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보리 마주 이야기" 갈래 글122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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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리에 들어와서 신입 교육 받을 때 들은 말은 "경쟁하지 않는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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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출판사에서 잘 만들고 있는 책은 내지 않는다. 다른 이의 밥그릇을 뺏어 오지 않는다.
시장 조사 하지 마라.
보리는 다른 출판사에서 내지 않는 책, 낼 수 없는 책, 꼭 있어야만 하는 책을 만든다.

이 얘기를 듣고 순간 '시장 조사 하지 않는다'는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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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티브 잡스와 윤구병 선생님이 시장 조사를 하지 않는 까닭은 다르지만
그만큼 저에겐 강하게 받아들여졌으니까요.

보리에서 경쟁하지 않고 책을 만드는 탓에 "보리에선 어떤 책을 만드나요?"라고 물으면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개똥이네 놀이터>와 같은 어린이 잡지, 세밀화 도감, 옛이야기등 어린이 교육책을 펴내고 있지만,
용산 참사 이야기를 그린 만화책 <내가 살던 용산>과 그림책 <파란집>도 펴냈고,
안건모 선생님이 버스 운전 기사를 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묶은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도 펴냈고,
백창우 선생님과 동요 음반 <보리 어린이 노래 마을>도 만들고 있고,
스코트 니어링 번역서와 <겨레 고전 문학 선집>도 나오고 있어,
어느 한 분야를 꼬집어서 어떤 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가 참 어렵거든요.

이렇다 보니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보리 누리집 개편 일에서도 도서 갈래 잡는 일이 쉽지 않고,
도서 목록 만드는 일도 골치 아프기만 합니다.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 출판 동향도 살피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만들고 싶은 책,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는 책을 만드는 것은 더없이 뿌듯하고 자랑스럽지만
시장에 뛰어 들어 일해야 하는 영업에서 경쟁하지 않는 방식을 찾기란 어렵기만 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만드는 책이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이기에 수익도 내야하고요.

경쟁하지 않는 광고, 경쟁하지 않는 홍보, 경쟁하지 않는 영업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요?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마케팅이란 무엇일까요?

오늘도 보리 살림꾼들은 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보리

보리 2010-02-22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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