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지난 7월 22일 일요일, <꽁당보리밥>과 <찔레꽃> 출간기념회가 열렸어요.

 

출간기념회라고 하면 몹시 딱딱하죠?

이름이 그럴 뿐, 책을 쓰고 만들고 나눈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잔치였답니다.

책을 쓴 분들이 경남여고 부설 방송통신고 학생들, 그러니까

부산 어머니들이셨기 때문에, 특별히 부산에서 잔치가 열렸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잔치였던지라, 아쉬운 대로 이렇게라도 같이 나눴으면 해요.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려서 걱정을 했는데, 부산역에 내리니 날씨가 아주 맑았습니다.

행사는 부산 연산동에 있는 연제고등학교에서 열렸어요.

어머니들과 글쓰기를 함께하셨고 이 책을 엮으신 구자행 선생님이 지금 계시는 학교랍니다.

 

 

 

들어가자마자 예쁜 현수막이 보였는데요.

글귀만 주고 업체에 맡기면 간단했을 일이지만, 이따 소개할 부산 선생님께서

꽃잎이랑 밥알이랑 하나하나 오리고 붙여서 정성껏 만들어주셨습니다.

잔치의 주인공인 '수줍은 여고생'들과 아주 잘 어울렸어요!

 

 

 

어머니들은 오시자마자 방명록을 꾹꾹 눌러 적어주셨습니다.

방송통신고 졸업년도를 적는 칸이 있는데, 한참 고민하다 동무한테 물어보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는 이름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그분들이 쓴 글 한 편 한 편이 떠올랐어요.

이름 하나에 글 하나, 이름 하나에 시 하나, 이거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아래 수건은 어머니들이 마련해주신 선물이에요. 저도 염치없지만 하나 챙겼습니다.

전 기념 수건이 참 좋아요. 실용적인 데다, 볼 때마다 그날이 생각날 거 아니에요?

 

 

 

어머니들 오시자마자 소녀처럼 좋아하며 구자행 선생님께 달려가셨습니다.

구자행 선생님은 어머니들한테 정말 인기가 많으세요. 거의 아이돌 수준이랄까요.

선생님은 글을 쓴 분들한테 도리어 자기가 사인을 해주려니 기분이 이상하셨다고.ㅋㅋㅋ

 

 

 

행사 시작 전에 밥부터 먹었습니다. 잔치인데 배고프면 안 되잖아요.

이곳은 연제고등학교 급식실이구요, 학교 조리실 분들이 아침부터 수고해주셨어요.

행사를 준비하신 구자행 선생님이 욕심을 내셔가지고,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 조르셔서ㅋㅋㅋ

잔칫상이 따로 없었습니다. 삶은 고기, 추어탕, 조기, 잡채, 떡, 과일.......

어머니들 어린 시절에는 이런 급식이 없었을 텐데,

그때 먹던 꽁보리밥 도시락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동무들이랑 마주앉아서 즐겁게 드셨을 것 같아요.

 

 

 

드디어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무려 100분이 넘게 오셔서 강당이 꽉꽉 찼어요.

많이 오신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가족들하고 오신 분도 있고, 축하해주러 온 선생님들, 공연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책에 글을 쓰신 어머니들이에요.

믿어지세요? 작가가 이렇게나 많은 책. 이분들 모두의 책이고, 이분들 모두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부산의 이름난 노래패, '노나라' 분들이 시작을 열어주셨어요.

역시 전문 가수 분들이라 시원시원하게 노래를 잘하십니다.

구자행 선생님 말로는 가수 현철이 그렇게 오겠다고 오겠다고 사정을 했는데

거절하고 이분들을 불렀답니다. 믿거나 말거나ㅋㅋㅋㅋㅋㅋㅋ

 

 

 

노래하는 데 어머니들이 빠질 수 있나요. 이분들 끌려 나오신 거 아니고, 손 번쩍 들고 나오셨습니다.

다들 떨지도 않고 구성지게 잘하셨어요. 시간이 많았으면 모두 돌아가면서 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렇게 흥이 많은 분들하고 수업을 하셨다니, 선생님은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그런가 하면 이렇게 소감문을 정성껏 준비해오셔서 발표해주신 어머니들도 계시구요.

많은 사람들 앞이라 되게 떨리셨겠지만, 차분하게 읽어주셨어요.

이분들이 이야기하신 것이 아마 모든 글쓴이들의 마음이겠죠. 참 감사했어요.

 

 

 

축하 공연 아직 안 끝났습니다.^^

이분들은 부산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인데요,

구자행 선생님하고 함께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행사 준비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셨고, 이렇게 다정한 화음까지 들려주셨어요.

구자행 선생님은 이분들을 '동무'라고 부릅니다.

학교 일이 바빠 죽겠는데도 주마다 한 번씩 모여 공부를 한다니 보통 동무들이 아닙니다.

이렇게 동무한테 기쁜 일이 있으면 모두 달려와 도와주고 함께 기뻐하고요.

 

 

 

연제고등학교에 다니는 선생님 제자들도 무대를 빛내줬어요.

왼쪽 친구는 멋들어지게 색소폰 연주를 해주었는데요, 예사 솜씨가 아니었어요.

오른쪽 친구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감정을 듬뿍 실어 노래를 했는데요,

"저는 2000년대 노래밖에 모르지만 여러분을 위해 맞춘다고 맞췄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라더니

세상에,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지 뭡니까.

