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0일, 어제는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그래서인지 하루 종일 비가 부슬부슬 슬프게 내렸죠.
용산 참사 현장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는데,
저희 보리 식구들은 용산 참사 이야기를 담아 만든 책 <
내가 살던 용산>, <
파란집>을 유가족분들께 헌정하기 위해 참석했습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이 건물이 남일당이에요. 전 저녁에만 갔었는데 이렇게 밝을 때 남일당 건물을 보니 무서워서 다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정면으로 마주 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괴로웠어요. 그래도 마주해야죠. 두렵다고 고개를 돌려 버리면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은 또 다시 일어날 테니까요.
남일당 맞은편이에요. 이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어금니를 꽉 물고 있었는데 작가님이 블로그에 쓴 글 잘 보았다며 제 손을 꼭 잡아 주실 때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해서 얼른 고개를 돌리고 말았어요. 그냥 울어도 됐을 것을 말이에요.
이 곳은 남일당 뒤에 있는 레아 호프에요. 아들 내외에 함께 레아 호프를 운영하셨던 이상림 할아버지는 망루에서 숨을 거두셨어요. <
내가 살던 용산>에 레아 이야기가 그려져 있으니 꼭 봐 주셨으면 해요.
<
내가 살던 용산>, <
파란집>은 작가 선생님들이 유가족분들과 함께 만든 책이에요. 유가족분들께 책을 드리자 눈물을 흘리시며 작가 선생님들을 꼭 안아 주셨어요.
고 양회성 님의 부인 되시는 김영덕 님의 말씀
추모문화제에 온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어요. 오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 까만 조끼를 입으신 분들이었고요. 광명6동 세입자 대책위원회라고 쓰여 있죠. 용산 참사 추모 문화제인데 왜 광명6동 세입자분들이 오셨을까요?
광명6동 세입자분들뿐 아니라 상가 세입자, 중3동 상가 세입자 분들, 이 밖에도 여러 지역 '전.철.연' 분들이 함께 하셨고, 전철연 분들이 아니었으면 이 날 행사엔 오신 분들이 거의 없었을 거에요.
전철연은 전국철거민연합이에요. 망루에서 숨을 거두신 고 한대성님도 용산 철거민이 아닌 수원 분이셨어요. 자기 동네 일은 아니지만 같은 처지에 처한 분들과 하나가 되어 다른 이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 함께 망루에 오르셨다가 숨을 거두셨어요.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자기 동네 일은 아니지만 전철연 분들이 용산 유가족분들과 이렇게 함께 하고 계세요.
쉴 새 없이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재개발 때문에 마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주하면서 인근 지역의 집값은 치솟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생활터전을 떠날 수도 없는데, 떠나지 못한다고 강제로 쫓아내려고만 합니다.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였어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기 위해 망루로 오르셨을 겁니다.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서 있으니 또다시 어금니를 물어야 했습니다.
<용산 참사 이야기를 담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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