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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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후원의 밤, 독자의 밤, 회원의 밤들이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책을 팔아 먹고 사는 보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자리들이죠.
영업도 영업이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얻게 되는 것들도 많으니까요.

얼마 전에 참석했던 학도넷(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후원의 밤에서는 특별히 저희 보리의 옥한 상제님께 소리 공연을 요청해 오셔서 저희 보리식구들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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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한 상제님은 저희 보리의 영업제작실 실장님이세요.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다니시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업무 전화도 판소리로 하시는 실장님.
어렵게 어렵게 겨우 각시로 맞았다는 아름다운 사모님과 함께 공연을 하시는데 얼마나 멋졌는지 모릅니다.

다만, 소리가 시작되었는데도 어수선한 분위기때문에 몹시 속상했죠.
우리 것이 잊혀져버린 현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구경꾼인 저도 이리 속상한데 앞에서 소리하시는 두 분은 얼마나 힘이 빠지셨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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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우리 가락을 잊어버린 한심한 몸이라 추임새 한 번 넣지 못하고
흥겨워도 흥겹다는 몸짓 한 번 못하고 앉아 있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공연이 끝나고 옥한 상제님께 "저 추임새 넣는 법 좀 알려 주세요!" 말씀드리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지 배우는 게 아니라고 하시네요.

지난 TEDx Seoul 에서 이자람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의 것을 문화재 보호라는 이름으로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갇힌 것이 되어버렸다고요.
소리란 것이 살아있는 우리네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 내는 것인데
예전 이야기만 되풀이하게 되면서 더이상 우리네 이야기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고요.

흥겹다고 느끼나 흥겹다는 표현도 몸으로 하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만 잔뜩 만들어 내는 우리 교육과 사회가
우리 것을 대할 때마다 참 원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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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 선생님도 놀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게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보리는 우리 겨레의 전통을 귀하게 여기는 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시대에 맞지 않는 책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우리 겨레의 전통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이어져 있길 원합니다. 그래서 보리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들이 아니라 지금 우리네 이야기들이 되길 원합니다.




보리

보리 2009-12-22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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