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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네가 만난 어린이 문화를 가꾸는 사람들-최미환

 

보리가 만드는 어른들을 위한 잡지 <개똥이네 집>에서는 어린이 문학과 어린이책, 교육, 만화, 연극, 영화,

놀이, 노래, 평화 건강 같은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어린이 문화 활동가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 달 개똥이네가 만난 어린이 문화를 가꾸는 사람은

예술로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있는 희망예술기지 최미환 대표입니다.

 

 

어린이 문화를 가꾸는 사람들

예술 안에서는 다름이 개성이 됩니다

-김소원이 만난 '최미환(희망예술기지)'

 

어린이 문화를 가꾸는 사람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미환, 김소원 선생님

사진Ⓒ츄츄송                             

 

희망예술기지는 영화, 디자인, 글쓰기, 게임 같은 예술 활동으로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 예술로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청소년에게 삶의 희망을 심는 희망예술기지를 조용히 이끌고 있는 최미환을 만났다.

 

김소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희망예술기지가 삼청동 쪽에 있다가 성산동으로 이사했어요. 성미산 마을 공동체와 관련이 있나요?
최미환 : 아니에요. 삼청동 쪽은 매력 있는 마을인데, 그쪽에 아이들이 없어요. 그리고 우리는 무상교육을 하는데, 그럴 만한 동네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지도 펴 놓고 아이들이 많을 만한 곳을 골랐어요. 마을 공동체가 있다는 것도 좋고요. 인연을 맺으면 좋겠네요. 

 

김소원 : 희망예술기지는 주로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청소년을 만난 건 언제부터였나요?
최미환 : 처음 아이들을 만난 건 대학 다닐 때예요. 제가 뉴욕에 있는 맨해튼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어요.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교회에 조기유학을 온 아이들이 있었어요. 청소년기에 부모와 떨어져 다른 나라에 와 있으니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전공이 서로 다른 대학 선후배 다섯 명이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전 음악으로 아이들을 만난 거지요. 

 

김소원 : 그럼 어떻게 음악치료를 전공하게 되었는지 미국에서 공부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세요.
최미환 :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맨해튼으로 유학을 갔어요.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토요일에 맨해튼음대에 있는 예비학교를 다녔어요. 맨해튼음대에 들어갔는데, 청각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에게 음악치료를 한다는 선생님 을 논문에서 발견했어요. 너무 놀랐죠. 음악은 귀로 듣는 건데 어떻게 음악치료를 할까! 전 그 선생님이 있는 캔자스로 갔어요.
캔자스는 시골 같은 곳이라 사람들이 다 말렸지요. 선생님한테 공부를 마치고 박사 과정은 컬럼비아대학에서 했는데, 논문은 우리 나라 새터민 청소년에게 한 음악심리교육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썼어요. 예술심리교육에 관심을 완전히 돌린 거지요.

 

김소원 : 조기유학을 했는데 어떤가요? 요새 조기유학을 많이 가고 있고, 그에 대한 폐단이 얘기되어지고 있습니다만.
최미환 : 제 아이만 놓고 본다면, 조기유학 안 보내고 싶어요. 저한테 유학 경험은 감사한 경험이지만, 청소년이 쉽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식구와 함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소원 : 귀국해서는 대학에서 교수로 있으셨지요. 대학교수로 있다가 단체 활동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요. 지금 대학은 안 나가고, 희망예술기지 활동만 하고 계신건가요?  
최미환 : 저는,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청소년을 보면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할 때 생기가 돌잖아요. 저도 그래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즐겁긴 했지만, 행정 일 처리하는 게 싫더라고요. 지금은 여기서 청소년 교육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랑 같이 공부했던 제자들이 자원 활동가로 함께하고 있어요. 그 활동가들과 함께 프로그램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김소원 : 희망예술기지가 만들어진 과정을 자세히 들려주세요.
최미환 : 희망예술기지는 2006년에 만들었어요. 제가 대학에 있을 때 대학원생들 실습할 곳을 찾느라 한 서른 군데 기관을 돌아다니게 됐어요. 그러다가 성남시에서 학교 밖 청소년 열 명을 만나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만나면서 참 충격을 받았고, 이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아이들하고 한 약속도 있고요.
이 아이들은 중학생 나이였는데,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폐가 같은 데서 신문지 덮고 생활하고 있더라고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도 있고, 부모가 아픈 경우가 많아요. 한 아이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이었는데 아이를 혁대로 묶어 놓고 권투 글러브로 때린 일도 있었어요. 아이들은 일찍부터 폭력을 당하다 보니 맞는 데 익숙하고, 저항을 안 해요.
심지어는 기업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쉼터 센터장이 아이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문을 잠그고 아이를 앉혀 놓고 때렸다는 거예요. 전 아이들한테 “누구라도, 하느님이라도 너한테 이렇게 하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맞고 있는 거 아니다. 힘 있으니까 때리려는 손을 잡고 눈 똑바로 쳐다보고 ‘말로 하라’고 해야 한다.” 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나서 후원하는 곳에 연락했고, 그 뒤 기관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기도 했지요.

