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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땅 중에 전기도 안 들어오고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어 오로지 몸뚱이 하나와 손으로 쓰는 연장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밭이 있습니다. 혹시 윤구병 선생님이 쓰신 책에서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지름박골이라는 골짜기에 있는 땅으로 수백 년은 되었을 아름다운 몸매를 지닌 팽나무 할머니가 아직도 정정하게 살아계시고 선녀탕이라는 깨끗한 계곡도 끼고 있는 곳입니다.

공동체가 시작되면서 이 땅이 공동체 차지가 되었는데 윤구병 선생님 소원이 이곳에 무덤 같은 집을 한 채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급한 건축 일에 밀리어 늘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이제 선생님 나이도 칠십에 가까워지고 노인네 소원 안 들어주면 저승에 가서 두고두고 식구들 원망할까봐 고등부 학생들과 제가 아예 산속에서 밥 해 먹고 텐트치고 자면서 두 달 동안 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제가 굳이 고등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지으려는 이유는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몸이 온갖 편리한 기계와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손과 발이 제 기능을 못하고 점점 망가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을 쉽게 지을 수 있는 기계라고는 아무 것도 쓸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사람 손으로 주변에 있는 자연재료를 써서 집을 지어야 하고, 그러다보니 어떤 집이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두 달 안에 집 자체가 지어질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이유 불문하고 집이 완공되기 전에는 그 땅에서 빠져나오지 않을 생각입니다.

우리들의 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성공하면 우리는 기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우리의 도전이 실패하면 영원 기계에 의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불행한 삶이 되겠지요. 공동체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따뜻한 성원 부탁드립니다.

모든 생명체가 꿈틀대는 봄입니다. 머지않아 공동체 앞산에도 화려한 꽃이 피어날 것이고 이 땅 구석구석에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쬘 것입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아름다운 나날 보내십시오.

김희정


2010년 3월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 12-3
063)584-058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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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할매와 나> (휴먼어린이, 2009)
글 윤구병 | 그림 이담

보리

보리 201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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