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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가 나왔습니다.

그간 참 많은 분들이 애를 써 주시고, 책이 나오길 기다려주셨는데... 기뻐하실 것 같아서 저도 기쁘네요. 사실 이 원고는 제가 보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만난 원고랍니다. 그렇다 보니 하나하나 다 배워가며 진행해야 했어요.  능숙한 편집자였으면 한 번에 척척 해결했을 문제들도, 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거든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뭐... 그래도... 그 시간들이 저를 단단하게 해주었노라!!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다 지나갔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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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승숙 선생님이 십 년 동안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었던 이야기를 글로 되살려낸 것입니다. 원고를 읽으면서 참 짠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특히 ‘은미’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하던 은미가 선생님과 그림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서게 되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으며 놀랐던 것은 은미가 강승숙 선생님의 반 아이가 아니었다는 것 입니다. 옆 반 아이인데도 그 아이의 아픔을 지나치지 않고 ‘나랑 그림책 읽지 않을래?’ 라고 말을 건네는 선생님을 상상하자, 왠지 은미가 부러워졌습니다. 선생님의 작은 손길이 아이에게는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왠지 은미가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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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상 선생님이 찍은 사진


이 책은 눈이 매몰차게 내리는 차가운 날 뜨끈뜨끈한 캔커피를 손에 들고 걸어갈 때 느끼는, 그런 따뜻함을 가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교육, 일제고사, 해직교사... 삭막하다 못해 막막하기까지 한 교육현실 앞에서 '그래도 아직은 따뜻하구나...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려는 선생님이 한 분 더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하고 느끼게 해줄 수는 있는 보기 드문 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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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상 선생님이 찍은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가 노익상 선생님이 찍은 아이들 모습, 교실 풍경을 보다보면 더 그런 마음이 듭니다.
강승숙 선생님이 교실을 어찌나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으셨던 지요. 내가 아이라도 학교에 갈 맛 나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작고 소박하지만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이들과 만나오셨습니다. 그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따뜻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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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상 선생님이 찍은 사진
                         

사실 이 책을 진행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림책을 여한 없이 볼 수 있었던 겁니다.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는 그림책이 많든지, 머리가 커지고는 그림책 근처에 가본 적이 없는 저에게는 별세상이 따로 없었습니다. 출근하면 원고에 나오는 그림책 읽는 것이 하루 일과였으니(단, 며칠뿐이었지만 ㅠ_ㅠ), 그때 저는 꿈의 직장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림책을 보다 보면 왠지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엄마 생각도 나고, 동무들 생각도 나고 그렇더라고요.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순수해지고 싶은 그런 욕심도 생기고. 이런 걸 동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 마음 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동심을 느낄 때에는 왠지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권정생 선생님의 <엄마까투리>라는 그림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엄마까투리가 숲에 불이 나자 뜨거워서 날아올랐다가 병아리들을 두고 갈 수 없어 다시 내려앉았다가 결국 새끼들이 불에 닿지 않도록 꼭 끌어안고 홀로 불에 타 죽고 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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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권정생 | 그린이 김세현 (낮은산 출판사, 2008)


이 그림책을 볼 때 저는 ‘아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홀로 가지는 못하고, 다 데려갈 수도 없고, 결국은 자기를 태워 자식들을 지키는 어미를 보면서 엄마 생각이 정말 간절히 났습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써 창 너머 하늘이랑 눈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워낙 권정생 선생님 작품들이 마음을 울린다지만, 한편으론 어미까투리를 결국 이렇게 죽이시는가 싶어 원망스럽기도 했지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고향에 계신 엄마가 생각나시는 분들, 한 번 보셔도 좋을 듯싶어요.

이것 말고도 기억에 남는 그림책은 참 많아요. <노란양동이>에 나오던 여돌이도 참 예뻤구요, 버마 민주화운동을 다룬 <칠기공주>도 참 좋았어요. 그리고 <백만 번 산 고양이>를 보면서는 왠지 나도 도둑고양이처럼 살고 싶다고 웅얼거리기도 했지요.


이렇게 좋은 그림책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내가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과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보지 못했을 그림책들을 한꺼번에 다 만난거지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네요. ^^ 저에겐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라는 책이 선물해준 게 참 많다 싶어요. (뭐... 무수한 야근과 마감의 기억을 비롯하여... ㅋㅋ) 다음엔 또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그 책은 또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얼른 또 만나고 싶습니다.^^


보리 편집 살림꾼 순이



<강승숙 선생님과 아이들이 읽은 그림책들>

보리

보리 2010-04-16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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