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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할배 윤구병 

 

 

점심 시간, 고무신할배 윤구병 선생님께서 팽나무 밑에서 뭔가를 열심히 보고 계십니다.
"선생님, 뭘 보고 계세요?"
"응, 팽나무꽃이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는데, 열매가 맺히네."

 

우리가 사는 일도 그렇겠지요.

마음이 없다면 눈앞에 함박꽃이 피었어도 보지 못할 겁니다.

 

점심 먹고 윤구병 선생님과 산책을 했습니다.
산책길에서 선생님이 묻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한테 나무가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하는지 알아?"...
"모르겠는데요."
"무슨 나무를 말하는데? 잣나무야, 소나무야?"
"그럼, 시골 사는 분들한테 낫, 톱, 망치, 나무, 펜치, 호미 같은 것들을 말하고 분류해 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지 알아?"
"글쎄요."
"낫은 늘 써야 하는 것이고, 나무도 있으면 쓸 데가 있고......."
........

"그분들한테 당신의 장점은 뭐고, 단점은 뭔지, 자신에 대해 말해 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는데요, 하지 않을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옆에 동무나 다른 사람한테 물어야지."

여러분은 이 말들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돌아오는 산책길에서 또 물으십니다.
"아이들한테 왜 속담이나 수수께끼가 중요한지 알아?"
"아이들이 수수께끼를 무척 좋아하는 건 아는데, 왜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건 생각 싸움이야.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면서 생각들을 키워 가는 거야.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민중들이 삶에서 깨우친 지혜들이지."

앞으로 선생님과 다닐 때는 메모장이나 녹음기를 들고 다녀야겠어요. 하하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1-06-15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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