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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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부터 10일까지 진안에서 열린 글쓰기교육연구회 연수회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 관련 글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연수회 참가합니다.

저희 보리 식구들은 밖에서 교육을 받게 되면 꼭 교육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보고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참 어려운데, 게다가 회사가 출판사이니 더욱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죠. 글쓰기를 잘 하지도 못하는데다 출판사에서 일하면서도 우리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맞춤법도 많이 틀려 부끄럽기도 하고요. 이러한 부담은 보고서뿐만 아니라 회사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늘 느끼고 있습니다. 보리 살림꾼들이 절 창피하게 여기진 않을까, 보리를 아껴주시는 독자 분들이 실망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늘 하고 있어요. 하지만 공부해 가면 되는 것이니 자신 있게 당당하게 쓰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힘내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줄글로 연수 보고문 쓰기

이번 글쓰기교육연구회 연수회 보고서는 블로그 글로 쓰기로 하였습니다. 연수회에 참가한 일을 보리 식구들끼리만 나누기 보다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요.

이번 글쓰기 연수회 주제는 '갈래별 글쓰기 어떻게 할까? (2)' 였는데, 마침 이호철 선생님께서 보고문 갈래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이호철 선생님 발표는 '어린이' 글쓰기 지도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어릴 때 제대로 글쓰기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저로서는 배울 것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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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선생님

선생님은 보고문을 쓸 때 너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보고문을 쓰라고 하면 사진만 많이 넣고 글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번호 매김 형식에 얽매여 줄글로 쓰는 경우는 매우 적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줄글을 써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손글씨를 쓰는 일도 거의 없어요. 웹에서 하는 일을 맡고 있다보니 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적을 것이 있어도 손글씨 대신 자판 입력으로 대신합니다. 글보다는 사진, 동영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할 때가 더 많고요. 그래서 이번 보고문은 줄글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블로그에 맞는 형식은 아닐 수도 있지만 줄글 보고문 쓰기를 하는 것이 이번 연수 목적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농촌 이야기

글쓰기교육연구회 강연은 들어 보았지만 연수회 참석은 처음이라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신 살아 있는 글쓰기교육이 어떻게 아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키워가는데 도움이 되나 하는 것은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이 훌륭한 뜻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이 어느 교실엔가 계시다는 것이 저를 벅차게 했지만 막상 현직 교사분들과 연수를 함께 받는다는 것은 저에겐 너무 생소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번 연수에서는 뜻밖으로 농촌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수회가 열린 곳이 전북 진안이어서 진안에 계신 선생님들이 오셨고, 또 발표도 해주셔서 농촌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글쓰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셨어요. 저의 소망이 농촌에서 농사 지으며 해 뜰 때 일어나고 해 질 때 자는 것이라서 들려주시는 농촌 이야기를 놓칠 새라 열심히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최영숙 선생님이 들려주신 마을 간사 이야기는 저에게 귀농의 꿈을 보다 현실에서 고민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막연히 '변산공동체에서 농사일 배워가야겠구나' 하는 생각만 하던 제게 마을 간사 제도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으니까요.

마을 간사제도란 젊은이들이 농촌 마을에서 간사직을 맡아 농촌 마을이 지자체와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이 가진 재주를 농촌마을을 위해 쓸 수 있게 하면서 귀농을 돕는 제도래요. 월 120만원의 생활비를 받으면서 농촌 일도 배우고 농촌 마을을 위해 일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제도인 것 같아요. 농촌에 내려가면 농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리고 필요한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막연히 듣기만 했는데 최영숙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일은 농촌 마을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얽힌 이야기도 모르고, 나물 이름도 모르고, 고사리를 어떻게 따는지도 모른다는 거였어요. 보리에서 만드는 책들이 도시 아이들에게 농촌 이야기를 들려 줄거라 생각했는데, 농촌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보리 책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자연스레 듣고 자라야 할 이야기들이 어느 땐가 뚝 끊겨 버려서 이제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들려 주시는 이야기를 알아 듣지도 못해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그 역할을 보리가 하지 않으면 영영 잊혀져 버리는 이야기들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글퍼 졌습니다.

또한 서글픈 일은 고향이 물에 잠겨버린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어요. 요새 물이 맑고 많은 고장은 참 고달픕니다. 다들 물을 펑펑 써대면서 물이 맑고 많은 고장의 물을 더 많게 하려고 댐을 쌓아 올려 물을 가두어 두니까요. 그러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마을들이 물에 잠기고요. 진안도 그러한 고을이었습니다. 물에 잠겨 버린 진안 마을 이야기가 나오니 여기 저기서 물에 잠겨 버린 고향 이야기를 꺼내는데, 물에 잠긴 마을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미처 모르고 살았습니다.

