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요.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변하기 때문에 세상이 변하는 것인지,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사람이 변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발맞추어 아니 남보다 앞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합니다. 분명 틀린 말이 아니에요.
재래시장들이 대형 마트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선택하고, 동네 작은 가게들이 계속해서 세련된 인테리어로 변해 가고, 낡은 건물이 허물어지고 새건물이 들어서고, 많은 것들이 아니 거의 모든 것들이 변해갑니다. 그리고 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때 그때 변하지 않은 것들을 보면서는 촌스럽다, 낡았다, 구식이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들이 오히려 오랜 시간을 변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면 정겹게 느껴집니다.
사진 출처 :
[포토에세이] 만리재에서 만난 오래된 이발소 - 오마이뉴스
ⓒ 김종성
이 작은 이발소처럼요. 세상이 그렇게 변해왔는데도 따라 변하지 않고 사라져버리지 않고 처음 그대로인 것이 너무나 정겹고 또 너무나 고맙습니다.
변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분들은 보리는 변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보리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지금 아이들이 시골에서 자란 적이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보고 감동을 받겠냐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들려줘야 한다고 합니다.
보리가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변해야 하는 것을 무엇일까요? 어찌 생각하면 쉬운 물음이고, 어찌 생각하면 끝없이 복잡한 물음입니다.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고, 변해야 하는 것은 기술의 도입같은 문제가 아니겠어?'
하지만 '좋은 책'이라는 기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지켜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라는 물음에 한 마디로 답할 수 없기 때문이죠. 보리에서 일하고 있는 살림꾼들의 생각도 모두 다를 거구요.
또한 어느 것은 지키고, 어느 것은 변화를 선택한다고 해도 X값은 그대로 두고 Y값만 다르게 적용시키는 수학 공식 같을 순 없는 일이죠. 한 쪽에서 변화를 선택한다고 해도 이 변화는 결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종이에 손으로 써서 문서를 작성하던 방식을 컴퓨터로 작성하는 것으로 바꾸게 되면 단지 일하는 방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 업무체계, 시간 관리등 많은 부분들이 바뀌게 될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어떤 지점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모두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변화를 선택했다면 그 변화속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그것을 지켜가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해야합니다.
회사에서 풍물소리 울리던 옛날 보리, 책을 알리기 위해 살림꾼들이 모두 홍보물을 들고 지하철역으로 나갔던 옛날 보리, 도감을 펴내기 위해 편집자와 작가가 함께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물론 살펴보고 사진 찍은 후엔 다시 놓아줬다고 해요 ^^ ) 산으로 들로 취재를 다니던 옛날 보리...
지금 보리가 변한 것은 무엇이고 지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되찾아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지켜가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3대째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 있어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은 이발소와 같은 출판사는 될 수 없을까요? 어찌보면 전 보리가 가진 느낌과는 좀 다른 살림꾼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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