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즈음 강연하러 여기저기 자주 다닙니다.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고 떠듭니다.
개인차가 없지 않겠으나 머리 쓰는 시간이 하루 세 시간이 넘으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잡념만 생기기 때문에
아이나 어른이나 정신 건강에 도움이 안 됩니다.
머리 쓰는 시간 줄이고 손발 놀리고 몸 놀릴 틈이 늘어나야 아이도 살고 세상도 살 만해집니다.
지난 50년 동안 머리 쓰는 사람이 늘고, 그 머리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될 뿐더러
더 나아가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워, 사람과 다른 생명체들을 해치는 쪽으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우리네 삶이 이렇듯 팍팍해졌다고 저는 믿습니다.
전쟁 무기 생산, 사람 몸에 해로운 식품첨가물 만들기, 폭력 게임의 양산,
삶에 도움이 되기보다 해로운 일에 머리를 쓰는 게 훨씬 더 많고,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게 요즘 세상 형편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 미래가 없다고 한탄합니다.
수십만 년을 두고 더불어 도우면서 살아온 자연과 인간관계가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지고,
후손들한테 물려줄 맑은 물, 맑은 공기, 건강한 강과 산에 바다까지 깡그리 거덜 냈다고,
세상을 이 꼴로 이끈 그 '머리 좋은 사람'들 죄다 똥물에 튀겨 죽여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어떤 이들은 이른바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SKY)'이
열에 아홉은 못된 짓에만 머리를 쓰고 있으니,
일류대학에서부터 시작해서 머리 굴리는 것만 죽어라고 가르치고 있는 모든 교육기관 문을 닫고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이 일어날 때 그랬던 것처럼 모두 시골로 '하방'시켜,
우리가 밥상에 올리는 것, 우리 몸을 감싸는 것, 우리 누울 잠자리가 어떻게 해서 마련되는지
스스로 겪어 보게 해야 한다고 외치기도 합니다.
이런 말들엥 솔깃해 하는 축에 저도 끼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더는 부지런 떨지 말고 한껏 게으름을 부려야
그나마 하나뿐인 지구를 덜 망가뜨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합니다.
부지런 떨어 생산해 내는 것 가운데 열에 아홉은 살림에 해로운 것들이라고 잘라 말하면
노인네 망령이라고 웃을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생산이 있어야 건강한 분배가 있고, 건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건강한 소비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건강한 생산 영역은 나날이 좁아지고, 분배의 건강성도 사라졌습니다.
생산이 소비의 척도가 되는 게 당연한데도, 돈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에 갇혀 살다 보니,
먹이고 입히는 사람들을 발톱에 낀 떼꼽재기만도 못하게 여겨,
'내 돈 내고, 내가 사 먹는데 뭐 어때?' 하고 떵떵거리는 사람들이 열에 아홉입니다.
그 사람들 돈 먹고, 돈으로 옷 해 입고, 돈 깔고, 돈 덮고 자게 하라는 말이
울컥 목구멍까지 치미는 때가 있습니다. 망령이겠지요.
-<개똥이네 집> 201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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