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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끝난 아시안컵 축구 대회에서 일본이 우승을 차지 했어요.

결승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넣어 일본에 우승컵을 안긴 이충성 선수에게 온갖 관심이 쏟아졌지요.

 

일본 선수인데 이름이 '이충성'이라구요? 아무리봐도 '이충성'이라는 이름은 일본식 이름이 아니라

우리 식 이름인데 일본 국가대표라니 좀 의아하지 않으세요?

 

예, 이충성 선수는 추성훈, 정대세, 안영학 선수과 마찬가지로 재일조선인입니다. 일제식민지를 거치며 일본으로 건너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조국이 해방된 뒤에도 여러가지 사정으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터를 잡고 살면서 재일동포들이 생겨나지요.

 

해방된 뒤, 스스로 일본에 가서 살아가는 재일교포들과는 달리 재일동포(재일조선인)들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서 숱한 차별과 억압을 받고, 해방 뒤에는 일본이 자기들 맘대로 부여했던 일본 국적을 또 하루아침에 억지로 빼앗아 외국인으로 만들어, 일상생활에서 차별과 배제를 당하면서 살아왔어요.

 

더 안타까운 것은 그이들의 조국이 우리 나라에서도 그이들은 또 다른 차별과 오해에 시달려왔다는 거죠.

이충성 선수도 축구를 잘해서 조국의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 일본국적을 취득하기 전에 한국 청소년대표팀에 참가했었는데, '반쪽바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입고 일본으로 돌아가서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일본 국가대표가 되었다고 해요. 축구 선수니까, 축구를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민족 정체성만은 지키고자 일본 국적을 취득한 뒤에도 여전히 '이충성'이라는 우리 식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요.

 

아시아컵에서 우승한 일본팀의 이충성이 골을 넣을 후 화살세러모니를 선보이고 있다 -출처: 민중의 소리

 

아시안컵 영웅이 되고 난 뒤, 우리 언론에서도 이충성 선수를 집중해서 여러 기사가 났었는데, 이충성 선수를 비롯한 재일조선인들의 처지에 공감하는 분들도 많지만, '매국노'에 '반쪽바리'라며 비난 하는 분들도 있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재일조선인들이 어떻게 일본에서 살게 되었는지만 알아도 그런 말들은 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충성 선수 뿐만아니라 정대세, 안영학, 추성훈, SK와이번스 김성근 감독, 일본의 야구 영웅 장훈 선수와 같은 스포츠 스타들, <디아스포라 기행>을 쓴 서경식 선생님, <생각하는 힘>을 쓴 강상중 교수와 같은 지식인들 모두 재일조선인이에요. 우리에게 익숙한 재일조선인들, 다시 말하면 자기 분야에서 어느정도 알려지고 유명해진 재일조선인들을 보면서 약자의 처지에서 성공한 성공담으로만 그이들을 바라볼 뿐, 재일조선인들이 겪어온, 여전히 겪고 있는 온갖 차별에는 우리가 너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이충성 선수에게 '반쪽바리', '매국노'라고 욕을 하신 분들이 재일동포들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알게되면 좋겠어요. '우리학교' 같은 다큐멘터리나 '박치기' 같은 극영화를 봐도 알 수 있고, 재일조선인들이 직접 쓴 책들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여기 또 좋은 기회가 있어요.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곳에서 하는 문화 나눔 마당에서 '재일동포 리정애의 서울체류기'라는 강좌가 열려요. 2월 18일이라네요. 보리에서 나온 만화책 <재일동포 리정애의 서울체류기>의 주인공인 리정애 선생님은 얼마전 한국국적을 가진 통일운동가와 결혼해서 성북동에 신혼집을 꾸렸답니다. 외국인들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데, 같은 동포인 재일조선인(조선국적을 가진)들은 맘대로 드나들 수 없는 조국에서 불안불안하면서 알콩달콩한 신혼을 보내고 있는 리정애 선생님에게 재일조선인들이 겪어온 역사와 살고 있는 현실을 들어보세요. (강연정보는 http://www.withoutwar.org/bbs/view.php?id=www_free&no=15465 여기를 참고하세요^^)

 

 

 

 

편집 살림꾼 스테고

편집 살림꾼 스테고 2011-02-08

어쩌다보니 출판사에 들어와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책 만드는 일보다는 책 보는 일이 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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