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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풀도 춥겠다/부산 알로이시오 초등학교 어린이 시

                                                           

-임영님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기쁨과 행복, 즐거움 뿐 아니라 슬픔, 화남, 삐짐을 거르지 않고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아이들의 표정과 말과 행동으로 여지없이 드러난다. 잠시라도 눈여겨 바라보기만 해도 눈치를 챌 만큼 투명하다. 아이들의 감정을 자세히 알고 싶으면 몇 마디만 건네 보면 된다. 그렇게 잘 드러내는데도 자기 세상에 갇혀 사는 어른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 풀도 춥겠다.’
 한자리에 앉아 다 읽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의 보드랍고 여린 마음, 무엇인가 이루어 냈을 때 품는 자신에 대한 기대와 뿌듯함,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거기에 자신의 감정을 살며시 덧붙이는 편안함과 평온함이 잘 나타나 있다. 배우게 하려는 욕심보다 한 발 앞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교육이 필요한데 알로이시오 2학년 아이들은 이미 자신을 포함하여 자신 이외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있다. 그 세상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편안하게 보여준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보고 좋은 것을 봤을 때는 꼭 알려주고 함께 나누기를 잘한다.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엄마 아빠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려고 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작고 우스운 일이지만 이 또래 아이들은 감동하고 그 감동을 함께 나눌 줄 안다. ‘애이, 그게 뭐냐’, 또는 ‘고작 그 정도’ 이런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 나누는 마음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혼자 즐기다가, 그마져도 시들해져서 점점 감동이 없는 메마른 사람이 된다. 해가 조금씩 바다 안으로 내려가고 반쪼가리 달이 둥글해지는 것을 본 서진이는 너무 신기하고 멋진 풍경이어서 ”애들아 여기 봐봐“하며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달 봤다/18쪽) 이 말을 들은 동무들은 ‘어디? 어디?” 하며 그 신기하고 멋진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와우, 멋지다”며 서진이 마음을 알아  준다. 교사가 지도 목적에 따라 아이들과 이런 저런 활동을 준비하여 수업을 하다보면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엉뚱한 데 눈을 돌리고 신기해하며 감동할 때가 있다. 심지어 동무들을 불러 모아서 자기들끼리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본래의 수업에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다. 참 난감하고 곤란하다. 그러나 1,2학년 아이들의 이런 특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놀람과 감동은 저학년 아이들의 보드랍고 여린 마음에서 비롯하며 어른들이 함부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자연의 모습이다. 기다려주고 충분히 살피고 말하도록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자신을 따라오는 초승달에게 “나를 걱정해 주는 것’처럼 느끼는 세웅이(초승달/20쪽), 센 비바람이 토마토와 고추를 떨어뜨릴까 걱정하고(비바람/23쪽), 비오는 날 옷이 젖어 찝찝한 자신에게서 ”꽃은 괜찮을까“ 하며 약한 꽃이 죽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삶의 시선을 넓히는(내 꽃이 걱정이다/26쪽) 영은이는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매미 애벌레를 보고 동무들에게 ”매미 있다!“ 소리를 질렀는데도 매미는 아무것도 모르고 느릿느릿 자기 갈 길만 간다. 이 모습을 보고 승민이는 ‘저렇게 느려 언제 매미 될까’ 하고 연민과 동정을 보낸다.(매미 애벌레/36쪽) 나보다 작고 힘이 없는 것들을 바라보고 ‘살아있음’에 감동하거나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은 다른 여러 시에서도 나타난다.(매미/34쪽, 35쪽, 아기 새/44쪽, 시멘트에 나온 새싹/45쪽, 애기 씀바귀/46쪽, 애플민트 꽃/47쪽, 살아 있네/48쪽, 잠자리 잡기/50쪽, 저 풀도 춥겠다/51쪽) 심지어 선생님 말 따라서 가랑잎을 밟으면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문득 가랑잎이 불쌍해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살아있는 것 뿐 아니라 생명이 다한 것도 마음을 건네고 함부로 여기지 않는다.

