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국은 멸망한다. 'G20'이라고 거들먹거리는 제국들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이 제국들을 멸망시킬 현대판 '게르만족'은? 이른바 '이주 노동자'들이다.
현재 'G20'에 속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몸 놀리고 손발 놀려 농업, 어업, 광산업, 임업 같은 기초 생산을 뒷받침하는 노동력은 '이주 노동자'들이다. 도시에서도 힘 드는 일, 그러나 살아남는데 꼭 필요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이분들이다. 미국도, 유럽고 그렇고,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그럴 것이다. 이 이주 노동자들은 어려서부터 손발 놀리고, 몸 놀려 일하는 생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머리도 좋은 사람들이다.
이분들이 처음에는 떠밀려서, 그 다음에는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를 마련하는 일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는 이 젋고 허드렛일도 마다 않는 옛 식민지나 반식민지 노동력을 수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나라가 되어 버렸다. 옛날에는 군대를 보내 나라 뺏고, 자원을 약탈하고, 현지에서 식민지 백성 고혈을 빨던 제국들이, 지난 50년 사이에 정책을 바꾸어, 옛 식민지 백성들을 제 나라로 끌어들여, 그 젊고 싱싱한 피를 빨아 잔명을 유지하는 늙은 흡혈귀들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제 나이 들어 노동력을 잃은 그 늙은 흡혈귀들과 머리 굴리는 일만 배워 몸은 강시나 좀비로 바뀌어 버린 제국의 젊은 흡혈귀들은 이미 기초생산 영역에서 천리만리 떨어져 있어서 스스로 제 앞가림하지 못하는 집단 치매에 걸려 있다.
'게르만족'에 용병으로 들어와 있다가 반란을 일으켜 하루아침에 로마제국을 쑥대밭 만들었다고? 천만에. 게르만족은 사치와 방탕에 빠진 농민으로 구성되었던 옛 로마제국군들의 노쇠와 나태와 안일의 틈을 파고들어 생산 기지 전반을 장악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로마제국 멸망이다.
이 새로운 '용병'들을 쫒아내자고? 극우 애국 전선을 결성하자고? 그러면 누가 먼저 죽는데?
다른 길이 없다. 이분들을 하늘처럼 모셔야 한다. 이분들을 칙사로 대접하고, 이분들 일손과 머리 씀을 배워야 한다. '다문화'는 인류가 조금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이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세계 늙은 제국들 사이에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우리나라 같은 삼류 제국에도 그 못된 돌림병이 들어와 우리 생산 기지에서 젊은 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이분들한테 고마움을 표시하기는 커녕 우리도 어느 틈에 흡혈귀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참으로 두렵고 두려운 일이다.
윤구병
이 글은 보리에서 펴내는 부모님 책 <개똥이네 집> 2010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나눔이
2010-12-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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