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도서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감 채널
라이브러리&리브로 2010년 7월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춘궁기 보리처럼
출판계의 빈 고리메워 온 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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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남북한 어린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이 같은 원칙들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함께 사는 세상의 참가치를 배울 수 있는 책을 펴 온 출판사. 22년 동안 긴 시간을 ‘보리’와 함께 해 온 김용란 편집기획조정실장을 만나 강산이 두 번 바뀐 이 출판사만의 출판 철학과 책 만드는 보람을 들었다.
맹한승 |북 칼럼니스트. 休 칼럼니스트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의 기본은 스스로 그렇게 되는 것, 즉 그래야만 마땅한 이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동양에서는 장자나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 서양에서는 에밀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철학이 자연교육을 대변하곤 한다.
본래 있어야 할 자리의 자연스러운 순리를 가르치는 게 교육이라면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호흡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
을 가르치는 이치야말로 올바른 교육의 표본이 아닐까? 도서출판 보리는 지난 22년 동안 ‘자연살이’ 교육 출판을 통해 인위적 출판 이념이 아닌 자연 생태와 환경,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 왔다.
우리네 정서상 ‘보리’는 봄날의 들판을 끝없이 초록바다로 물들이는 청아한 생명의 환희이며, 겨레의 오래된 곡식이며, 가난한
이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양식이다. 보리는 가을에 심어 초여름에 거두는 인고의 양식이다. 그렇기에 추운 겨울을 이겨낸
자연의 생명력과, 함께 나누는 자연의 배려가 물씬 배어 있다. 말하자면 우리네 심성을 은근하게 닮은 곡식이다.


도서출판 보리는 22년 동안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는, 함께 사는 세상의 참가치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을 펴냈다. 이 책들은 쑥부쟁이나 엉겅퀴, 들판에 흩날리는 들꽃과 같은 자연의 모습을 닮아 있다. 출판사 이름만큼이나 풋풋하고 싱그러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편집실과 사내 식당을 오가며 김용란 편집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보리의 탄생 설화
(?)부터 전설이 된 이야기까지 오밀조밀하게 들었다.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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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란 편집기획조정실장

보리출판사 창립멤버로 ‘보리기획사’ 시절부터 현재의 ‘보리’를 일구어온 산증인. 스무 해 남짓 보리에서 그림책과
단행본 만드는 일을 해왔다. 한 때 극단 근처를 기웃거리기도 한 그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시 강좌 여수강
생 3’으로 출연하며 평소 가슴 한 켠에 숨겨놨던 배우(?)로의 꿈을 실현했다.


2010년 현재 보리출판사의 전체 발간 종수는 얼마나 되며, 최근 보리출판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출판 기획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 그리고 특별히 그런 기획을 강조해 선보이는 아유가 있다면?

그동안 출판한 종수는 전집을 빼자면 300종쯤 된다. 처음엔 교육 출판사로 출발했다. 교육 가운데서도 미래에 우리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어린이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보리에서 펴낸 교육서는 초등교육에 중심을 두었는데, 이 아이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면 자연스럽게 인문,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역사에 눈이 열려야 하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바로 살펴야 한다. 우리 겨레의 인문, 사회, 자연과 학적인 전통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 땅에 뿌리를 내리려면 어떤 시각이 열려야 하는지, 바른 길잡이가 필요하다. 그래서 청소년 역사 문고 《새롭게 보는 우리 역사》를 기획하고, 7월부터 공개 강연을 연다. 《새롭게 보는 우리 역사》는 우리 역사에서 잊혔거나 잘못 알려진 대목을 찾아내 새롭게 다시 읽어 보는 역사 연작이다. 그리고 1차적으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민족의학연구원과 손잡고 우리 겨레의 지혜롭고 전통적인 질병 치료법을 한 권씩 펴내고 있다. 상업주의 논리로 대다수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가장 쉽고 효과적인 것이 우리 옛 치료법이다. 남북녘과 중국의 여러 민간요법서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게 구성하고 있다. 현재의 상업적 첨단 의학의 충분한 대안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보리출판사만이 추구하는 출판 정신은 무엇인가? 초창기 창업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화된 출판관이 있다면 비교해서 말해 달라.

