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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농민독본' 가운데

농민은 못난 사람이 아니다.
못난 사람은 농민이 아니다.
못난 사람이 아닌 농민이다.

우리 조선은 농민의 나라입니다. 과거 4천여 년 동안의 역사를 돌아 볼 때 어느 때에 비록 하루라도 농업을 아니하고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역사의 첫머리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혀 농민의 나라인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 현재를 살펴볼 때 전 조선 인구의 10분의 8이 논에 밭에 산에 나서고 있으니 온 세계를 통틀어 본다 하더라도 우리 조선과 같이 철저한 농업국은 다시 없습니다.오늘날 조선에 있어서 총생산 18억원 가운데서 농산물이 13억을 차지하고 있어 이것 때문에 우리의 목숨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가 농민의 손과 발이 가지 아니하고 되는 것이 없습니다. 2천5백만 인구가 논에서 밭에서 산에서 귀중한 땀을 철철 흘리면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조선에서 주인공인 농민은 이때까지 주인 대접을 못 받고 살아 왔습니다. 그까짓 농군놈들, 촌놈들이라고 학대하고 멸시함이 정말 혹독하였습니다. 온 세상이 다 농민을 사람으로 여기지 아니하여 조금도 들보지 아니하였습니다.

따라서 조선의 주인인 농민은 도리어 헐벗고 굶주리고 불쌍한 가난뱅이가 되었습니다. 주인이 못 살면 다른 사
람도 따라서 못 사는 법입니다. 우리 조선에서 농민이 이처럼 가난하다는 것은 전 조선이 못 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힘을 농민에게 돌려야 합니다.

농사는 천하의 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억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진리 입니다. 사람의 먹고 사는 식량품을 비롯하여 의복, 주택의 재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 생산에 기대지 않는 것이 없느니만큼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 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 아침에 농업은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 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농민의 세상은 무궁무진합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어떤 사회나 국가나 민족이나 한 덩어리로 이루어질 때는 반드시 그 가운데에 절대 다수를
차지한 계급이 그 사회나 국가나 민족의 주춧돌이 되며 기둥이 되는 것이니 이것을 볼 때에 조선의 장래는 농민의 것이 안 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농민의 손으로 농민을 본위로 한 정치와 경제와 문학과 예술과 교육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11월 11일은 농민의 날입니다.
공장 과자보다
우리의 생명 창고를 손에 잡고 계신
농민의 마음이 먼저 떠오르는 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보리

보리 2010-11-11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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