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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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변산에서 공기는 공짜입니다.

'희소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값이 없습니다.

물도, 햇볕도, 걸어다니는 흙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공짜입니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떠받드는 사람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런 건 '경제가치'가 없어."

사고팔 수 있어야 '상품 가치'가 생깁니다.

'시장경제'에 편입되어야 '상품'이 됩니다.

공기가 더러워지면 사람들은 맑은 공기를 찾습니다.

맑은 공기는 '상품'이 됩니다.

물은 이미 값비싼 '상품'이 되었습니다.

마실 물이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는 이렇게 공짜로 누리던 것을 더럽히고 망가뜨려 '상품'으로 바꿉니다.

조류독감이 돌면 병원에 사람들이 떼 지어 갑니다.

이 '의료 행위'는 '국민소득'을 올립니다.

지진으로, 쓰나미로 한 마을이 쑥대밭이 됩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게 망가져서 못 쓰게 됩니다.

그것을 치우는 일은 '경제활동'이 됩니다.

더 재미있는 보기를 들까요?

 

엄마 다섯이 둘러앉아 저마다 제 아이에게 젖을 먹입니다.

사랑이 담긴 눈으로 젖 빠는 아이를 내려다봅니다.

이 일은 즐겁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힘이 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일을 '경제활동'으로 '돈벌이'로 바꾸는 일은 간단합니다.

다른 엄마에게 제 자식 맡기고, 다른 젖먹이에게 제 젖을 먹이면 됩니다.

그러면 너도나도 '젖어미'가 됩니다.

이 순간에 아이 젖먹이기는 '노동'이 되고 '시장경제'로 편입됩니다.

그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젖먹이 아이는 사랑스러운 '내 새끼'가 아니라, 돈벌이용 '남의 자식'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시장 경제'의 감추어진 얼굴입니다.

온 세상 구석구석에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돈벌이만 된다면 이 돈은 빛의 속도로 온 세계를 누빕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를 마련하고 주고받는 데 쓰이는 돈은 이 가운데 1퍼센트도 안 됩니다.

나머지 99퍼센트 이상은 모두 주식시장이나 증권시장 같은 데서 도박 자금으로 쓰입니다.

그리고 돈이 돈을 땁니다.

마침내 그 돈은 모두 1퍼센트 손에 들어갑니다.

 

이 1퍼센트가 부추기는 '돈놀음'을 그만두지 않으면 나머지 99퍼센트는 살길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를 '상품'으로 내놓지 않을 길이 없을까요?

우리 집 살림, 마을 살림을 돈에 맡기지 않고도 살길을 찾읍시다.

서로 도와 가면서, 일손을 주고받으면서 우리 힘으로 살길을 찾읍시다.

그러려면 서로 '품앗이'를 해야 하겠지요.

먹고, 입고, 자고, 아이 기르고, 살림에 꼭 필요한 돈만 남기고 그 나머지 돈은 모두 없애는 길도 있겠지요.

 

아이와 부모가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나라 살림이 하루아침에 거덜납니다.

핵무기가 쌓이고, 전쟁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모두 돈이 시키는 일입니다.

1퍼센트가 돈에 기대 망가뜨리는 세상을 99퍼센트가 바로잡을 길이 없을까요?

그러려면 먼저 이른바 '시장경제'라는 야바위 놀음판을 없애야겠지요.

서로 '일손'을 내어 '품앗이'하는 길도 돈에 기대지 않고 사는 길 가운데 하나겠지요.

 

<개똥이네집> 2012년 3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2-02-23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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