보리는 1988년에 ‘보리기획실’로 문을 열어 2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보리기획실’ 시절에 《올챙이 그림책》(모두 60권, 1991년)과《달팽이 과학동화》(모두 50권, 1994년)를 기획하고 편집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생명을 존중하고, 사물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이웃과 더불어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일구어 행복하게 살도록 일러주고 있다. 모두 서너 살부터 대여섯 살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는데, 어차피 이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제도 교육 울타리에 갇혀 다른 사람들의 통제 속에서 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때 교사 교육이 무척 중요하다고 보았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교육에 큰 몫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을 넓혀 갔다. 그래서 교육출판사를 설립하자고 출판사 등록을 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주식회사로 회사를 꾸리게 된다. 개인 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바꾼 까닭은 책을 만들어 이익이 생기면 먼저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하고, 좋은 책에 재투자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넘어선 비전을 가지고 출판사를 운영해보자는 뜻이 깊었다. 사람과 사람이, 또는 사람과 다른 생명체가 함께 어울려서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출판사라고 할까? 사람과 사람이, 또는 사람과 다른 생명체 가 함께 어울려서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출판사라고 할까? 보리기획실 때부터 지켜오고 있는 출판의 기본 원칙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우선은 ‘목적 사업’과 ‘수익 사업’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목적을 널리 알리고 책을 읽는 사람이 거기에 동의를 해서 동참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면 자연히 좋은 책은 많이 팔릴 것이고 따라서 수익 사업도 될 것이라고 보았다.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남북한 어린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는 원칙들도 지금껏 지키려 애쓰고 있다.


보리는 지금까지 어린이, 청소년,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교육 철학과 교육 전망을 제시하는 책들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이러한 보리의 교육 이념을 잘 구현하는 대표작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보리는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몸 놀리고 손발 놀리면서 제 앞가림을 하고, 그 속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도우며 사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고 보았다. 그런 목표가 구현되려면 과거 성과를 묶어내는 것만 가지고는 부족하고 아이들의 삶에 중심을 두고, 미래 지향적이고 창조적인 교육의 목표 속에서 나온 성과를 묶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거기에는 평생 정직한 글쓰기와 가치 있는 글쓰기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참삶을 가꾸도록 애쓰셨던 이오덕 선생님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이오덕 선생이 중심이 되어 꾸린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의 성과를 묶어내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이름난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을 진짜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참된 삶을 가꿔 주려고 애쓰는 교사들의 체험과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책을 한 권 한 권 내게 되었다.《개똥이네 놀이터》는 다달이 펴내는 어린이 잡지인데, 이는 글·그림·노래·놀이 같은 어린이 문화를 아울러서 아이들의 삶을 모든 영역에서 되살려내고 아이들을 건강한 미래 사회의 일꾼으로 자라게 하자는 이오덕 선생님의 취지를 따라 만든 책이다. 아이들은 자연과 일과 놀이가 하나 되는 공부를 하면서 건강한 창의력과 상상력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부모님 책 《개똥이네 집》에는 오랫동안 어린이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온 분들이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교육 이야기를 싣고 있다. 아이랑 함께 커 가는 어른들 이야기, 살림살이를 소박하게 가꾸는 지혜와 여러 문화 단체 소식들도 골고루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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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에서 다달이 펴내는 <개똥이네 놀이터>와 <개똥이네 집>


‘보리출판사’ 하면 유난히 생태 도감이나 자연 그림책 등, 세밀화로 그린 책들이 많다. 이렇게 어린이 책에 세밀화를 강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나는 꽤 오랫동안 그림책을 만들어 온 편집자인데 늦깎이로 결혼해서 이제 겨우 일곱 살, 네 살짜리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다. 일곱 살짜리 큰 아이는 줄을 잘못 선다. 단체로 줄을 설일이 있으면 늘 삐져나와 딴 짓을 하고 있다. 그런 아이가 산이나 들에 가면 이리저리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놀잇감을 찾고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할 줄 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건강한 감수성을 키워 줘야 한다. 그러려면 자연 속에서 제 눈과 살갗과 코와 혀, 온몸을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감각 정보를 가진 아이들이 한데 모여 놀면서 정보를 나누고 그렇게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생명체와도 상생할 길을 열어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자연을 세밀하게 보고 바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도시는 인공물로 둘러싸여 있고 자연의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또한 사람은 자연이라는 커다란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연과 만날 수 있는 징검다리가 꼭 필요하다. 그런 뜻에서 세밀화로 그림책이
나 도감을 펴내게 되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살아 있는 생명체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정확하다. 사진은 기계의 눈으로 본 것이고 한 곳에 초점을 맞추면 다른 곳은 제대로 안 보인다. 배경도 따라 올라오기 때문에 개체를 온전한 모습으로 보여주기 어렵다. 세밀화는 사진 수십 장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한눈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따뜻한 감성까지 담아낼 수 있다.


