에 몰입한 사람들이 그 분야에 일가를 이루게 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을 겁니다. 

 

편식 때문에 편독이라는 표현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편독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주관심사의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을 편독이라고 하지 않지요. 편독이라는 표현 자체가 아이들에게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혀서 머리속에 뭔가 많이 넣어주겠다는 어른들의 욕심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어느 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곤충에 꽂혀서 곤충 책만 파고들고, 자동차에 꽂혀서 자동차만 파고드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오히려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자신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아이들을 더 걱정하셔야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듯이 책을 음식처럼 골고루 먹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아이들이 책도 여러 영역을 읽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고, 동화도 많이 읽어서 감수성이 풍부해진다면 정말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되면 아이마다 개성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숫자나 과학 같은 것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죠. 아이들은 자신의 개성과 기질, 자신의 성향대로 책을 고르고 읽는, 본능에 충실한 겁니다. 제가 본능에 충실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어른들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잘 못하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가 한 쪽 분야만 읽으려 해서 걱정이라면,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실컷 읽도록 내버려 두세요. 안 읽어서 문제인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과 견주면 행복한 고민입니다. 그냥 아주 실컷, 마음껏 파고들도록, 끝장을 보도록 놔두세요. 아니 더 부추겨 주세요.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 쪽 분야의 책을 더 찾아주고, 더 들이밀어 주세요. 어디까지 파고드는지 보세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쪽으로 관심이 이동할 수도 있고,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어서 부모들을 놀라게 할지도 모르죠.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편독'이라고 오해할 것이 아니라, 호기심, 관심, 흥미, 재미 아이들이 느끼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옮겨질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 눈으로 보는 아이가 그 아이의 모든 모습이 아닐 겁니다. 아이들은 변하니까요. 조급해 하지 마시고 오래 기다리셔야 합니다. 

 


혼자 책을 안 보는 아이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읽으려 한다' '혼자 안읽는다' '아직도 엄마가 읽어줘야한다'

 

이 질문들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겠습니다. '혼자 안 읽으려한다'와 '언제까지 읽어줘야만 하나' 로요. 

이런 질문들 역시 부모들이 책에만 관심이 있고, 아이를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입니다. 책을 혼자 안 읽으려하는 아이를 두신 부모님은 '혼자'라는 것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그 아이에게는 책이 문제가 아니라 혼자 있기 싫은 겁니다. 책을 읽어줄 때는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단순히 엄마와 함께 있는 그 시간이 좋은 겁니다.


예전에 우리 도서관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책을 읽어줄 때가 아니더라도 아이와 오래 같이 있어주라 했더니 그 엄마가 눈물을 흘리더군요. 아이랑 오래 같이 있어주지 못한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저는 점쟁이가 아닙니다. 그 집 사정과 그 아이가 자란 환경을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들은 엄마와 같이 있고 싶어 합니다. 엄마가 같이만 있어주면 뭐든지 좋습니다. 굳이 좋은 음식점에 데리고 가지 않아도, 비싼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도 말입니다. 부모들은 물질로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주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건 오로지 한 가지입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좋아하는지,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겉으로 표현을 못해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내가 좋아하는 엄마, 아빠가 내 옆에서 책을 읽어주니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혼자 읽는 것보다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이라도 부모님이 책을 계속 읽어줘야 하냐고 고민하지 마세요. 아이들을 옆에 앉혀놓고, 또는 품에 안고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입니다. 아이들이 커버리고 나면 혼자서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같이 있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부모님들이 책을 읽어주는 것은 부모님들에게는 귀찮고 힘든 일이 될 수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셨으면 하는 뜻에서입니다. 다 컸다고요? 글을 다 안다고요? 4학년, 5학년이라고요? 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조금 더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사랑하는 연인이 내 옆에서 책을 읽어준다고 상상해보세요. 꿈같이 달콤하지 않을까요? 닭살 돋으시겠지만, 저는 '책 읽어 주는 것'은 단순히 책 읽어주는 것을 넘어서 마음을 전하는 것,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교육은 먼저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들을 줄 아는 아이, 집중해서 들을 줄 아는 아이들이 더 잘 배우는 건 당연하겠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감도 주고, 부모의 사랑도 전할 수 있고, 듣는 능력도 좋아지니 이거 1석 3조네요. 아이가 '내가 읽을래.' 하기 전까지는,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들고 오면 뿌리치지 마시고 책을 읽어주세요. 조금 산만하게 굴어도 그냥 읽어주세요. 아이들은 딴 짓을 하는 것 같아도 읽고 있는 것을 다 듣습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


가장 난감한 경우입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거의 게임이나 만화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이나 만화는 그림과 짧은 말 몇 마디로 아이들의 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하기 때문에 게임과 만화에만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글자로만 되어 있는 책을 읽는 것이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게임 때문에 책을 안 본다고 고민하는 문제는 즉각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책 읽기보다 게임에 빠지기 쉬운 우리 사회가 우리아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 것이죠. 

 

또, 학교에서는 책읽기를 권장한다고 독서기록장을 작성하라고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책 읽기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책을 좋아했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독서기록장을 얼마나 기록했는지, 독서퀴즈를 누가 더 많이 맞추는지 이런 것들을 가지고 상을 주고 안 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는 이미 책 읽기가 즐거운 시간이 아니라 고역이고 또 다른 시험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읽은 책 내용을 빠짐없이 기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가 더 중요한데도 말이에요. 우리 어른들도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나면 그 감동 때문에 울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하는데, 그 때 누가 옆에서 꼬치꼬치 내용을 캐묻고 느낀 점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아이들도 똑같습니다. 표현력이 성숙하지 않아서 다 말이나 글로 표현을 못 해도 좋은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에도 묘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행간을 읽는다'는 표현이 있지요. 책을 읽는 것은 글자를 읽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글과 글 사이에 비어있는 무엇, 그것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자라야 합니다. 어찌 책 내용을 암기하고 퀴즈를 맞추는 일이 이것 보다 중요할 수 있나요? 

