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의 철학을 담아 만드는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그냥 <개똥이네 놀이터>라고 하기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 매번 이렇게 길게 말하고 있습니다. ^^) 여성민우회 생협과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여성민우회 생협 사무실을 찾아 갔습니다.
꾸미고 있는 일이란 여성민우회 생협 조합원이 <개똥이네 놀이터>를 정기구독하면 구독료의 10%가 여성민우회 비전기금으로 보태지는 것이래요.
왠지 '마' '케' '팅'과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 되어지는 보리지만 이런 제휴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되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 보리가 가야할 '마' '케' '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상생 마케팅이니 윈윈 마케팅이니 하는 얘기도 많이 하지만 그 '상생'과 '윈윈'에 '그들'만 있고 '우리'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성민우회 생협과 보리의 제휴는 '저희들'만의 상생일까요, '우리'의 상생일까요.
여성민우회 생협 사무실엔 갑자기 연락을 드리고 찾아갔습니다. 사무실 문을 빠끔 열고,
"저.. 보리출판사에서 왔는데요." 했더니
"어머, 저 보리출판사 너무 좋아해요. <개똥이네 놀이터>는 창간호부터 정기구독 하고 있고요." 하십니다.^^
여성민우회이기 때문에 사무실에 여성분들만 계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멋진 남성분들도 계시고, 사무실은 굉장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저를 맞아주신 분은 여성민우회 생협에서 홍보를 맡고 계신 @minwoo_coop님입니다. 우선 제가 여성민우회 생협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설명을 부탁드렸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 선언문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소박하면서도 원대합니다.
우리는 안전한 밥상을 원합니다.
우리는 좀 더 깨끗한 물, 좀 더 맑은 공기,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성이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는 때로는 섬세함으로, 때로는 담대함으로 세상을 바꾸려합니다.
우리의 작은 실천은 생태적이고 평등한 삶의 시작이며,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져 전 지구로 확대될 것입니다.
우리는 약속합니다.
●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생활재를 통해 생명존중의 삶을 실천한다.
●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하여 협동소비의 힘을 확대한다.
● 여성인 나를 존중하고 자립을 추구함으로써 평등한 사회를 만든다.
● 우리의 자매애를 사회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시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든다.
그 세상을 여성인 우리가 이루어낼 것입니다.
조합원 선언문은 2002년 조합원들의 직접 민우회 생협과 다른 생협의 차이점, 우리가 바라는 생협, 민우회 생협 조합원인 나는 누구인가? 등을 고민하며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 여성민우회 생협 바로가기
민우회 생협에 대한 설명과 또 고민을 들으면서 저희 보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minwoo_coop님도 동의하실 지는 모르겠지만요. ^^
→ '공동체'와 '생태'가 조직의 중요한 가치관이다.
공동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보리 안에서도 '도대체 공동체가 무엇이냐'라는 고민이 끊임 없이 있지만 정확하게 정의내려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나만 잘먹고 잘사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지향임은 분명한것 같습니다. 또한 그것이 인간세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고요.
@minwoo_coop과 나눈 이야기중에 가장 공감되는 이야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민우회 생협은 어떻다', '이런 조직이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민우회 생협은 누군가에 의해 정의내려진 조직이 아니라 조합원들에 의해 만들어져 가기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그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서 어떤 '능력자'가 필요하기 보다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가 '그것'을할줄 알기 때문이 아니라 '그'이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끄덕끄덕)
여성민우회 생협도 보리도 세상에 나온지 20년이 됐습니다! 조직을 키워 대형화 되기 보다 처음 생각을 지켜나가기 위해 걸어온 세월입니다. (물론 많은 실망과 좌절과 모순을 겪으면서 말이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 그래서 같은 지향점을 향해 여러 사람들이 걸어간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걷다보면 같은 지향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배가 산으로 가는 일도 생길테고 의견 충돌도 겪어야 하니까요. 또 각기 다른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내세우는 목소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모순되기만 한 사람으로 인한 실망감은 또 오죽 크겠습니까? 좋은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생협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과 의견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조합이라는 것, 공동체라는 것이 그래서 참 힘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점점 더 대형화, 상업화, 물질화 되어가는 사회에 순응하며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죠. 누군가는 그 반대쪽에 서 있어야 할테고, 반대쪽에 서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 누군가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
여성민우회 생협과 보리가 손을 잡은(?) 이유도 거기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리 2009-12-10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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