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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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젠가부터 무척 궁금하게 여긴 것이 하나 있다. 이오덕 선생님이 공검국민학교에서 가르치셨던 학생들은 그때가 50년도 더 전이니 이미 환갑이 가깝거나 넘었을 터이고, 그 뒤로 철리국민하굑나 대곡분교에서 가르쳤던 학생들도 쉰이 넘었거나 쉰 줄이 되었을 것이다. 이분들은 지금 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분들이 쓴 시나 산문을 묶어서 이오덕 선생님이 낸 책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 다 꼽기 힘들고, 그 가운데는 쟁쟁한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만 헤아려도 다섯 손가락이 넘는데, 살아 계시던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보통 때 자기 글이 실린 책을 두고 무슨 말을 전하더라는 제자 분들 이야기를 들어 본 기억이 없고, 그 뒤로도 이오덕 선생님 제자들 모임이 따로 생겼다는 소식도 못 들었다.

내 짐작에 그때 그 가난했던 시골 국민학교 학생들은 그 뒤로도 책과는 거리가 먼 가난한 집안 살림을 대물림했을 터이고, 또 그 가난을 자식들한테도 대물림해 주지 않았을까 싶다. 만일에 내 짐작이 맞다면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배웠던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이 땅에서 가난한 백성으로 살고 있고, 또 만일에 가난하게 사는 게 가장 죄를 덜 짓고 사는 삶의 형태라면, 이오덕 선생님은 이녁이 가르치신 아이들이 이 죄 많은 세상에서 가장 죄없는 사람으로 살 길을 열어 주신 것으로 믿어도 되겠다. 이오덕 선생님 가르침을 새겨들은 아이들치고 어찌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돈 만이 벌어 떵떵거리고 사는 게 장땡이라는 생각을 품을 수 있었을까. 이오덕 선생님이 1978년에 펴낸 아이들 글 모음 <일하는 아이들>과 한 해 앞서 갚은 출판사 청년사에서 펴낸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가 내 삶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1970년대에 나온 가장 소중한 책들을 꼽으라면 나는 리영희 선생님이 쓰신 <전환시대의 논리>를 비롯한 다른 어떤 책들보다 이 책을 꼽겠다. 나는 이 책들을 읽는 순간 이오덕 선생님 정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1982년 <어린이 마을>을 만들 때 나는 맨 먼저 이오덕 선생님께 연락해서 편집 기획 위원으로 모셨다. 그 뒤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아래부터 글쓰기회)가 충북 충주시 무너미 마을로 옮겨 가기 전까지 나는 이오덕 선생님을 모시면서, 때로는 연수회, 때로는 글쓰기회 사무실에서 그 많은 소중한 말씀들을 공짜로 배워 익혔다. 대학이나 대학워 공부보다 더 소중한 공부를 스무 해 가까이 한 셈이니 요즘으로 따지면 억대가 넘는 학비가 들었을 법하다.

이오덕 선생님과 다른 글쓰기회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무너미로 옮겨 가 이오덕 선생님껫거 몸소 초안을 작성하신 모둠살이 규칙에 따라 글쓰기 회원들이 모두 땀 흘려 일하면서 참삶을 가꾸는 모범을 보이자고 결의했을 때, 아직 때가 이르다고 고개를 외로 꼬고 글쓰기회를 탈퇴하면서 분명하게 반대했던 내 고집도 따지고 보면 이오덕 선생님 흉내 내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내가 대학 선생 노릇을 접고 막 변산에 가서 농사지으면서 공동체를 꾸리기 시작한 무렵이었는데, 교실에서 아이드로가 삶을 가꾸는 것과 농촌에서 곡식과 채소를 가꾸면서 여럿이 더불어 사는 일이 얼마나 다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때 선의도 악행에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의도가 결과를 뒷받침하지 않을 때, 그래서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았을 때, 선의를 방패 삼아 그 뒤에 숨는 것이 떳떳한 일은 아니다.

나는 시인 김지하가
보리

보리 2010-06-23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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