 저학년 아이들의 가장 빛나는 특성은 바로 무어가 해냈다는 자신감과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는 자존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것이 많다. 그래서 처음 했을 때의 긴장과 이루었을 때 기쁨이 상승작용을 만든다. 그래서 설레고, 더 잘하려고 하고 더욱 자라는 것이다. 상추를 따면서 ‘상추는 다 자란 이런 잎부터 따라’고 알려주는 태웅이는 선생님이 된 듯 자신이 자랑스럽다.(상추 따기/121쪽) 실팽이를 돌리며 ‘나 어릴 때 잘 돌렸다’는 버담소리 삼촌이 실팽이를 돌릴 때마다 돌지 않고 팽이가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며 승민이는 ‘팽이 돌리려면 1년 걸릴 것 같다‘고 한다.(삼촌/136쪽) 이 말 속에는 자신 있게 팽이를 돌리는 승민의 모습이 보인다. 두 발 자전거를 배우는 준희를 응원하며 ’이제 내가 가르칠 사람은 성혁이 밖에 없다‘는 승민이는 참 여유롭고 대견하며 멋진 모습이다.(준희가 두발 자전거를 탔다/139쪽) 처음으로 정글짐을 꼭대기까지 올라 간 성현이와 철봉에서 박쥐 자세를 연습하는 세웅이와 높은 철봉에서 일어선 서진이는 자신을 이기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나보다 큰 애들이 이제는 작다‘, ’내가 최고 기록을 쓴 것 같다‘ 는 이 아이들의 말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힘이 있는 말이다.(정글짐/137쪽, 철봉/144쪽, 높은 철봉에서 일어났다/145쪽)
 1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은 3월에 내 손을 끌고 놀이터로 나가길 좋아했다. 나를 세워 놓고 금이가 늘임봉을 두 손과 두 발로 올라가서 한 손을 놓고 나비처럼 살포시 날더니 옆 늘임봉으로 옮겨가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내가 ’우와‘ 하고 감탄을 하자 같이 구경하던 아이들이 자기도 보여주겠다며 너도나도 늘임봉을 타고 넘나들었다. 손바닥을 보니 못이 박히고 껍질이 벗겨져 빨간 속살이 보이기도 했다. 남자 아이들은 구름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걷기를 했다. 내 눈에는 아슬아슬하고 위험해서 떨어질까 봐 마음이 찌릿찌릿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자랑이고 즐거움이었다. 아이들은 철봉에 매달려 박쥐를 만들고 늘임봉에 매달려 나비처럼 날면서 이미 스스로를 이기고 넘는 도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도 아이들은 내가 놀이터에서 자기를 봐 주기를 좋아했고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앞 다투기를 했다. 시를 읽으며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져 가슴이 따뜻해졌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사는, 한 번도 만나 적 없는 알로이시오 아이들이 우리 반 아이들처럼 가깝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날아가는 새를 보며, 아침상에 나온 싫어하는 된장국과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동무들과 팝콘 잔치를 벌이며 느끼는 작고 아름다운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시를 읽으며 알로이시오 아이들의 시간이, 아이들의 삶이 평온하게 지켜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웃음이 자꾸 나온다. / 박서진

자두 바구니를 가운데 놔둔다.
맛있게 생긴 자두를 골라서
친구에게 준다.
아진이가 나한테 준다.
”고마워.“
이제 내가 줄 차례인데
좀 부끄럽다.
”성현아, 잘 먹어.“
작은 소리로 겨우 말했는데
”고마워, 잘 먹을게.“
그런데
자꾸자꾸 웃음이 나온다.

 알로이시오 아이들의 시에는 ’어쩜 이런 생각을‘, 또는 ’아, 이런 표현을 쓰다니.‘ 하며 감탄하게 만드는 감수성이 뛰어난 시가 여럿 눈에 띈다. 그럼에도 나는 위의 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여러 번 읽었고 읽을 때마다 나도 작게 웃었다. 맛있게 생긴 자두를 골라서 동무에게 주면서 겨우 ”성현아, 잘 먹어.“ 작게 말하며 쑥스러워하는 서진이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 장면에서 나는 아이들이 ’참 잘 자라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부모 대신 애쓰고 노력하고 있으며 보살핌과 사랑을 풍족하게 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앞서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기쁨과 행복, 즐거움 뿐 아니라 슬픔, 화남, 삐짐을 거르지 않고 드러내는 특징이 있고 그것들은 아이들의 표정과 말과 행동으로 여지없이 드러난다고 했다. 이러한 표정과 말과 행동을 글자로 드러내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작업이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겪은 이야기와 생각하고 느낀 감정을 순간의 말과 행동과 표정으로 흘려버리지 않고 글로 나타내게 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글로 나타낼 수 있다. 이는 선생만이 할 수 있으며 박선미 선생님은 했고, 하고 있다. 아이들의 시간과 아이들의 삶을 평온하게 지키고 가꾸고 있다.
 어른들은, 특히 아이들 곁에 있는 선생은 아이들을 지킬 의무가 있다. 아이들의 삶이 아무렇게 흘러버리지 않도록 물길을 잡아주어야 한다. 시내가 되고 강물이 되어 흐를 수 있도록. (2017.8.16. 임영님)

 

▶<저 풀도 춥겠다> 자세히 보기

https://www.boribook.com/books/569

보리

보리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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