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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한 줌 같은 노래,
아이들한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 황윤옥이 만난 ‘백창우(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황윤옥(아래부터 황): 7월은 신나는 달, 여름 방학이 있지요. 먼저 방학을 맞는 어린이들과 어른들한테 인사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백창우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여름 방학용 영화나 시, 노래가 있다면요?

 

백창우(아래부터 백): 여름 방학이라, 이번에 나온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를 한 세 번만 들으면 진짜 괜찮은 방학이 되지 않을까요? 하하. 또 책 몇 권이랑 음반 몇 개, 공책이랑 연필 같은 거 챙겨서 사람들 많이 안 가는 한적한 데서 며칠 여유롭게 뒹굴다 오는, 계획 없는 여행 같은 거 어떨까요. <벤지>나 <베토벤> 시리즈나 <모모>, <죽은 시인의 사회>, <어거스트 러쉬> 같은 영화도 빌려 보고. 《사과나무밭 달님》이나 《몽실언니》, 《문제아》, 《마당을 나온 암탉》, 《어린왕자》, 《꼬마 니꼴라》 같은 이야기책도 좀 보고, 《일하는 아이들》, 《까만손》, 《요놈의 감홍시》처럼 아이들 시를 모아 놓은 책이나, 《할아버지 요강》, 《나무 잎사귀 뒤쪽마을》, 《귀뚜라미 나와》 같은 동시집도 좀 보고 그러면 좋을 텐데……. 그런데 요즘 아이들한테 방학이 신나는 거 맞나요?

 

 황: 그러게요. 요즘 어린이들은 방학 때도 공부를 못 놓는 것 같아요. 선생님 히트 곡(하하.) ‘걱정이다’ 노랫말을 쓴 초등학생도 ‘나는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다, 내 속에는 죽는 생각만 난다’고 하잖아요. 마음이 짠하지요. 이런 어린이들한테 노래가 위로가 될까요?

 

백: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걱정이다’, ‘시험’, ‘큰길로 가겠다’, ‘싫단 말이야’, ‘이놈의 공부 백 점은 따서 뭘 하나’, ‘꽃다지야’같이 아이들 삶과 마음이 담긴 노래들이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이 형편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좋은 삶을 살려면 그 마음에 좋은 결을 새겨야지요. 좋은 노래는 좋은 결을 만들어 줘요. 또한 노래는 아주 좋은 놀이이기도 합니다. 놀이는 답답한 마음을 풀어 줍니다. 뭔가 새로운 기운을 주지요.

 

황: 마음에 좋은 결을 새겨야 좋은 삶이라는 말이 와 닿네요. ‘어린이 백창우’도 노래에서 위로를 받았나요? 특히 아끼는 노래, 있지요?

 

백: ‘어린이 백창우’한테도 노래는 참 많은 위로를 주었지만 ‘어른’ 백창우한테도 노래는 참 좋은 동무입니다. 힘들 때, 외로울 때, 슬플 때,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저 곁에 함께 있는 그런 동무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는 내가 만든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하고 나누는 거지요. 좋아하는 노래는 참 많아요. ‘감자꽃’, ‘어디만큼 오시나’, ‘해바라기’, ‘딱지 따먹기’, ‘제비꽃’, ‘개구쟁이 산복이’,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콩밭 개구리’, ‘빈대떡’, ‘밥상’, ‘누구일까’, ‘염소’, ‘똥 누고 가는 새’, ‘부추꽃’’, ‘새와 산’, ‘소는 가슴속에 하늘을 담고 다닌다’, ‘남누리 북누리’, ‘장작불’,‘나이 서른에 우린’, ‘꿈이 더 필요한 세상’,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따뜻한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 ‘우리 어머니’, ‘그대의 날’, ‘내 사람이여’, ‘햇볕’……. 음, 계속 생각나네요. 하하.

 

황: 아이고, 이건 뭐 좋아하는 노래가 이 정도면 도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노래를 만드신 건가요? 백창우는 ‘노래 만드는 사람’인가요?

 

백: 아니요, 노래 만드는 사람이라고만 하기보다는, 백창우는 백창우지요. 시 쓰는 일, 노래 만드는 일, 그리고 그걸 갖고 뭔가를 꾸미는 일이 나한테는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하고 또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껏 내 마음이 가는대로, 내 몸이 가는대로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나처럼 사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해도 나는 그냥 ‘나’로 사는 게 좋아요. 요즘도 밖에 나갈 일이 없는 날은 작업실에서 혼자 시나 노래를 갖고 놉니다. 아직까진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가 없거든요.

 

황: 백창우가 만든 노래는 어린이와 인연이 깊지요. 특히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하고는 각별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백: 첫 음반을 낸 뒤, 간판도 강대상(교회에서 설교를 하는 대)도 없는 가난한 교회에서 교사로 일하며 몇 해 동안 달동네 별동네 아이들하고 어울려 놀았어요. 그때 어린이 모임을 만들어 함께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고 그랬지요. 그게 굴렁쇠아이들 첫 시작입니다. 전래 동요도 부르고 내가 만든 동요도 부르고 그랬는데 몇 해 하다 보니 그 노래들을 다른 아이들하고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공연도 하고 음반 녹음도 하고 그랬지요. 공단에 탁아소를 세우는 기금을 마련하려고 <새날을 열어 갈 우리 아이들>이나 전교조 초기에 어린이 노래 운동을 하면서 하나로 만든 <노래마을 어린이노래마당> 같은 음반을 만들었지요. 거기에 담긴 전래 동요나 ‘감자꽃’, ‘개구쟁이 산복이’, ‘은자동아 금자동아’, ‘남누리북누리’, ‘봄나들이’, ‘꿈이 더 필요한 세상’, ‘부르는 소리’,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선생님 우리 선생님’ 같은 노래들이 교육 현장이나 어린이 단체에서 연 여러 행사에서 널리 불렸지요. 그러다 1999년 《전래동요집》이랑 《이원수 동요집》부터는 음반과 노래책을 함께 내기 시작했지요. 그 뒤 아이들 시를 노래로 만든 《딱지 따먹기》, 아이들 말을 노래로 만든 《맨날 맨날 우리만 자래》, 마암분교 아이들이랑 만든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었어요. 얼마 전엔 《이오덕 노래상자》, 《권정생 노래상자》, 《임길택 노래상자》,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를 냈고요.

