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지난해부터 강연 요청이 부쩍 늘었습니다.
4월만 해도 열 군데가 넘는 곳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어머니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물어보는 말이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밥 먹어라, 밥 먹어라' 애 터지게 부르는데도 못 듣고 실컷 놀아본 일이 있는 분 손들어 보세요."
거의 삼사십 대인 청중 가운데 절반쯤이 손을 번쩍 듭니다.
한결같이 입이 귀에 걸리고, 이가 하얗게 드러납니다.
"이 순간 여러분 얼굴 앞에 거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손든 분들 얼굴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으니까요.
 어릴 때 마음껏 뛰놀던 기억만으로 그렇게 행복하세요?"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순간 제 입에서 벼락이 떨어집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뻔뻔스럽게 웃으면서 손을 들 수 있어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실컷 놀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분 있으면 다시 손들어 보세요."
모두 움찍하면서 얼굴이 굳어집니다.
왜 못 놀리냐고 물으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같이 놀 아이가 없다.'

'다른 아이들은 공부하는데 우리 아이만 놀리면 뒤떨어질까 두렵다.'

'시대가 달라졌다.'

'놀 곳이 없다.'


이 말 저 말 다 그럴듯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래도 '그러려니' 여겨서는 안 됩니다.
모질게 마음 다잡고 다시 내지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자기는 놀아본 기억만으로도 행복감에 젖어 저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면서,
 아이들은 놀지 못하게 가두어 놓고 불행감만 심어 준다는 게 말이 돼요?"

이런 세상을 만든 데에는 제 책임도 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이렇게 다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행복에 젖어 보지 못한 사람은
자라서도 행복을 찾기에 힘겨워하기 때문입니다.
놀이는 우리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는 데 꼭 필요합니다.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는 힘을 갖추는 데에도,
서로 도우면서 사는 힘을 기르는 데에도
놀이만큼 좋은 것이 따로 없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흐르는 시냇물과 온갖 것이 함께 자라는 산과 들과 바닷가에서
동무들과 구김살 없이 마음껏 뛰놀면서 아이들은
저 살길을 찾고,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힘을 기릅니다.

혼자만으로는 힘듭니다.
여러 부모들이 뜻을 모으고 마음을 내야 합니다.
아이들의 '놀이연대'를 꾸리고,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놀아줄 차례를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도,
어려서 마음껏 놀아본 기억만으로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도록
가슴 가슴에 행복의 씨앗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어린이날'이 되게 해야 합니다.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4년 5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4-09-24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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