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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면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가난한 이들이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됩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였습니다.
할머니들이 겪은 일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아픔이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그게 내가 오늘까지 살아남은 까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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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숙 글 | 이담 그림 | 201008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 보려 해요.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데
내가 산 세월을 돌아보니 내내 한겨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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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마을 아랫길로 트럭이 한 대 달려왔어요.
우리 마을에서 트럭을 보는 일은 아주 드물어요.
나는 먼발치에서 주뼛주뼛 트럭을 살폈어요.
트럭에는 순사와 군인과 조선말을 하는 사람이 타고 있었어요.
"집이 어디냐? 이 마을에 살면 데려다 줄게."
그 말에 나는 철없이 트럭에 올라탔어요.
그런데 트럭이 쏜살같이 달리더니 우리 마을 앞 고갯길을 넘어갔어요.
이곳저곳에서 다른 여자 아이들도 트럭에 태웠어요.
그중에는 내 동무 순이도 있었어요.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내려 달라고 했지만
그 사람들은 들은 척도 안 했어요.
트럭은 해 질 무렵에야 멈췄어요.
우리는 허름한 여관방에 짐짝처럼 떠밀려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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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향을 떠났어요.
그리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이제껏 혼자 살았어요.
하루는 텔레비전을 켜니, 어떤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나처럼 강제로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갔던 할머니였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설움이 북받쳤어요.
나는 처음으로 크게 목 놓아 울었어요.
그리고 알았어요.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까닭도 없다.
 죄인은 우리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킨 너희다.
 내 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빼앗고
 우리를 끌고 가서 몹쓸 짓 시킨 너희가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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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다시는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온 세상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그게 내가 오늘까지 살아남은 까닭이에요.


이 책은 김순덕 할머니와 배봉기 할머니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김순덕 할머니는 '나눔의 집'에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증언 활동을 했습니다. 저는 1997년 일본에서 김순덕 할머니와 함꼐 '할머니 그림전' 전국 순회 전시회를 비롯해 여러 증언 활동을 다녔습니다. 배봉기 할머니는 전쟁이 끝났을 때 오키나와에 남았는데, 1970년대 가장 먼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분입니다. 1972년 오키나와가 미군정에서 일본으로 반환되던 해, 불법체류자였기에 강제 출국을 당하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일본군 '위안부'임을 밝혀야 했던 할머니를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소외된 땅인 오키나와를 여러 번 오가며 배봉기 할머니의 삶을 뒤따라가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 할머니들 이야기를 꼭 들여주어야 한다고 다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김순덕 할머니와 배봉기 할머니, 그리고 모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2010년 경술국치 100년, 8월 15일을 맞이하며
강제숙


보리

보리 2010-08-06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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