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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스무 나라에서 저마다 한 명씩 조직폭력배 우두머리를 서울에 보낸다고 칩시다.

'조폭'들은 대체로 비공식 모임을 갖지만, 더러 공식 모임도 갖습니다. 북미 갱스터, 러시아 마피아,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영국 훌리건... 요즈음 이 사람들 단순한 주먹들이 아니라 그 나라 경제계 거물들이기도 하답니다. 뭐하러 이 땅에 오겠느냐고요? 저도 잘 모릅니다.

금융 자본이 온 세계를 휩쓸고 간 뒤끝에는 서구 자본주의를 본뜬 나라 가운데 열에 아홉이 쪽박을 차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그 고통을 서민들한테 덤터기 씌우기 십상이라는데, 우리도 지난 1997년에 그 벼락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한 번 맞은 벼락, 두 번 안 맞으라는 법이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별달리 할 일도 없고 하니 이참에 이 '세계 대표 조폭'들이 모여 한판 벌이면 저와 이 나라에, 그리고 우리 서민들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지레짐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도박을 '게임'이라고 하는 줄을 <게임의 법칙>이라는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게임'? '놀이?' 그럴싸합니다. '국제금융조폭'들 주머니 사정에 비추면 일이천억 불 잃고 따는 것이야 어린애 장난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지간한 재력을 가진 중진국 형편에서도 판돈을 잘못 대면 나라가 거덜나는 게 국제 간 금융 '게임'입니다. 따라서 국제 조폭들이 저마다 제 나라를 대표해서 도박판을 벌인다면, 우리나라 조폭 두목이 미리 꼬리를 사려고 자리 값이나 받고 개평이나 뜯자는 속셈으로 일찍이 판에서 빠진다면 모를까, 돈 딸 욕심에 눈이 멀어 섣불리 판에 끼면 곧바로 나라 망치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왜냐고요? 저는 외할아버지가 '투전판'에서 패가망신하여 딸들마저 색주가에 팔아넘긴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일찍이 그 '게임의 법칙'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한 셈입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돈 놓고 돈 먹기'입니다. 도박판에는 만고불변의 법칙이 있는데, 이것은 로또에서 당첨되는 것과는 달리 '돈이 돈을 딴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돈 많은 놈이 장땡 잡는다.'는 게 '게임의 법칙'입니다.

더블유티오(WTO) 체제에서 '장땡'은 국가 수준에서든, 투기 금융 수준에서든, 지하 경제 수준에서든 늘 '코큰놈'이 잡았습니다. 조폭 세계라고 예외는 없을 겁니다. 만일 스무 나라 조폭들이 너나없이 판에 끼어 판돈을 쌓아 올린다면, 마지막에 판돈을 싹쓸이 할 놈은 보나 마나 북미 갱스터일게 빤합니다. 저마다 돈 딸 욕심으로 판을 벌이려고 하지만, '게임의 법칙'을 모르고 덤비는 조무래기 나라 조폭 두목 몇이 미끼에 걸려 패가망신을 할까 나머지 조폭들은 아예 판에 끼어들지 않으려 할 것이니, 이 판 벌리나 마나입니다. 우리나라 조폭? 이 판에 끼지 않도록 한사코 말려야지요.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 "국제 조폭, 니네 땅으로 떠나라."고 외쳐야지요. 몰아내야지요. 그런다고 떠날까요? 글쎄, 두고 볼 일입니다. 우리 모두 두 눈에 촛불 밝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윤구병


보리

보리 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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