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출판사에서 펴내는
부모와 어른을 위한 책 <개똥이네 집> 200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핀란드는 OECD 국가들 가운데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핀란드 학생들ㅇ느 학교가 끝난 뒤에 학과 공부가 아닌,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핀란드라는 나라는 어떻게 해서 정규 수업과 가벼운 숙제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를 자랑하는 학생들을 기를 수 있었을까?
초등 1~2학년 '방과 후 활동'은 학교 안에서
우리나라가 '방과 후 학교'를 하는 것처럼 핀란드에도 '아침 및 방과 후 활동(Morning and afternoon activity)'이 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정규 교육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시험공부로 내모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만 학교 안에서 방과 후 활동을 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방과 후 활동' 시간에는 정규 교육 과정을 다를 수 없을 뿐 아니라, 정규 교사가 참여할 수도 없다. '방과 후 활동'은 주로 지도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주도하되, 보조교사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학교도 있다. '방과 후 활동'은 부모가 바라는 경우에만 보내는 선택형 프로그램이다.
핀란드의 '방과 후 활동'은 청소년 법이 규정한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공동체 정신과 적극적인 시민의식을 길러 준다는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1~2학년을 위한 '방과 후 활동'의 운영은 국가교육청이 책임지고, 3~9학년까지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클럽'들은 교육부 장관실 직속 부서나 광역 주 당국에서 책임지고 운영한다.
3~9학년 학생들은 원하는 경우에 스포츠 클럽이나 문화 예술, 취미 클럽 들에 참여할 수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학부모회가 학교 밖 동호회 사람들과 발을 맞추어 스포츠 클럽을 열기도 한다. 이러한 '방과 후 호라동'이 이루고자 하는 핵심 목표는 학생들한테 여가 생활이 주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서 그 시간을 뜻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이끄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3~9학년의 '방과 후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주 정부의 스포츠 청소년국에 예싼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까닭은 체육 활동을 권장하거나 청소년들에게 문화 능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솜씨를 길러 주려는 데 있다. 2006년의 경우를 예로 들면 클럽 활동 지원 같은 지방 청소년 서비스에 110만*유로, 스포츠 서비스에 60만 유로가 책정 되었다. 2005년에는 핀란드 구석구석에서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클럽' 1500여 개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다.
3~9학년 학생들을 위해 법으로 정한 클럽 활동 시간은 학교가 끝난 뒤 세 시간이다. 클럽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모임을 가져야 한다.
사례 : 탐페레(Tampere) 시의 '방과 후 클럽 활동'
핀란드 남서쪽에 있는 도시 탐페레 시에서 이루어지는 클럽 활동은 대부분 학교와 시의 청소년 클럽과 관련된 시설에서 조직된다. 클럽은 한 학기를 단위로 등록하게 되어 있으며 클럽 활동 신청서는 4월에 집으로 보낸다. 아침과 방과 후 클럽 활동은 부모들 처지에서 보면 자녀를 돌보는 새로운 대안이다. 탐페레 시의 클럽 활동에는 학기마다 학생 1500여 명이 참가한다. 보육이나 교육국 말고도 교회나 복지사업 운동단체들이 클럽 활동을 운영하기도 한다. 시는 단체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단체들은 훌련을 조직하거나 활동을 감독한다. 여름 클럽 활동은 유월에서 팔월까지 여름에 조직된다.
'방과 후 클럽 활동'은 학교에 가는 날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루어지고 간식은 오후 2시에 먹게 한다. 아침 활동들은 희망하는 사람이 충분히 있고, 또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다. '클럽'에는 보통 학생들이 열 명에서 서른 명까지 참여한다. 집단의 크기는 시설 크기에 따라서 다르다. 클럽에서 받을 수 있는 숫자보다 더 많은 학생이 지원하면 1학년 학생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데, 제비뽑기를 해서 뽑기도 한다.
'클럽 활동'에는 일주일에 하루나, 길게는 다섯 시간씩 사흘간만 참여할 수 있고 하루에 세 시간씩 일주일에 닷새간 참여할 수도 있다. 모든 참가자들은 '클럽 활동'을 하면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 사고 보험 보장을 받는다. 단, '클럽 활동'을 하러 오고 가는 길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는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
아침과 오후 활동은 주로 지도자가 이끄는 바깥 활동, 놀이나 취미 활동, 숙제 하기, 놀이 하기, 간식 먹기 들로 이루어진다. 자유로운 놀이와 어른들이 이끄는 활동이 알맞게 짜진다. 모든 '클럽'들은 날마다, 또한 한 주마다 자체 프로그램을 가지며 여러 클럽들이 연합해서 활동하거나, 잔치도 하고 들놀이를 가기도 한다. '클럽'들은 청소년 활동이나 사회 봉사 전문가, 훈련 전문가들이 운영하며, 학교 보조교사나 고용청이 지원하는 직업훌련생들이 가담해서 함께하기도 한다.
'방과 후 활동'을 지원하는 아동 수당 제도
여섯 살 난 아이들의 취학 전 교육부터 박사 학위까지 모든 교육이 공짜로 이루어지는 핀란드에서도 '방과 후 활동'에 드는 돈에서 일부는 학부모가 내야 한다. 이와 같이 학교 교육 말고 자녀를 제대로 기르는 데에 필요한 돈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가 '아동 수당 제도'다.
아동수당제도
핀란드 부모들은 모두 아동수당을 받는다. 아동수당은 보육시설 탁아비, '클럽활동' 참가비 같은 자녀를 기르는 데 쓴느 여러 비용을 보태 주기 위한 수당이다. 아동수당은 아이가 태어나거나 입양된 달부터 만 16세까지 주어진다. 아동수당 지급액은 자녀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첫째 아이는 한 달에 100유로 (17만 6천원, 2009년 10월 19일 환율), 둘째 아이는 110.5유로, 셋째 아이는 141유로, 넷째 아이는 161.5유로, 다섯째 아이들부터는 182유로를 지원하며, 부모 가운데 한쪽만 있는 집 자녀는 각 아이들마다 46.6유로를 더 지원한다. 아동수당은 달마다 받는 사람이 지정한 사람(대개 부모나 법적 보호자다.)의 통장으로 보낸다. 아이들이 열다섯 살이 되면, 아이들에게 직접 입금될 수도 있다. 아동수당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2004년 가을 학기에 핀란드에 있는 전체 358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아침 및 방과 후' 활동에 1~2학년 학생 가운데 38%가 참여했다.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이 사람답게 자라는 데 방과 후 활동이 소중한 몫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클럽 활동'을 하면서 몸을 튼튼하게 하는 일, '문화 예술 클럽 활동'으로 예술적 감수성을 기르는 일, '클럽' 친구들과 함꼐 어우러져 우정을 나누는 일 들은 학교 안에서 나라가 정해 준 교육 과정을 익히고 교사의 가르침을 받는 것만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고 믿는 것이다. 핀란드의 '방과 후 활동'은,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친 뒤에도 '방과 후 학교'라는 이름으로 정규 교사는 말할 나위 없이 학원 강사들까지 불러들여 입시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우리나라 '방과 후 학교'와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글 | 안승문
1983년부터 교단에 섰다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월간 <우리교육>을 창간했으며 서울시교육위원으로도
일했다. 2007년부터 스웨덴에 머물면서 북유럽 복지사회의 공교육을 공부했다. 지금은 '교육희망네트워크'와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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