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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허은순 선생이 참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바른 우리 말 읽기책 열다섯 권을 낸 것입니다.<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시리즈는

작가가 여러 해 동안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한테

어떻게 하면 책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 줄까 고민하고 성공한 결과를 책으로 묶어낸 것입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온 엄마들은 이 책의 작가를 만나서 이런 투정을 한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책을 안 읽어서 고민이더니,

이제는 아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책만 보려고 해서 큰일이네요.”

 

아이들이 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만한 동무처럼 생각해 주기를 바라서

만만한 책을 만들고 그래서 책 이름도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로 붙인 허은순 선생님.

그러나 보기에는 아주 만만해 보이는 이 책이 얼마나 알차게 만들어졌는지, 아이들이 만만하게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아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고 눈길을 끌 숨은 장치를 마련해 놓았는지,

살필수록 놀라운 느낌이 듭니다.

열다섯 권의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시리즈를 소개하는 바른 우리 말 읽기책에서

작가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로써 읽기책이 왜 필요한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말과 이야기의 짜임새는 어떠해야 하는지,

읽기책에는 왜 쉬운 우리 말, 고운 우리 말이 담겨야 하는지,

왜 아이들 입말을 그대로 살려 쓴 글이 좋은 글인지,

라임압운이 아닌 소리맞춤으로,

의성어와 의태어를 마음껏 살려 써서

아이들한테 말과 글이 하나인 세상을 열어 줍니다.


이 책들에서 빛나는 이는 글쓴이만이 아닙니다.

그린 이 김이조 선생님이 없었다면 글이 이렇게 빛날 수 없었을 겁니다.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에는 글과 그림이 아주 절묘하게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셋째 권 <동생이 생겼어요>를 보면

글에는 ’ ‘동생’ ‘동만이세 낱말이 주를 이루고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동만이가 자기도 형 하고 싶으니 동생을 낳아 달라고 조르는데,

그림에는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느라고 바삐 몸 놀리는 엄마와

졸졸 따라다니는 동만이 모습을 여러 가지로 익살스럽고 정감 있게 보여 줍니다.

이것을 모두 글로 나타내려고 했다면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늘어지고 그림은 그림대로 밋밋해졌겠지요.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바른 우리 말들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고해서 다 우리 말을 잘 쓰는 건 아닙니다.
세 살배기도 알아듣고 까막눈인 시골 할아버지도 쉽게 쓸 수 있는 바른 우리 말로
뜻과 느낌이 오갈 수 있을 때만
참 세상, 좋은 세상, 바른 민주 세상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바른 세상, 좋은 세상으로 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합니다.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36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3-05-23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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