 

학년이 올라간다고 해서 아이들이 책 읽는 나이가 같이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문장도 길어지고, 분량도 많은 책을 단순히 권장도서라고 해서 권해봐야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책 읽기에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피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책을 찾아줘야 하는데, 직장 다니는 어머니들의 형편은 어려울 때가 많지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만화, 게임에 몰두하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도서관에서도 부모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아이일 수록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이것은 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는 경우더라도 충분히 아이와 대화하고 아이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 책 읽는 것을 권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일입니다.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와 놀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게임에 몰두하기 쉽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돌봄이 필요하고, 충분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저는 만화 보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만화가 어때서요? 저도 어릴 때 만화가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는데요. 만화가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만화냐?'가 문제죠. 요즘 아이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보는 만화 가운데는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 해도 조악하고 게임과 별 차이 없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만화들이 너무나 많아져서 그것이 문제입니다. 

 

제가 도서관을 몇 년 동안 운영하면서 살핀 결과, 만화만! 보는 아이는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확실히 떨어졌습니다. 글 위주인 책, 문장으로 연결된 책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지루해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또래 아이들이 읽는 책은 고사하고, 자기보다 학년이 낮은 아이들이 읽는 책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더 만화만 붙들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곤 했습니다. 어린이 책 작가로서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그때마다 저는 제가 책을 읽어주곤 했습니다. 스스로 읽지는 못해도 듣는 것은 할 수 있죠. 그렇게 해서 자꾸 문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했습니다.


간혹 어머니들 가운데는 만화 앞에 '학습'이라는 단어가 붙은 탓에 이런 만화를 많이 보는 것이 학습에 도움이 되겠거니 위안을 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습'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였다 해도 만화로 지식을 쌓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고기'와 관련된 학습만화를 보았다 가정해 봅니다. 그 아이가 아는 것은 만화를 통해 쉽게 습득한 단편적인 지식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화가 아닌 도감이나 기타 그 분야의 책을 통해 물고기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이후로 아이의 관심은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가 다른 책도 찾아보거나 탐구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아이들이 학습만화를 통해서 '물고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때를 놓치지 말고 물고기에 관한 다른 책들을 찾아서 함께 보는 거지요. 학습 만화에 몰입해 있는 아이를 보면서 '공부에 도움이 되겠거니', '저런 책이라도 많이 보면 책을 많이 읽겠거니' 이렇게 방심하시다 보면, 아이들은 '학습'이 아니라 '만화'에 더 빠지게 될 겁니다. 


학습만화 때문에 아이들이 다른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일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에 어린이 책을 쓰는 작가로서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은 못 보게 하면 더 궁금해 합니다. 자연스럽게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관심사는 서서히 이동합니다. 또, 아이의 독서 습관에 방해가 된다면, 그런 만화책들은 가능한 아이 둘레에서 안 보이게 하는 것이 더 좋겠죠. 

 

만화와 게임, 두 가지를 한 번에 이야기하려니 조금 산만해진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가장 사랑한다' 는 믿음을 주는 것, 아이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것이 회복이 될 때, 자연스럽게 아이의 관심사도 게임이나 만화에서 책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내 아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내 아이의 성향과 기질, 잘못된 습관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문제를 찾아냈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해결의 실마리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부터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기타 질문


자기 나이에 맞지 않는 누나들이 읽는 책만 읽으려 한다. 

 

괜찮습니다. 호기심 때문에 그런 거니까 말릴 일은 아닙니다. 아이의 지적인 능력만큼 이해할 겁니다. 책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런 환경이 아이들의 기억에 남아 책에 대해 더 호기심을 가지게 될 수 있으니까요. 책을 읽고 내용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 책의 표지나 책 속의 그림, 사진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어떤 상상력을 펴나갈지, 어느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될지 어른들은 모르는 일이니까요. 

 

 

자기 맘대로 읽어요.


작가가 될 소질이 있나봅니다. ^^ 마음이 급해서 글자를 빼먹거나 문장을 빼먹고 넘어가는 경우는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읽는 훈련을 같이 해나가다 보면 서서히 좋아집니다. 

 

 

그림에만 집중해요.


그림에만 집중하는 것 역시 아이들의 특성입니다. 아니, 그림에 더 눈이 쉽게 가는 것은 그림이 가진 특성입니다. 똑같은 것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었을 때, 어른이나 어린이나 그림이 빨리 이해가 갑니다. 그림이 가진 특성이니까 그런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끝맺음이 없어요.


아이가 책 읽을 때 종결어미가 불확실하게 들리나 보죠? 아이가 몇 살인지 알 수 없지만, 그다지 걱정하실 일은 아닙니다. 굳이 고치려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고쳐질 겁니다. 읽기를 억지로 강요하지 마세요. 그러면 아이들이 주눅이 들어서 문장을 끝까지 읽지 않고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만 보면 찢으려고 해요.


전부 다요? 혹시 아직 돌이 안 지났나요?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이 하나도 없고요? 위에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곰곰이 읽고도 해당사항이 없다면, 당분간 책 주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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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동화책 사이를 이어 주는 다리가 되는 바른 우리 말 읽기책,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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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보리 2013-12-17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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