보리는 늘 자연 속에서 함께 숨 쉬는 녹색 철학을 책에 담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위해서 보리만이 추구하는 환경 운동 내지는 자연 운동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

보리에는 특별한 의무 교육이 있다. 누구나 회사에 들어오면 ‘변산공동체’에서 일주일 동안 농사일을 거들고 와야 한다. 변산공동체는 삶터와 일터가 곧 배움터이며 자연과 부모를 포함한 마을 어른이 스승이라는 ‘변산공동체학교’를 꾸리고 있다. 보리에서 첫 출발을 함께 한 곳이다. 사람들이 애써 몸을 놀려 일하는 것을 배우고 빠른 시간에 공동체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교육 마당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전 사원이 1년에 두 번 변산공동체로 울력을 떠난다. 보리에서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식구까지 함께 간다. 봄에는 모내기를 하고 가을에는 가을걷이를 한다. 지난 6월에도 모내기를 다녀왔다. 처음에는 가을에 벼 베기까지 했는데, 벼를 베고 제 때 알맞게 말려서 탈곡하는 일이 쉽지 않고 종종 애써 가꾼 벼를 비따위에 썩히는 일이 생겨 요즘은 벼 베기를 기계가 대신한다. 그런데 이앙기로 모를 내는 것이 수확도 많고 값도 싸고 일도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손모를 내는 까닭은 멀지 않은 미래에 농촌 공동체가 파괴되고 먹을거리를 온통 수입물에 의존하는 일이 벌어질 때를 대비하여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익히게 하자는 뜻이 있다. 그리고 협력업체인 ‘문턱 없는 밥집’과 ‘기분 좋은 가게’가 있다. 문턱 없는 밥집은 변산공동체와 이웃이 지은 유기 농산물로 운영하는 곳이다. 친환경 유기농가의 판로를 열어 주고, 도시에서도 가난한 서민들이 유기농 음식을 형편에 맞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밥집에서 생기는 수익은 무료 공부방, 무료 진료 사업에도 나누고 있다. ‘기분 좋은 가게’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기증받아 여러 사람이 다시 나누어 쓰는 가게이다. 유기농 먹을거리나 친환경 물품, 공정 무역물품 등도 팔고 있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 쓰는 되살림 강좌도 열고 있다. 그리고 보리출판사에는 직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조리실장이 한 분 계시지만 직원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거든다. 우리는 이 식당을 ‘밥상공동체’라고 부른다. 변산공동체에서 올라오는 쌀과 김치로 밥상을 차리고, 가끔씩 고구마, 감자, 옥수수 같은 참도 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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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에서 올라오는 쌀과 김치로 밥상을 꾸리는 밥상 공동체


보리출판사의 의미 있는 출판 사업 중 하나가 북한 원전 고전의 소개인 것 같다. 남과 북이 누구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표방하는 《겨레고전문학선집》이 우리 출판계에 끼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밖에도 앞으로 보리가 생각하는 통일 출판 운동의 다른 사업이 있다면?

《겨레고전문학선집》은 북녘에서 나온 《조선고전문학선집》을 다시 펴낸 것이다.《겨레고전문학선집》은 가요, 가사, 한
시, 패설, 소설, 기행문, 민간극, 개인 문집 등을 100권으로 묶어내 고전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일반 대중들 모두 볼 수 있도록 한 뜻 깊은 책이다. 이 선집은 겨레가 하나 되는 밑거름이 되고, 우리 후손들이 고전 문학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맛보고, 이어받는 징검다리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남녘과 북녘의 창조적인 문화 역량이 상호교류하면서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물꼬가 계속 트이기를 바란다. 또 하나 의미 있는 시리즈물로 《평화발자국》시리즈가 있다. 이 시리즈는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 일상 속에 뿌리박힌 차별과 폭력,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자유와 평화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다. 첫 권은 권정생 선생의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인데, 분단과 전쟁의 원인에 대한 짧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어른에 이르기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평화발자국》 이 평화를 지키고 통일로 가는 길에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리국어사전》도 통일을 바라며 남녘과 북녘의 초·중등학생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북녘말 800여 개를 올
림말로 골라 뜻풀이와 보기글을 주었고, 남북의 이념이나 문화 차이를 두드러지게 하는 표현은 삼갔다.