보리 출판사가 있는 파주도 물이 많은 고장입니다. 분단으로 가슴 아픈 임진강 큰 줄기와 작은 물줄기들 그리고 늪지대가 많은 고을이죠. 지금까지는 군사지역으로 어느 정도 보호가 되어 있었지만 파주에도 신도시 바람이 불고 강 정비 사업으로 이제 예전같지 않아요. 제2파주출판단지를 조성중인데 그 때문에 엄청나게 넓은 늪지대가 다 매몰되어 버렸어요. 그냥 바라보던 늪지대가 매몰되어 버려도 이렇게 마음 아픈데 고향을 잃어버린 분들의 마음은 어떨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농촌 이야기를 들으면 슬픈 이야기들이 많아요. 최영숙 선생님이 지금 농촌은 링거 주사를 맞고 있는 고목나무와도 같다고 말씀하실만큼 우리의 농촌은 지금 너무 힘이 든가봐요. 그래도 슬픈 이야기만 나누었던 건 아니에요.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이야기를 들으러 다닐 때 깨끗하게 옷을 입고 나와 기다리시던 할아버지 이야기, 우루루 떼지어 뛰어 가는 아이들을 보고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할머니 이야기, 온 마을을 채송화로 가득 꾸며놓으신 이장 아줌마 이야기들이 참 정겨웠어요. 그리고 아침을 여는 말씀에서 이규홍 선생님이 들려 주신 앞뜰 저 너머에서 '탁' '탁' 튀기는 소리가 나 불이 난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는데 돌콩 터지는 소리였다는 이야기는 가슴이 찌릿할만큼 감동 그 자체였어요. 아! 나도 그렇게 살아 봤으면...


모둠 토론 시간엔 내 억울한 이야기

아이들에게 어떻게 제대로 된 통일 교육을 할 것인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진정한 시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 어떻게 정규 국어 교육에 치이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글쓰기를 가르칠 것인가 등 교육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들의 발표 내용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너무 빡빡한 일정과 건조한 실내 공기탓에 죄송하게도 쏟아지는 피로감과 졸음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받은 책자를 뒤적이며 가장 잘 읽히는 부분을 골라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 쓴 글입니다. 재미있게 본 아이들의 글을 보고문에 쓰고 싶지만, 아이들의 허락을 받지 않았으므로 무단으로 쓰진 않겠습니다.

박준형 선생님이 쓰신 교실 이야기에선 눈물이 너무 나서 혼났고, 이영근 선생님이 쓰신 시 쓰기 지도 사례 중 빼빼로 데이 반대 운동을 벌인 아이들의 이야기와 글에선 웃음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이렇게 발표 중간 중간에 딴 짓으로 책자를 미리 본 덕분에 모둠 토론에서 할 이야기들이 좀 생겼습니다. 제가 할 이야기라야 봤자 제가 자랄 때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일 뿐이지만요. 이렇게 바른 교육을 하고자 힘쓰는 선생님들도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자랐습니다. 교과서에 실린 시를 느껴 보기도 전에, 내 나름대로 그려보고 상상해 보기도 전에, 은유법인지 비유법인지, 어떻게 운율을 맞췄는를 철저하게 파헤치는 국어 교육이 너무 싫어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교과서를 한장 한장 찢어 구겨 버렸던 기억과 사투리로 일기를 썼다고 빨간 볼펜으로 서울말을 고쳐 적어 주신 기억들을 혼자 좀 흥분하여 떠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글쓰기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연수회인데 저는 제가 어떤 교육을 받아왔는지를 토로할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얘기하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온 억울함과 선생님들에게 받은 상처가 좀 누그러 드는 것 같았습니다.


마이산 오르기

이번 연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모둠 활동으로 오른 마이산입니다.
난생 처음 가 본 진안은 듣던 대로 눈이 '무진장' 많이 와 있었고 눈으로 덮힌 산따라 물 흐르는 진안은 더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산오르기를 좋아하지만 많이 올라 보지 못해 사람들을 따라 잘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소복소복 눈을 밟으며
산책하듯이 오를 수 있어 힘도 들지 않으면서 들인 노력에 비해 보여주는 광경들은 너무나 기가 막혀 죄를 짓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특이한 지형으로 배우고 사진으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니 무협 영화 속, 아니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 보았던 것 같은 어느 장면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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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에서 보리 식구들>


보리에 입사한 지 이제 네 달. 완벽하게 맘에 드는 이상적인 곳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길이 바른 길인가를 고민하며 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생각을 가졌을 지라도 함께 고민하는 동무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겐 참 소중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회사 동무들과 서먹하기도 하여 조바심이 나기도 했는데, 이렇게 같이 소복소복 눈을 밟으며 군것질도 해가며 산에 오르니 가까워 진 것 같아 그것이 가장 좋았어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마이산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오래도록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글쓰기교육 퍼뜨리기

