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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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 소식지에 실리는 윤구병 선생님 인터뷰 글입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랑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 지 이야기해주세요

내 나이 예순아홉에 가까우니까, 항상 말하지만 언제 죽어도 자연사인 나이지. 그리고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60년대 대학 나온 사람으로 기득권을 쭉 유지하면서 잘 살아왔다고 봐요. 보시다시피 외모는 이렇게 못 생겼고... 한 때 공동체생활하고 서울에 출판사 일도 조금 했고, 그 후 한 일 년 동안 자유롭게 생활하고 지냈어요. 지금은 공동체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보리출판사 일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어요. 올해가 지나면 출판사 일도 내가 없이 굴러갈 수 있을 만큼 탄탄하게 기반이 잡힐 거라고 봐요. 그렇게 되면 지름박골에 가 있으면서 힘닿는 대로 약초 같은 거 채취한다든지, 기르는 일도 거들면서 공동체와 함께 하고 싶어요.

곧 죽어도 자연사다 이런 말을 하시지만, 항상 젊어 보이십니다. 젋게 사는 비결은 뭔가요?

철이 없어서 그러지. 전에 B급 좌파 김규항이 청년 윤구병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어요. 그리고, '두근두근 탐험대' 만화 그리는 김홍모군이 날 더러 느닷업이 선생님은 몽상가 같다고 하더라고. 끝없이 꿈꾸는 사람이고. 애들이나 그러지, 어른 되면은 꿈들 안 꾸잖아. 그러니까 아직 철 덜 들었다는 증거야.

공동체를 처음 만들게 된 이유는 뭔가요?

내가 쓴 '실험학교이야기'라는 책에도 나오지만, 농사지으면서 아이들을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힘을 가진 아이들, 함께 오순도순 살 힘을 가진 아이들로 길러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쭉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간만이 모여 있는 도시에서는 이런 꿈을 실현하기가 어렵겠더라고요. 다른 생명공동체 일원들이 함께 어울러 있는 시골에서 이렇게 생명공동체를 꾸리고 거기에서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고 길러 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된 거죠.

선생님께서 처음 공동체를 그렸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 모습은 어떤가요?

원래는 인구 한 5천명되는 공동체를 이루어서 거기서 모든 문제,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 사회, 과학, 예술 문제까지 다 해결하는 공동체를 꿈꾸어 왔어요. 하지만, 나는 그 꿈이 그냥 꿈으로 그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런 공동체의 원형을 갖추는 데 한 30년이 걸리리라고 봤는데, 지금 반환점을 돈 거니까 어떤 것은 빠르게 이루어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더디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큰 방향에서는 길을 멋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여기서 1년 이상 지낸 사람들이 외부로 안 나가고 전부 이 근처에 터를 잡고 살게 되면서 공동체의 울타리가 넓어졌고, 또 식구들도 적어졌다가 많아졌다 하지만 큰 흐름으로는 점점 식구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지금은 여기저기 계곡물이 흘러 나와서 시내를 이루고 있는 형편이지만, 나중에는 강물이 깊어지고, 강폭도 넓어져서 큰 배를 띄울 수 있게 되겠죠.

공동체를 만들어가면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던가요?

사실은 사람관계가 제일 힘들죠. 그러니까, 공동체의 원칙에 의해서든, 혹은 자기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개성에 의해서든 자율성이 심하게 침해받고, 외부적인 강제가 더 강화되면서 자기가 없어져 버리는 문제, 거기에 대한 것이죠.

현재 공동체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은 누가 하는 말인데, 농사를 한 철이라도 먼저 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거죠. 왜 그러냐면은 자연은 스스로 자기 입으로 사람들에게 알아듣게 말을 하지 않아요.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생활해온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시골에서 노인네들이 잔소리가 많다고 그러지. 하지만, 사실은 전체 생명공동체를 아우른 자연이 인간에게 하는 잔소리예요. 다만, 노인네들의 입을 빌려서 하는 거지.
또, 요즘 들어서 이런 생각이 들어요. 머리 쓰는 일은 꼭 필요할 때 드문드문 쓰고, 마음 쓰는 일에 신경을 쓰자고 말이죠. 마음을 쓴다는 것은 남에 대한 배려, 남의 사정을 헤아려보고, 그 사람 처지에서 그 사람을 배려한느 거거든요. 그러니까, 마음을 주고받고 마음을 쓰는 데 조금 더 많은 힘을 기울이자. 그렇지 않으면 그 나머지는 아예 마음을 놓아버리자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보리

보리 2010-10-29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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