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보리출판사에서 펴내는
부모와 어른을 위한 책 <개똥이네 집> 2009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핀란드에서 학교 교육은 크게 만 6세 어린이를 위한 취학 전 교육, 1학년부터 9학년까지 기초학교 교육,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 고등학교 교육 또는 직업학교 교육, 대학 이후 교육, 성인 교육 들로 이루어진다. 모든 교육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짜로 시킨다. 그래서 핀란드의 학부모들은 만 6세부터 대학원 박사 학위를 마칠 때까지 어떤 학비도 낼 필요가 없다. 극소수 외국인 학교를 빼고는 어떤 학교에서도 학비를 받을 수 없다.

교육 예산은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핀란드 국민들도 소득 수준에 따라서 세금을 내지만, 그 세금으로 누구나 똑같은 교육과 복지 혜택을 받는다. 핀란드와 스웨덴 같은 복유럽 나라들이 펼치는 이런 제도를 '보편적 복지'라고 부른다. 핀란드는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이 무엇이며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취학 전에는 놀이와 표현 교육부터

핀란드에서는 2001년부터 만 6세 어린이들이 '취학 전 교육' (pre-school education)을 공짜로 받고 있다. 의무는 아니지만 2006년 98퍼센트가 넘는 학생들이 취학 전 교육 과정에 다니고 있었다. 이 단계에서는 문자나 지식 중심보다는 놀이와 표현 교육들로 아이들의 사회성, 감각과 인지 능력, 정서를 발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학 전 교육의 목표는 부모나 가정 환경의 영향으로 아이들한테 나타나는 발달 차이를 줄여서 모든 아이들이 기초학교에 입학한 뒤에 정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취학 전 교육은 기초학교 부설이나 다섯 살이 안 된 어린이를 위한 탁아소(day-care center) 부설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핀란드 교육의 힘은 영유아 보육과 교육에 대한 적극 투자, 특히 1년 동안 진행되는 취학 전 무상 교육에서 나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핀란드 교육법에 따르면 핀란드에 사는 (영주권을 가진) 모든 어린이들은 기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6년과 중학교에 해당하는 3년을 합한 9년 동안 의무교육인 기초학교에 다닌다. 어린이들은 일곱 번째 생일이 있는 해 가을 학기부터 입학하게 되는데, 부모와 학생이 원하면 한해 먼저 입학할 수 있고, 학습이 뒤처지거나 다른 까닭으로 더 다니고 싶은 학생들은 한 해를 더해서 십 년 동안 다닐 수도 있다.

기초학교에는 1학년에서 9학년까지 한 학교에서 다니는 곳도 있고, 1학년에서 6학년 또는 7학년에서 9학년 학생들만 다니는 학교도 있다. 2007년 현재 종합학교는 3,300개가 넘는데, 학생이 10명도 안되는 곳부터 900명 넘는 곳까지 다양ㅇ하다. 기초학교는 완벽한 무상 교육이다. 교과서를 비롯한 학습 자료들은 물론 공책과 학용품, 연습장, 그리고 점심 급식까지도 모두 공짜다. 특히 집에서 학교가 5km 넘게 떨어져 있거나 통학하기에 특별히 위험한 곳에 사는 학생들한테는 지방자치단체가 교통비를 주거나 교통 수단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인구가 적어서 학교가 많지 않고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는 핀란드 북부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택시를 타고 통학학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집과 학교를 오고 가는 시간이 세 시간 넘게 걸리는 학생들은 숙식비도 준다.

학교, 교사, 학생이 '주인'인 교육
 
핀란드에서는 기초학교를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9년 동안 나라가 정한 핵심 교육 과정에 따라 어느 학교에서나 공통된 교육을 받는다. 핀란드에서도 70년대 초까지는 독일처럼 초등학교 6학년 단계에서 인문학교에 진학할 학생과 실헙학교에 진학할 학생으로 나누는 학교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부터 종합학교 체제로 개편을 시작해서 1980년대 초에는 종합학교 제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종합학교인 기초학교 단계에서는 학교에 따라 특성화된 선택 과목들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특별한 목적을 가진 학교를 만들어 특별한 교육을 시킬 수는 없다.

기초학교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성숙한 인격과 책임 있는 윤리 의식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평생학습을 하면서 자기 발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고르게 질 높고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초학교 저학년(1~6학년)에서는 학급 담임 교사가 수업을 대부분 다 하지만, 고학년(7~9학년)에서는 주로 교과목 담당 교사들이 수업을 가르친다. 보통 학생들은 9년 만에 교육 과정을 마치지만, 학습이 뒤떨어지는 학생은 한 해를 더해서 10년 동안 다닐 수 있다.

기초학교 교육은 지방 정부나 학교, 교사들에게 폭넓은 자율성을 주어서 다양하고 창의로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게 보장하고 이싹. 기초학교의 법정 수업일수는 연간 190일로, 8월 중순에 학기를 시작해서 다음해 6월 초에 끝난다. 학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1년에 4~5학기제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주5일제 수업을 기초로 주마다 19~30시간까지 수업을 받는데, 나이와 선택 과목 수에 따라 그 시간이 달라진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쉬는 날을 더 늘릴 수 있다.

기초학교에서는 필수 과목과 선택 과목을 가르치는데, 필수 과목은 모국어와 문학, 환경, 건강, 종교, 윤리, 역사, 사회,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리, 체육, 음악, 예술과 공예, 가정 들이다. 선택 과목은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가교육청은 핵심 교육 과정과 지침을 정해서 여러 교과목들이 담아야 할 주요 내용을 결정한다. 국가 교육 과정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시의성 있고 중요한 문제들처럼 모든 교과서를 두루 아우르는 주제들도 포함된다.

학년 구별 없이 함께하는 교육

핀란드 기초학교 교육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을 수준에 따라 나누어 가르치지 않고 학습 능력이 높은 학생이나 낮은 학생들을 함께 모아 놓고 (mixed ability group) 가르친다는 점이다. 핀란드 교육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우열을 나누어 가르치는 것보다 다양한 학습 능력을 가진 학생들(특수교육 대상 학생까지도)이 함께 공부하도록 학습을 꾸릴 때 학업성취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판란드 기초학교 교육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나이가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서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나이가 같은 학생들을 한데 묶어 같은 교육 내용을 한꺼번에 가르쳤던 과거 교육 형식을 뛰어넘는 것으로 눈여겨볼 만한다.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나라들은 이런 학습 집단을 구성하기 위해서 교육 목표들을 학년이 아닌, 3년 넘는 기간을 단위로 세우고 있다. 이와 같이 무학년제 혼합 연령 학급을 운영하는 학교는 아직 10여 개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차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창의적인 학습이 가능하여 학습 동기를 북돋울 뿐 아니라, 사회성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글 | 안승문

1983년부터 교단에 섰다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월간 <우리교육>을 창간했으며 서울시교육위원으로도 일했다. 2007년부터 스웨덴에 머물면서 북유럽 복지사회의 공교육을 공부했다. 지금은 '교육희망네트워크'와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보리

보리 201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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