낯가림이 심한 제 성격 탓에 글쓰기교육연구회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진 못했지만 화장실에서 잠깐씩 나눈 이야기, 밤늦게까지 어울리는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모둠 토론에서 나눈 이야기들만으로도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기 위해 힘쓰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보다 글쓰기교육연구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 못하고, 연수회 참석자들도 줄어 들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많은 시민 단체들도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누구는 먹고 살만해 지면서 인간된 삶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고도 하고, 누구는 단체와 기관들의 활동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도 하고, 누구는 더이상 단체와 기관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이 아니라고도 하죠.
분명한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규홍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공동체라는 것이 이제 예전처럼 꼭 사는 지역이 같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라고 하셨던 것에 전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제 인터넷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으니 그런 공동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하셨거든요. 제가 하는 일이 인터넷에서 하는 일이다보니 인터넷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편협함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공동체는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넷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고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수단들을 적절히 쓰면 더 큰 공동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수단이라는 것들이 뭐가 될지는 고민을 계속해서 해나가야겠죠.


진안 읍내 구경

글쓰기교육 연수회 일정이 모두 끝나고, 진안 읍내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전 중국집에서 짬뽕밥을 먹었는데 맛고을 전라도라 짬뽕밥도 참 맛있고, 얼마나 푸짐하게 주시는지 계속해서 뭔가 먹으라고 챙겨 주시는 외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밥을 다 먹고 난 후엔 일부러 빠른 길을 피해 읍내를 구경할 수 있는 골목길로 돌아 왔어요. 전 여행을 가면 그 고장 사람들이 사는 곳에 들어가 보는 것이 가장 가슴 뛰거든요.

읍내 구경한 이야기는 줄글이 아닌 사진과 짧은 글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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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탁약주 제조협회, 간판이 너무 정겹죠?
문만 열려 있었다면 '저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하고 여쭤 보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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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 있는 땔감을 보니 겨울이면 산에 올라 나무 해 오시던 외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제가 기억하는 시골은 모두 외가에서 뛰놀던 시절이라 시골에 오면 외할머니 생각뿐입니다.^^
그런데 '땔감'이라는 말이 너무 재미있어요.
어떤 말들은 이렇게 늘 쓰던 말인데도 새삼스럽게 재미있지 않아요?
우리말은 그런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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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서로 간판을 크게 잘 보이게 하려고 야단인데
시골은 그저 자기네가 뭘 하는 집인지만 알리면 그만이라는 듯한 간판들이어서 참 정겹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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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과 팝니다' 대문 앞에선 한참을 망설였어요.
들어가서 좀 사가지고 나올까 말까..
그런데 들어가려고 마음을 굳히고 보니 가진 돈이 없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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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에 들어서자 마자 너무 반가워 사진을 여러장 찍었어요.
쌀집이랑 이용원이 있으면 왜 그렇게 반가운지 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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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맞은 편은 영어학원이더라고요.
진안 작은 마을까지 영어 교육 바람이 불 만큼 영어 교육이 으뜸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교육을 해보자고 이 아름다운 고장 진안에 모였는데, 영어 교육이 으뜸이 되어 버린 현실을 보니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습니다. 때론 변해가는 세상을 그냥 막연히 반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제가 어릴 때 너무 싫었던 어른들의 모습처럼 그냥 그 분들이 살아오셨던 것만이 맞다, 그 분들만의 생각만이 옳다, 내가 그렇게 살아 왔으니 너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 지 누구나 예전을 추억하고 그리워 하듯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냥 막연히 옛것이 그리우니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닌 지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런 갈등을 하다가도 결국엔 민중의 삶을 놓고 생각해 보면 자연을 스승 삼아 생각해 보면 가진 것이 없어도 미련해 보여도 우리 모두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길은 영어를 잘 하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내고 자라게 한 이 땅에서 이 땅을 훼손하지 않고 살아가는 길이라고 다시금 돌려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를 배우고 물려주는 것이라고 그러려면 이 땅을 지키며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는 그대로 글로 쓰여져야 한다고 투쟁에 가까운 생각들을 혼자서만 골치 아프게 하다가 혼자 지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군소리 없이 다녀오긴 했지만 주말 시간을 통째로 회사 일을 위해 내주고도 다녀온 것이 참 좋았다 얘기하는 보리 식구들이 참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보리 식구들 스스로 하는 생각이어야지 회사에서 강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강요가 되어 버리면 제가 어릴 때 그토록 싫어했던 어른들의 모습 그대로가 되어 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바라건대 언제까지고 강요가 아닌 진심 어린 열정으로 보리 식구들이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 동참하고 앞장서 나갔으면 합니다.



보고서를 다 쓰고 보니 괜히 줄글로 쓰겠다고 고집 부렸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잘 쓰지도 못하면서 읽는 사람들만 괴롭게 하고 그나마 읽어 볼 분도 없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고요. 그래도 써냈다는 뿌듯함은 남네요. 아마 조회수 가장 적은 글로 남을 듯 합니다.



보리

보리 2010-01-19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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