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 오후
뒷집에 사는 홍난 언니와
옆집에 사는 진숙이 언니가
사이좋게 마주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고 교복을 입고 있는데
눈이 부셨다.
후리아 치마에 하얀 칼라
나도 빨리 커서 입고 싶다 생각했다.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세월이 흘러 내 딸이
그 교복을 입었다.
후리아 치마에 하얀 칼라
43세 백금숙 어머니
- 가난한 사람에서 피어난 어머니들의 노래 <찔레꽃> 가운데
이 책은 배움을 다하지 못한 한을 풀고자 늦깎이 여고생이 된 분들이 쓰신 글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버스에서 '여성시대'를 듣게 될 때가 있어요. 주로 어머니들이 쎠서 보낸 사연을 읽는 프로그램인데 그 사연들이 얼마나 구구절절하고 살아있는 삶의 이야기인지. 오전에는 TV도 라디오도 주부 대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 많지만 이 라디오 프로그램은 좀 더 편집없이 써서 보낸 사연을 그대로 읽어주니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아요.
보리에서는 올 해 어머니들이 쓰신 글을 엮은 책 두 권을 펴냈어요. <찔레꽃>, <꽁당보리밥>이에요.
보리에서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까닭은 보리출판사 이름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보리는 우리 겨레에 중요한 곡식, 얼마 전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양식이었습니다. 보리출판사는 추운 겨울을 꿋꿋하게 이겨 내고, 가난한 이들에게 양식이 되어 주는 보리를 닮은 책을 내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을 꿋꿋하게 이겨 내고 살아오신 우리네 어머니들. 이 분들이 살아오신 이야기는 이 분들의 말로 글로 들어야 진짜 살아있는 이야기 될거에요. 요새 '세대론'이 유행처럼 여기저기서 많이 얘기되고 있지만 지식인이 말하는 세대론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잖아요.
그래서 소중한 책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귀기울이는 것은 너무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일거에요. 그래야 다른 이를 이해하고 다른 이와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테니까요. 더구나 다른 이라고 말할 수 없는 우리 어머니들 이야기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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