 

김소원 : 아이들과 한 약속이 뭔가요?
최미환 : 먼저 아이들이 사랑스럽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조금만 손을 잡아 주면 달라집니다. 마음 아픈 일도 떠오르네요. 아이들한테 맛있는 거 사 준다고 하니까 삼겹살 1인분에 2천 원인 집으로 가더라고요. 2천 원이 너무 싼데, 제가 먹어 보니까 고기가 질겨 먹기 어려웠어요. 근데 아이들은 맛있다면서, 고맙다면서 먹는 거예요.
인신매매 당할 뻔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어떤 날은 병원에서 새벽에 전화가 온 거예요. 아이가 수술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없다고요. 그래서 남편하고 가서 사인하고 그랬어요. 그런 일 겪으면서 아이들한테 약속했어요, 너희가 결혼하고, 아이 날 때까지 봐 주겠다고요. 그렇게 만난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이 다시 학교로 돌아갔어요.

 

김소원 : 그럼 희망예술기지를 열 때 그 대학원 제자들과 함께한 건가요?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단체 이름에 대해서도 듣고 싶네요.
최미환 : 제자라고 하지만, 사회 경험이 저보다 많은 학생들이었어요. 제가 교수라기보다는 동지라고 생각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했어요. 이 제자들이 학교로 파견되기도 했는데, 학교에서는 아이에 대해 자세히 알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만 지도해서 되는 게 아니고, 부모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베이스캠프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뜻에서 우리 단체 이름에 ‘기지’라는 말을 썼어요.
예술은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말해요. 그래서 작년에는 게임학교를 처음 열었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한 건데 게임도 자기표현을 하는 행위더라고요. 희망은 인간이 살아가는 까닭, 살게 하는 힘이지요. 그래서 희망예술기지가 되었습니다.

 

김소원 : 희망예술기지에서 영화학교가 가장 오래되었지요?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요?
최미환 : 한 학기가 한 기수가 되는데요, 영화학교는 올해 9기, 자서전학교는 4기, 게임학교는 2기가 되고, 디자인학교는 올해 쉬고, 대신 애니메이션학교를 시작해요. 영화학교를 예로 들면, 선생님이 열 명이에요. 영화인이 일곱 명이고, 심리교육자가 세 명이에요. 원래는 반반 정도 두고 싶었는데, 영화인이 더 많네요. 심리교육은 컬럼비아대학 의대 소아정신과에서 만들어진 심리교육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프로그램은 우리 나라에서 수정이 필요했어요. 미국 아이들은 싫다, 좋다 자기표현을 해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말로 자기표현을 못해요. 여자아이들은 어디가 아프다 하는 식으로 나타나고, 남자아이들은 거친 행동으로 나타나지요.
부모 상담할 때 아이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죠.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가 아픈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부모가 변화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 교육을 중요하게 봅니다. 아이들이 예술 활동을 하면서 자기 안에 있는 억울한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도록 해요. 그리고 다름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개성이라는 걸 알려 줘요. 예술 안에서는 그런 게 다 수용이 돼요. 또 수업은 집단 활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좋은 선생님 안에서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도록 합니다. 학교 안에서 그림자로 취급 받았던 아이가 여기에 오면 주인공 대접을 받으니까 어떻게 할지 몰라 하고 아기가 돼요. 아기 때 받아야 할 사랑을 지금 받는 거지요.

 

김소원 : 그럼 청소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마지막으로 부모님들한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로 오늘 만남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최미환 : 청소년 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단체는 사랑의 통로를 예술로 하는 거고요. 그리고 청소년 때는 부모하고 분리돼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부모 말에 너무 좌지우지 되는 거예요. 자기 마음속 울림의 말에 따르지 않고, 부모 말을 따르니 아이들이 힘든 거지요. 사실 부모님만 건강해도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래 아이들한테 인정받는 게 중요하고요. 둘 다 어렵다면, 주위에 자기를 믿어 주는 어른 한 명만 있어도 아이는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부모님들이 조심할 게 자기 어린 시절 아픔이나 안 좋은 이야기를 아이에게 얘기하는 거예요. 자녀는 절대 친구가 아닙니다. 밖에서 안 좋았던 일이나 안 좋은 부부 관계 이야기를 아이한테 속풀이 하듯이 하면 안 돼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엄마가 저렇게 힘든데, 나라도 잘 해야지 하는데, 사실 공부 잘 하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그렇지 못하니까 자기 삶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고, 죄의식을 갖는 악순환이 반복되지요. 청소년은 약자이고, 보살펴야 하는 아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요.

 

 

*인터뷰어 김소원 선생님은 어린이문화연대 활동가입니다. 보리가 만드는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와 어른들 잡지 <개똥이네 집>은 어린이 문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연대모임인 '어린이문화연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예술로 희망을 전하는 희망예술기지의 활동와 최미환 선생님 이야기는 <개똥이네 집> 101호(2014년 4월호)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101호 <개똥이네 집> 둘러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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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편집 츄츄송

잡지 편집 츄츄송 2014-04-08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와 어른들 잡지 <개똥이네 집>을 만들고 있는 츄츄송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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