최근 출판계가 월드컵이다, 경기 부진이다, 해서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보리출판사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출판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 나가고 있는가?

좋은 책은 반드시 알아주는 독자가 있다고 본다. 좋은 책은 널리 알려지고 많이 팔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인가’ ‘다른 출판사에서는 낼 수 없는 책인가’ ‘출판의 빈자리를 메울 만한 책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면 서 최선을 다해 좋은 책을 만드는 것만이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사회를 맞아 점점 더 우리 것에 대한 의미 있는 천착이 아쉬운 시대이다. 외향적으로 해외 저작물만을 수입하려거나 국적 없는 모호한 신비주의 책들이 범람하는 시점에서 보리출판사만이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자 하는 시대적 출판 이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펼쳐 보일 보리만의 색깔 있는 출판사업은 또 어떤 것들인가?

동양과 서양 문화가 잘 간직되어 있는 책을 고루 출판하여 아이들에게 세계를 보는 눈을 넓혀 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책에 대한 선별 기준이 뚜렷해야 한다. 자유· 평등·평화를 지향하고 그런 뜻을 담은 책이라면, 즉 아이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라면 외국 책이 라도 정선해서 보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리에서 펴낸 스코트 니어링의 책이나 인종과 종교가 다른 여러 나라 아이들이 어울려 사는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나 몸이 불편한 아이의 성장 기록인 《왜 나를 미워해》 《휠체어를 타는 친구》같은 책이 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 것’보다 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을 내야 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앞으로도 보리가 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무의 희생이 아깝지 않은 참가치의 책만을 위하여

인터뷰 내내 ‘텃밭 가꾸는 즐거움’에 대한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던 기억이 새롭다. 올 들어 처음으로 재미를 붙이게 된 ‘텃밭 농사’에 관해 필자가 두서없이 떠들어대도(?) 김 실장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하는 표정으로 맞장구를 치며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흥이 나고 겸손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소회를 숨기지 않았다.

보리는 전 직원이 얼마 전 변산공동체로 손모내기 울력을 다녀왔단다. 오는 8월에는 ‘변산 여름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들살림, 산산림, 갯살림 체험 마당이 벌어진다고 한다. 편집실에서, 또는 식당에서 만난 보리 직원들에게선 꾸미지 않은 밝은 미소와 자연스러운 친절함이 몸에 배어 나왔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이들을 보면서 녹록치 않은 출판사의 내공이 느껴졌다.

보리는 이 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 어른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참가치를 제대로 전하는, ‘교육을 살리는 좋은 책’을 정성껏 만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한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져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나무의 희생이 자연과 생명을 가르치는 데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로 나타나기를 늘 희망한다. 어린이 그림책으로, 세밀화로, 학습 도감으로, 《개똥이 놀이터》로, 《겨레고전문학선집》으로 끝없는 변주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닮는 교육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올바른 역할을 해내는 교육을 의미한다. 오늘도 보리출판사는 우리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꿈꾸고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자연과 일과 놀이의 살아 숨쉬는 아름다움이 담긴 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을 닮아 자연처럼 너그럽고, 자연처럼 순박한 아이들의 감성과 이성을 살찌우는, 가장 더디지만 오래 가는 의미 있는 자연 교육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라이브러리&리브로

매월 1일 발행 | 발행인 조철현 | 편집주간 김성 | 스태프 정진희,서현석,민창기 | 아트디렉터 이성호 | 자료담당 최대영, 정상열 | 발행처 도서관미디어연구소 | 주소 110-190 서울 종로구 사간동 62-2 여산빌딩 3층 | 전화번호 02-736-7841 | 전송 02-736-7294 | 편집부 전자우편 [email protected] | 정기구독 문의 02-786-1479 | 1년 구독료 50,000원 | 정가 5,000원 | 광고문의 02-786-1479




보리

보리 2010-07-12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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