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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입니다.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배웁니다.
가까이에 혼내 주는 어른들이 많을수록 거짓말은 늘지요.
아이들은 아직 몸과 손발을 제대로 부리거나 놀리지 못해서 어질러 놓거나 부수기 일쑤입니다.
아이들은 손이 안 닿는 곳에 치워 둔다고 마음을 쓰는데도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일껏 아이 손에 닿지 않으리라 여기고 선반 위에 올려놓은 꿀병을 아이가 까치발을 하고 내리려다 깨뜨렸을 때,
엄마가 눈을 부라리며 "누가 그랬어?" 하고 화난 목소리로 물으면 대뜸 돌아오는 대답이 "내가 안 그랬어" 입니다.
어이없는 대답입니다.
묻는 말이 어이없으니 대답도 그렇습니다.

엄마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아이도 잘못을 저질렀으니 간이 콩알만 해진 체,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이로서는 이미 벌을 받은 셈이지요.
엄마가 "놀랐지? 엄마한테 내려 달라고 하지 그랬어?" 했더라면
아이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고개를 숙였을 게 빤합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까닭이야 여럿이지요.

어렸을 때부터 혼날까 봐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어른들이 됩니다.
힘센 사람 앞에서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아이들이 거짓말하지 않게 하는 길은 부모나 선생님들이 아이들 가슴에 무섬을 심어 주지 않는 것입니다.

좋은 거짓말도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선생님들이 틈나는 대로 들려주는 옛이야기들은 거의 '거짓말'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담배 먹던 때'가 어디 있으며, '토끼가 용궁에 가는' 일이 당키나 합니까.
산 너머 사는 혹부리 할아버지 혹에 예쁜 노래가 가득 차 있을 거라고 믿는 도깨비들도 없기는 마찬가지지요.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은 아이들 상상력을 북돋고,
그렇게 싹트고 자란 상상력은 나중에 창의력으로 이어집니다.

'있는 것'을 없다고 하거나,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우리는 배웁니다.
그러나 아이든 어른이든 이 거짓말을 '참'으로 여기는 순간이 있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잠자리도 없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도 없다고 여깁니다.
말하자면 없는 것이 있는 것이죠.
'있을 것'이 없으면 '없는 것'이 있게 됩니다.
좋은 세상이 되려면 먹고살 것도 있어야 하고,
자유, 평등, 평화, 협동, 우애 같은 것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행복한 세상에 대한 전망이 없으면,
사람들은 '없는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거짓 없는 세상이 바람직한 세상이라고 해서 '없는 것이 있다'고,
'있는 것이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 입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됩니다.
또 우리 아이들이 없는 것을 상상 속에 있는 것으로 꾸미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있을 것'은 없고 '없을 것'만 있는 세상은 '있는 것'은 없고 '없는 것'만 있는 '거짓' 세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3년 9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3-11-20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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