 


황: 와, 정말 많은데요. 저희 아이도 굴렁쇠아이들 노래를 듣고 자랐거든요.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백: 최근 한 일 년 사이에는 공연이 많았어요. 노래상자 출판 기념 콘서트도 했고, 조금 별난 전시회 노래 마당, 두창분교 음악회, 강아지똥 100만부 콘서트도 했어요. 해마다 이오덕 선생님 무덤가와 권정생 선생님 집 마당에서 음악회를 열어요. 권정생 동화로 만든 애니메이션 <엄마 까투리> 주제가를 부르기도 했고요. 요즘은 굴렁쇠아이들이랑 이오덕, 권정생, 임길택 동화와 시를 다시 읽고 있어요. ‘환경’이란 말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환경 음반도 하나 준비하고 있고요.

 

 황: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공연 가운데 저는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임길택 선생님 시에 노랫말을 붙인 노래상자 출간을 기념하는 공연이 참 좋았어요. 노래상자는 노래집도 아니고 음반도 아니에요. 노래상자에는 저마다 무엇이 담겨 있나요?

 

백: 이오덕 선생님, 권정생 선생님, 임길택 선생님은 내 노래가 갈 길을 가르쳐 준 분들이에요. 살아 계실 때 이런저런 자리에서 세 분 시에 붙인 노래들을 부르곤 했어요. 세 분 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고 난 뒤, 윤구병 선생님, 이주영 선생님 같은 분들이 그 노래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이미 만들어 부르던 노래들을 모으고, 세 분이 쓴 시를 다 다시 찾아 읽으면서 새로 노래를 만들었지요. 그리고 이오덕,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 시에 붙인 노래들도 함께 모아 노래상자마다 음반 두 장과 노래책 한 권씩을 담아 내게 되었어요. 노래상자에 담지 못한 노래들은 따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에 실었고요. 여기엔 동요집이라는 말이 없어요. 어른이 먼저 듣고 그다음에 아이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뭐, 함께 들을 수도 있고요. 이 노래만 들어도 세 분이 걸어온 삶이나 가졌던 마음이 다 느껴져요. 노래 덕분에 세 분이 사람들하고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면 그만큼 삶이 달라질 거예요. 아이든 어른이든 말이에요.

 

황: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텐데, 어린이문화연대가 모인 지 거의 일년이 다 돼 가요. 백창우 표현을 빌어서 어린이문화연대는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까’요? 

 
백: 돈, 학교, 시험지, 텔레비전, 컴퓨터처럼 네모난 것들에 갇혀 살아가는 아이들한테 또 한때는 아이였던 어른들한테 네모 바깥에 다른 것들이 많이 있다는 걸 얘기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말이지요.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방정환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작은 매체(마이크로 미디어)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형편없는 것들이 가득한 큰 매체(매스미디어)와 제대로 맞장을 좀 떴으면 좋겠어요. 한 수 가르치기도 하고요. 그렇게 한다면 해마다 조금 별나고 기발한 워크숍도 갖고 어린이문화연대에 밑바탕이 되는 방정환, 이원수, 이오덕, 권정생, 임길택 같은 분들 주기에 거기에 걸맞는 프로그램도 더 잘 만들어 보면 좋겠죠. 한 해나 두 해에 한 번쯤은 여러 장르를 잘 결합해 끝내주는 어린이 문화 잔치나 캠프 같은 것도 좀 열고요. 어린이 문화 전도사들을 교육시키는 아카데미나 연수 같은 것도 꾸리면 좋겠어요. 아이고, 할 일이 많네요. 일제 강점기 어린이 문화 운동을 잘 살펴보면 어린이문화연대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이 보일 것 같은데요.

 

 - <<개똥이네 집>> , 2011.7 예순여덟 번째

 

 

 

 

 

 

다 다른 노래, 다 다른 아이들

백창우가 쓴 아이들 노래 이야기

 

살아 있는 교육 (시리즈) 26

글쓴이 백창우

쪽  수  292쪽

판  형 153×224mm

가  격 12,000원

출간일  2011년 8월 15일

 

 

 

 

동요를 부르지 않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이 사는 세상의 어른들에게

글쓴이 백창우는 30년 넘게 아이들에게 좋은 노래,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노래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 책은 노래 만드는 사람 백창우가 아이들에게 아이들 노래를 돌려 주기 위해 여러 노래를 만들면서 느꼈던 생각과, 그 노래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동요를 좋아하지 않는 요즘 아이들, 대중가요와 기계 음악에만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노래를 들려 주면 좋을지, 어떤 노래를 함께 부르면 좋을지, 음악 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선생님과 부모님께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 2011년 8월 17일에 만나요!

 

 

홍보 살림꾼 꼬맹이

홍보 살림꾼 꼬맹이 2011-08-10

보리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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