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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주년이 가까워 오네요. 2009년 1월 20일 아침에 영어학원을 가려고 준비하다가 아침 뉴스를 봤어요.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지은 망루를 경찰들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이나 5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쿵 하고 무너졌습니다. 영어학원을 갈 기분이 도저히 안나더라구요. 조금 뒤 한 명이 늘어 경찰특공대원1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이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거나 경찰에 연행 돼 구속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내가 살던 용산> 철거민

 

저는 그 때 기분이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요, 2009년 1월 20일, 용산에서 무너진 것은 망루가 아니라 '철거민도 사람이라는 진실, 우리들의 인간성' 이런 게 한 번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뒤로 철거민들과 유가족들이 지난한 싸움이 있었죠. 많은 시민들과 종교인들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했었구요. 그렇게 1년을 1인 시위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 공연도 하고, 날마다 미사도 드리고, 전국을 돌면서 용산 참사의 진상과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해서, 정말 죽지않을만큼 고생고생해서 국무총리의 사과 아닌 사과를 받고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식을 1년만에 했었죠.

 

<내가 살던 용산> 레아호프, 그들이 만든 희망

 

 

하지만 그 뒤로도 많은 문제들이 남겨졌습니다.

기나긴 재판 끝에 당시 망루에서 구속된 철거민들은 용산참사의 책임을 온통 뒤집어 쓰고, 아버지를 불태워 죽인 아들로, 동료들과 경찰관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실형 4~5의 중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고 한대성 님이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조용한 마을 신동은 어느새 강제철거가 진행되고 있구요.

홍대 앞 두리반을 비롯한 곳곳에서 여전히 강제철거가 일어나  가난한 사람들은 속절없이 쫓겨나거나 거대한 건설회사와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산 참사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오늘 아침에 용산 참사가 일어난 현장 건물인 남일당 건물이 철거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살던 용산> 상현이의 편지

 

구속 철거민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끝나서 검찰이 증거보존 해놨던 것을 해제했기 때문이랍니다. 여섯 분이 돌아가신 곳.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용산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밤낮으로 모여서 촛불을 들고, 미사를 드리고, 예배를 드리고, 농성을 했던 곳. 어느 시인의 말처럼 늙으신 하느님 날마다 찾아와 울고 갔다는 그곳이 철거된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제 그곳에서 비까번쩍한 주상복합 고층건물이 들어서겠죠.

 

화려한 건물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사람들이 용산 참사를 잊지않고 떠올리면 좋겠어요. 다시 생각하는 일이 참으로 마음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우리마저 용산 참사를 쉽게 잊어버린다면, 마치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돌아갈테니까요. 또 한겨울에 강제철거로 철거민이 되어 쫓겨나는 사람들이 생길테고, 그이들이 저항한다면 언제나처럼 용역을 동원해 괴롭히고, 경찰특공대가 출동해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아댈 테니까요.

 

남일당 건물은 이제 사라지겠지만, 그 안에 깃들어 있는 기억과 역사는 사라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남일당 건물을 떠나지 못했을것만 같은 이상림 할아버지, 양회성 님, 한대성 님, 이성수 님, 윤용헌 님, 그리고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찰특공대원까지 모두들 하늘나라로 편히 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는 강제철거도 없고 집없는 사람도 없고 용역깡패도 없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편집 살림꾼 스테고

편집 살림꾼 스테고 2010-12-01

어쩌다보니 출판사에 들어와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책 만드는 일보다는 책 보는 일이 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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