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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모

월간 <작은책> 발행인

 

 

초등학교 때 중공과 자유중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걸 배웠다. 그 당시 중공은, 중국공산국가의 준말로 ‘북한’보다 더 나쁜 나라인가보다 생각했고 자유중국은 자유를 지키는 ‘착한 중국’으로만 알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중공이 중국이 되고 자유중국은 대만(중화민국)이 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자유중국은, 중국 본토 대륙의 인민을 착취하던 1인 독재 국민당 장제스정부가 중국인민해방군의 홍군한테 대륙에서 쫓겨가 세운 쬐그만 섬나라 대만이었다. 1971년 중국의 위상의 높아져 국제연합총회 2758호 결의안에 의해 자유중국이 국제연합에서 쫓겨나면서 중국인민공화국이 유일한 합법 국가로 인정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그 중국인민공화국과 수교를 했고 그 다음부터 나라 이름을 중국이라고 했던 것이다.

지난해가 중국인민공화국이 탄생한 지 60주년이었다. 14억 인구를 거느리고 있는 나라. 지난 60년 동안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총생산은 약 100배로 뛰었고 외환보유액이 2조 달러가 넘었고, 교역 총액과 경공업 생산액에서 세계1위가 된 거대한 대국 중화인민공화국.

대장정 표지그 중국을 이야기할 때 ‘대장정’을 빼놓을 수 없다. 국민당 장제스 정권의 군대에게 쫓겨 중국인민해방군 홍군이 368일 동안 12,500킬로미터를 쫓기는 대장정.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이승만 정권의 토벌 정책에 덕유산으로 지리산으로 쫓겨 들어가던 빨치산 이야기다. 장제스는, 만주를 침략한 일본군에 저항하기보다 공산당을 죽이는데 혈안이 된 인물. 이승만은, 한국을 점령한 미국에 저항하기는커녕 친일파를 앞세워 홍군 같은 조선공산당을 ‘멸공’하려던 인물. 이런 역사를 우리가 어릴 때는 거꾸로 배웠다.

보리출판사에서 그 대장정을 그린 《소설 대장정》을 펴냈다. 첫 장면은 1934년 12월 1일, 장제스 군대가 샹 강을 건너는 홍군을 전멸시키려고 총을 쏘아대고 비행기로 폭격하는 장면이다. 총에 맞거나 물에 빠져 죽지 않은 홍군들은 건너갔지만 앞날은 더욱 참혹했다. 홍군의 남은 전사들은 만년설로 덮여 있는 다섯 개의 산맥을 포함해 열여덟 개의 산맥을 넘고, 열두 개의 성과, 예순 두 개의 마을을 지난다. 허를 찌르는 전술로 지방 군벌군과 중앙 정부군의 병력을 물리치거나, 피하거나, 따돌리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험난한 지대를 건너는 이 대장정은 세계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대이동이었다. 모든 장면이 아슬아슬하고 기막혔지만, 국민당군이 널빤지를 걷어가 쇠줄 몇 가닥으로만 협곡 사이를 이어주는 루딩교를 기어서 건너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였다.

1935년 10월 19일 홍군은 마침내 우치 진에 닿는다. 장시를 떠날 때 8만 명이었던 전사가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총 맞아 죽어 8천 명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데 이 참혹한 대장정이 마오쩌둥과 공산주의자들에게 중국을 안겨주었다. 책을 보면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알 수 있다.

저자 웨이웨이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꼼꼼히 모으고 혁명 선배들을 찾아다니고 장정 길을 두 번이나 직접 걸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같은 77명의 실존 인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생생히 알 수 있었다. 선야오이가 판화 기법으로 그린 900컷의 그림은 그 전사들과 같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은 다섯 권짜리다. 저녁 7시 무렵, 첫 권을 읽고 잠을 자다가 뒤가 궁금해 새벽에 깨서 아침 일곱 시까지 다섯 권을 다 읽었다. 이 《소설 대장정》은 호방한 수호지와 웅장한 삼국지를 뛰어 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이 대장정으로 중국을 세운 혁명 지도자들의 역사에서, 새된 목소리로 요즘 한국에서 깝치고 있는 지도자(?)가 얼마나 천박한지 새삼 깨달았다. 진보와 해방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변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웹마스터 위희진

웹마스터 위희진 2011-02-23

IT업계에서 보리로 이직한 것은 생태적 개종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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