어린 친구가 이 노래를 아는 것도 신기한데 감정도 아주 그럴듯하게 잡더라고요.

누나인 저도(누나든 이모든 뭐 다를 것 있겠냐구요) 이 아이들이 너무 예뻤는데

어머니들은 어떠셨을까요. 앵콜앵콜 외치셨는데 시간 관계상 다음으로...

 

 

 

이 늘씬한 처자들은 초대가수가 아니고 역시 연제고등학교 춤동아리 친구들입니다.

아주 시원시원하고 사랑스럽게 춤을 추는데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넋을 놓고 봤습니다.ㅋㅋㅋㅋㅋ

어머니들은 동영상 촬영을 하시고 난리가 났지요.

이 행사 소식을 듣고 우리도 거기서 춤추면 안 되냐고 먼저 물었다네요.

이 친구들도 참 고맙고 예뻤습니다.

 

 

 

부산 '동무'들 가운데 두 막내 선생님은 노래뿐 아니라 책에 대한 감상문도 발표해주셨는데요.

특히 왼쪽 여자 선생님은 엄마 얘기를 하면서 목이 메셨어요.

엄마가 학교 못 나온 것을 부끄러워하시는 게 마음이 많이 아팠다 했는데

들으면서 우리 엄마 얘기 같았습니다. 역시 다들 비슷하구나 싶어요.

어렵게 살아온 엄마들도, 그런 엄마가 눈물겨운 딸들도, 그 마음들이 다 비슷합니다.

 

 

 

어머니들은 딸 같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들 우셨어요.

한 분 한 분 말하지 않아도 다들 같은 기분인 게 느껴졌지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이렇게 남편 분과 오붓하게 같이 오신 어머니들도 있었어요. 서로 얼마나 자랑스럽고 든든하실까요.

방송통신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학할 용기를 내게 된 것이 남편의 응원 때문이라고 한 분들이 많아요.

자녀들이 다 컸을 경우에는 자녀 분들이 힘을 많이 주고요.

늦은 나이에 다시 배움을 시작한다는 게, 설레기도 하지만 그만큼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니까요.

식구들이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겠다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분들이 나오셨을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는데요.

왼쪽은 <꽁당보리밥>에 '둘째 언니'라는 글을 쓰신 조영애 님이구요,

오른쪽은 바로 그 '둘째 언니' 분이시거든요.

갓난 동생이 배를 곯으니 업고서 우유를 타려고 병원에 사정을 해서 힘들게 키워낸 둘째 언니.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서서 언니 얘기를 글로 써서 책으로 펴낸 동생.

두 분이 이렇게 기쁜 날 함께 오셔서 앞에 나란히 서 계신 것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아니 세상에, 이렇게 뜻깊은 책이 어디 또 있을 수가 있나요.ㅠㅠ

 

 

 

이분은 <찔레꽃>에 '나는 할머니 학생'이라는 시를 쓰신 예순여섯 김정옥 님이에요.

시가 아주 좋고 책 전체를 대변해주는 느낌이어서 맨 처음에 실었지요.

김정옥 님은 구자행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시를 쓰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글을 꾸준히 쓰시고 등단을 하셨다고 해요.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정말 대단하죠.

당신이 쓰신 또 다른 시를 앞에서 낭독해주셨는데, 역시나 꾸밈이 없고 좋더라고요.

 

 

 

왼쪽 어머니도 차분히 말씀하시는 듯하더니 많이 우셨어요.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차마 말할 수도 없는 상처가 너무 많으시대요.

하지만 이제 그것들마저도 글로 써낼 수 있을 것 같대요, 책 백 권이라도.

오른쪽 분은 어머니 모시고 온 따님이신데 근처 학교 영어 선생님이래요.

처음에는 엄마가 글을 자꾸 봐달라고 하는데, 엄마가 뭔 글을 쓰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대요.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 보고 너무 놀랐다네요. 엄마뿐 아니라 모든 어머니들이 존경스럽다고 하셨어요.

 

 

 

이밖에도 다 전하지 못한 눈물과 웃음의 이야기가 참 많아요.

못 찍은(정말 못 찍은) 사진 몇 장과 저의 정신없는 글로는 다 담아낼 수가 없네요.

이날 가장 많이 오간 말은 '고맙다'였어요.

구자행 선생님은 평생 들을 '고맙다'를 이날 다 들으신 것 같아요.^^

그만큼 선생님과 어머니들이 마음을 터놓고 정말 열심히 글쓰기를 하셨던가봐요.

그래서 이렇게 귀한 책 두 권이 세상에 나왔고요,

저는 편집자랍시고 거기다 숟가락을 신나게 얹었고요,

이런 감동적인 밥상을 편집자로 일하면서 또 만나 볼 수 있을까요. 가슴이 벅찼고 감사했어요.

단체사진 속 어머니들은 영락없이 다 소녀들이에요.

이 소녀들 언제 또 이렇게 거하게 모여서 함께 웃고 수다 떨었으면 좋겠어요.

 

 

 

출간기념회 후기를 이것으로 끝내고요.

볼품없지만 쓰는 저는 꽤 힘이 들었네요.... 그리고 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문 한 가지는,

 

이렇게 훌륭한 책이 왜 이다지도 팔리지 않는가!!!

 

부디 많은 사랑 오래오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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