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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책마을] 첫 번째 이야기

 

 모두가 가난하면서도 모두가 넉넉한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58년 개띠」(책따세 추천도서 2003) 시인, 

서정홍 선생님의 보리 독후감 입니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20년 동안 버스 운전을 한 안건모가 전태일 문학상을 받은 글과, 신문과 잡지에 쓴 글을 모았습니다. 버스 기사들의 일터 이야기, 운전석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가 신명나게 펼쳐집니다.

 

저자 안건모 | 출간일 2006-06-01 | 대상연령 청소년~어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생활을 하다가, 검정고시로 한양공고에 들어가 2학년 중퇴하고 노동일을 해 온 버스 기사가 책을 냈습니다. 1985년부터 서울에서 시내버스와 좌석버스 운전을 20년 동안 하면서 얼마나 하고 싶은 얘기가 가슴에 쌓였으면 글을 썼겠습니까. 하루 내내 자동차 매연을 마시며 정거장마다 정해진 시간 맞추어 달리는 것도 만만찮은 일인데 지친 몸으로 글까지 쓰다니, 우리가 이런 책을 읽지 않으면 어떤 책을 읽겠습니까. 일하는 사람, 그것도 늘 우리 곁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인 버스 기사가 쓴 글이니 억지로 틈을 내어서라도 읽어야겠지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하느님! 부처님! 부르면서 얼마나 가까운 이웃한테 관심 없이 살았는지 금세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 역사에 버스 기사가 살아온 이야기를 써서 책을 내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지 싶습니다. 기적이란 무어 특별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온갖 억압과 폭력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오늘 다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스스로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는 버스 기사 안건모 씨가 우리 곁에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이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어떤 인연으로 대전 목원대학에서 전국 초등국어교사 연수 때 두 시간 남짓 강의를 한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때 이런 질문을 교사들한테 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수 만 가지 직업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자연과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직업은 다 소중한 직업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직업은 무엇일까요?”

  그런데 삼백 명이 넘는 교사들이 모였는데도 아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 번째는 농사짓는 사람이요, 두 번째는 집을 짓는 사람이요, 세 번째는 옷과 신발과 여러 물건을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으며, 잠을 자지 않고 살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옷이나 신발 들이 있어야 일을 하면서 자기 몸을 보호하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제자들한테 자라서 무엇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까? 생명을 살리는 농사꾼이 되라고, 집을 짓는 목수가 되라고, 옷과 신발을 만들어주는 노동자가 되라고 가르친 적이 있습니까? 이렇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직업은 서로 하지 않으려고 하니 세상이 날이 갈수록 어지럽습니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쉽게 재산을 모은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을 업신여기고, 한평생 일하는 사람들 덕에 살면서 온갖 ‘쓰레기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쟁도 결국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 곧 머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누구한테나 있으면 이 세상은 늘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강의를 끝내고 한 시간 남짓 교사들한테 ‘시집 사인’을 해 주었는데 제 옆에 서서 울고 있는 젊은 여교사가 있었습니다. 사인을 끝내고 일어서려는데 울면서 제게 말했습니다.

  “서정홍 선생님, 오늘 강좌를 듣고 처음으로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한평생 남의 집을 지어주는 막노동꾼이었습니다. 자주 술 드시고 들어오는 아버지를 여태까지 한 번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여태 그렇게 살아온 것입니다. 서로 편하게 잘 먹고 잘 살자고 발버둥 치며 살아온 것이지요. 언제 우리가 버스 기사들의 삶을 눈여겨볼 겨를이 있었겠습니까? 언제 우리가 고무냄새 본드냄새 가득한 공장에서 일하는 신발공장 노동자를 위해, 농사지을수록 빚만 늘어가는 농민을 위해, 나이 들수록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목수를 위해, 무거운 그릇을 하루 내내 들고 다니며 손님 밥상을 차리는 식당 아주머니를 위해 따뜻한 눈길 한 번 보내 주었습니까? 다 돈이면 되는 줄 알고 살아왔지 않습니까?

  저처럼 이렇게 못난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들은〈한겨레〉시민편집인 홍세화 선생과 시사평론가 정범구 선생이 추천하는《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버스를 타고 싶을 것입니다. 그리고 버스 기사를 눈여겨보게 될 것이며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 서정홍

 

 

 

 

 

 

홍보 살림꾼 꼬맹이

홍보 살림꾼 꼬맹이 2011-07-12

보리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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