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보리 마주 이야기" 갈래 글122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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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서울국제유아교육전 참가 준비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2009/11/17 - [나눔/책 잔치/ 출판 행사] - 제21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 참가 준비중입니다.



저는 첫날(26일)행사장에 나갔습니다. 평일이라고 해도 행사 첫날엔 많은 분들이 오신다는 얘기를 미리 듣고 갔는데 정말 열시 개장 시간이 되기 전부터 입구에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신종플루때문에 예년보다 관람객이 적다고 관계자분들이 그러시던데, 그래도 무척 붐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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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보리 가판 앞쪽엔 영어책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와! 정말 놀랐습니다. 영어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이름이 '국제유아교육전'이니 영어 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오신 분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요.

'국제유아교육전'에 저희 보리는 왜 참여를 한 걸까요? '국제'와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출판사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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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보리 가판입니다. 예상대로 한산하죠? 사실 이 사진은 막 개장했을 때 찍어서 그런 것 뿐입니다.^^ 저희 보리도 영어책만큼은 아니지만 찾아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설명해 드리고 책 찾아 드리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으니까요. 저희 보리가 귀중하게 여기는 '생태' 이야기가 교육 현장에선 삶과 동떨어진 논술 주제 정도로 다뤄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소중하게 들려주고 싶어하시는 부모님들과 교육 종사자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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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저희 보리 살림꾼보다 더 열심히, 더 자세히 저희 보리 책을 다른 분께 설명해 주기도 하셨는데,

"여기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은 정말 좋아요. 보세요, 이런 그림들 우리 정서에 맞는 책들을 아주 고집스럽게 만들고 있는 출판사에요."

'고집스럽게'라는 얘기에 아무렇게나 서 있던 자세를 고쳤습니다.^^

엄마 아빠 손 잡고 온 한 아이는 <할머니 어디가요 앵두따러 간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갑니다. 그런 아이를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님과 아이의 예쁜 눈을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꾹 참았습니다. 간혹 보리에서 나온 책들이 너무 옛날 시골 이야기들이어서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시골 이야기를 이렇게 빠져들어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도시에서 살아도 자연은 우리에게 그리운 고향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이 노래는 뭐에요?"

하고 물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틀어 놓은 보리어린이노래를 듣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보리어린이 노래 마을은 아이들의 말과 글에 곡을 붙인 아이들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 시끄러운 행사장에서도 지나 가는 길에 듣고 물어보게 되는지 궁금하시죠?

왜 국에다 밥 말았어?
싫단 말이야.
이제부턴 나한테 물어 보고 국에 말아 줘.
꼭 그래야 돼. (조민정, 일곱 살)
우리는 어른들한테 뭐 줄 때
두 손으로 주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 던져?
엄마도 우리한테 뭐 줄 때
이리 와서 두 손으로 줘. (이월아, 일곱 살)

  아이들이 한 말입니다. 맘대로 국에다 밥을 말아 주거나, 물건을 던지는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으니 우리 아이들 마음이 얼마나 시원할까요. 이렇게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해야 잘 자랍ㄴ디ㅏ. 이렇게 하고 싶어서 한 말이 외워서 한 말일까요?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을 외워서 하는 사람은 없지요.
  그러니까 우리 교육에서 들어주는 교육이 가장 으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마주이야기 교육은 들어주는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을 말을 할 때 들어주자,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을 들어주고 알아주고 감동해 주자, 아이들이 하는 말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들어 줄 수 있을 지 알아 내자, 이것이 마주이야기 교육입니다.
  그런데 가르치려고만 드는 교육에서는요, 이렇게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 외우지 않고도 잘 하는 말, 그래서 문제가 가득 들어 있는 알맹이 말을 들어주지 않아요. 아이들이 하고 싶지 않은 말, 달달 외워야 하는 말, 그래서 아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들어 있지 않은 쭉정이 말만 가르쳐요.
박문희 (아람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

아이들의 말, 참 재미있죠? ^^ 저는 행사장 나갈 때마다 듣고, 회사차로 어디 갈 때마다 들으니 너무너무 들었지만 들어도 들어도 아이들의 말은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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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말에 귀기울이고 그 말들로 노래가 되게 하신 박문희 선생님은 참 이상한 유치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영어는커녕 한글도 안가르치고 교구도 없는 유치원이니까요. 참 이상하죠? 요새 영어를 안가르치는 유치원이 있다는 게 말입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말을 들어줄 시간도 모자른데 가르칠 시간은 더더욱 없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놀이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래놀이가 비싼 교구보다 더 아이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하는 구슬치기는 노는 것이라고 못하게 하면서 비싼 교구만 가지고 공부시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거죠.
 
박문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곧 저희 보리의 교육 철학입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교육과는 거리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 보리가 '국제유아교육전'에 참가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계속 참가하게 할 것인지도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죠.

그래도 보리의 책을 귀하게 여겨 주시는 분들을 만나는 일은 보리 살림꾼들에게 참 힘이 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더욱 '고집스럽게'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보리

보리 2009-11-28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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