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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육지 것'들이 제주도에서 저질러 온 나쁜 짓은 열 손가락, 열 발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란다. 한 나라를 이루고 살아온 평화로운 땅에 창칼 들고 쳐들어가 식민화한 뒤로부터, 제주도 사람들이 겪었던 고난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삼별초의 난, 이재수의 난, 해방 후에 통일된 나라를 외치며 남녘만의 반쪽짜리 단독 정부를 마다했다 해서 마을에 불을 지르고, 남정네들을 떼주검으로 만들어, '여자 많은 섬'으로 만든 일, '뭍것'들이 제주도 절반 이상에 땅 투기를 해서 예전에는 마음 놓고 소 기르고 말 기르던 오름마다 가시철망 둘러 살림을 옥죄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이번에는 그 아름다운 강정마을에 미국을 위한 해군기지를 만들겠단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에 굳이 군사시설을 들여와 거기에 항공모함도 배치하고, 미사일 기지도 갖추려는 게 무엇을 위한 누구의 음모인지를. 아다시피 이 땅에서 전쟁은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외세가 사이에 들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전쟁은 잠깐 '정전' 상태에 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쟁을 시작하고, 정전 협정에도 서명한 두 적대 진영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 당사자는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다시 전쟁이 벌어져도 내용이야 어쨌거나 형식은 '미국'과 '조선'의 전쟁이다. 북녘이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바꾸어야 하고, 그러려면 '미국'과 '조선'이 머리 맞대고 마주 앉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외치는 것은 '대한민국'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전쟁 당사자가 '미국'과 '조선'이기 때문에, 이 당사국 사이에 새롭게 평화 협정 서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쟁이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입으로는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제주도에 전쟁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 전쟁 기지는 앞으로 '다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중국과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전초 기지로도 쓰일 수 있고, 러시아와 북녘을 동시에 위협할 수도 있다. 남의 땅에 전쟁 기지를 마련해서 전쟁의 불씨를 심어 두는 것은 미국 지배 계층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쟁광들이 지난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회가 닿는 대로 저질로 온 범죄 행위 가운데 하나다.

 

이 땅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늘 앞장서 왔던 문정현 신부가 강정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 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한사코 막으려는 뜻은 '육지 것'들이 '미국 것'들과 한 패가 되어 4.3보다 더 큰 비극의 씨앗을 제주도에 뿌리려는 음모를 사전에 막으려는 뜻밖에 다른 뜻이 없다.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1년 9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1-09-07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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