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리책 만들고 있는 양똘입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에 작업한 책을 소개드리려고요. 딱딱한 책 설명은 안 할 테니까, 잠시만 보고 가세요.^^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들려주기》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1995년에 출간된 책을 15년 만에 다시 낸 것이에요. 내용은 일부만 보완․수정했고, 좀 더 보기 편하도록 본문과 표지 디자인을 새로 했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독자들과 만날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새 책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뭐 하는’ 책일까요? 답이 쉽습니다. 제목 그대로예요. ‘옛이야기 들려주’는 책입니다. 옛이야기에 관심이 있어도 막상 아이한테 들려주려고 하면 엄두가 안 나잖아요. 무슨 책을 사서 읽어줘야 하나, 외국 동화에 익숙한 아이들이 재미있어할까, 옛날 얘기라 못 알아듣는 거 아닌가, 그냥 줄줄 읽어주면 옛이야기 맛이 안 나지 않나, 말주변도 없는데 괜히 안 하느니만 못하는 거 아닌가……. 그런 소박한 엄마, 아빠, 선생님 들을 위해 세상에 나온 책입니다. 요즘 아이들한테 ‘왜’ 구닥다리 옛날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진짜배기’ 옛이야기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골라서, 어떻게 다듬어서, 어떤 방식으로 들려주어야 하는지까지 빠짐없이 알려주거든요. 그뿐인가요. 서정오 선생님이 구수한 입말로 다시 쓰신 옛이야기 열두 마당까지 실려 있지요. ‘이거 한 권이면 다 된다’고 해도, 좀 낯 뜨겁기는 하지만,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닌 듯해요.
책 얘기는 지루하니 여기까지 하고, 서정오 선생님 얘기를 좀 할까요? 편집 경력이 많지 않은 제가 느끼기에도, 서정오 선생님 같은 저자와 작업하는 것은 편집자한테 대단한 축복입니다. 선생님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백발신사’라고 할래요. 처음 뵐 때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명성에다 모습에서 느껴지는 연륜 같은 것들이 겹쳐져 주눅이 드는데,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고 “양모모 선생님, 고생 많으십니다” 소리를 듣고 나면 (얼치기 편집자한테 선생님이라니요. 아이고.) 단박에 마음이 따뜻해지지요.
선생님은 책 작업하는 동안 저를 계속 당황시키셨어요. 제가 욕심을 내서 본문 소제목을 좀 멋들어지게 붙여볼라치면 ‘변변치 못한 글’이라서 곤란하다고 하시는 겁니다. 아무것도 없어도 어떻게든 ‘있어 보이려고’ 몸부림치는 시대에 정말 드문 경험이었죠.
이 책은 그런 선생님을 꼭 빼닮았습니다. 어떤 거짓도, 포장도, 부풀리기도 없이, 정말 가지고 있는 그만큼만 그대로 보여주는 알짜배기 책이랄까요. 목차를 한번 살펴보세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의 내용이 들어 있는, 겉과 속이 같은, 희귀한 책입니다.
그렇다 보니, 책을 만들면서 물리적으로는 힘들었어도 마음고생은 거의 하지 않았어요. 책이 나오면 언론사나 서점에 선보일 ‘보도자료’를 쓰는데요. 책이 워낙에 좋으니까 이 공포의 보도자료조차도 골머리 썩히지 않고 술술 나오던걸요. 저로서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참 고맙고 기뻤어요. 이 뿌듯한 느낌을 되도록 많은 독자님들과 오래오래 나누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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