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로 큰 상자 하나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일하는 데 필요한 책을 몇 권 주문하긴 했지만 이렇게 큰 상자에 담겨 올리는 없는데,
너무도 궁금한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쌀이 들어 있지 않겠어요? 오리농군 우렁각시, 이름도 그림도 너무 정겨운 포장지에 담겨 있는 무농약 쌀.
왜 쌀이 저에게 배달되었을까 궁금해 하는데,
손글씨로 정성껏 쓴 엽서가 함께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동안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많은 이야기 들려 주시던 멋진 농부 아저씨(?)였습니다.
(블로그에 글로 올리는 것은 부끄럽다 하셔서 그냥 농부 아저씨라고만 하겠습니다.)
저희 보리 블로그를 열고 보리 블로그 첫밗 잔치를 열었는데, 그 때 참여해 주셔서 작은 책 선물 보내드렸거든요.
그 책이 고맙다며 지난 한 해 정성껏 키워낸 쌀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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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블로그 첫밗 잔치 글 보러 가기
이 쌀은 보통 쌀이 아닙니다. 아저씨께서 처음으로 무농약으로 재배한 쌀이거든요.
농약을 쓰면 그래도 쉽게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을,
그 어렵고 힘든 길로 애써 돌아가며 천천히 천천히 지어 낸
그리고 키워내는 그 땅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귀하디 귀한 쌀입니다.
이 귀한 쌀을 저희 보리 식구들 먹으라고 보내주신 거에요.
이웃분께 얻으셨다는 천연 수세미도 함께 보내주셨어요.
어찌나 감사한지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날 것만 같습니다.
기업들마다 고객을 더 모으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갖가지 이벤트를 진행하고 경품 행사를 하는데,
그런 행사들에 비하면 책 한권은 너무나 작은 경품입니다.
이 작은 선물에 이 귀한 쌀을 받았으니 부끄럽기도 하고 부끄러운 만큼
비록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농사짓는 귀한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는 벅찬 다짐을 하게 됩니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소박한 이들이 살아가는 농촌 공동체가 우리 겨레의 보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특히 도시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알아갈 수 있도록
보리는 농사 짓는 마음으로 열심히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을요.
보내주신 쌀 한톨도 버리는 일 없이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리고, 답가를 한 곡 올릴게요. 언젠가 농사 지으러 농촌 마을로 내려가실 저희 옥한 상제님께서 부르시는 '농부가'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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