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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에서는 살집을 주로 직접 짓는다. 이번처럼 산속에다 집을 짓는 일은 무척 힘들다. 먼저, 우리들이 머물 보금자리부터 마련해야 한다. 십 년도 훨씬 전에 지름박골에서 처음 한 여름계절학교에서 조그마한 비닐하우스 두 동을 지었는데, 제대로 관리를 안 해서 몇 년 전 눈이 많이 왔을 때 폭삭 주저앉아버렸다. 공동체 식구들과 아이들은 무너진 하우스를 뜯어내고 다시 지어 숙소를 마련했다. 물론 필요한 자재는 모두 어깨에 메고 날랐다. 한 동은 텐트 치고 잠자는 숙소로, 한 동은 식당으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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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이 다. 비 안 맞고 밥할 수 있는 주방을 만들고 화장실도 지어야 한다. 뭐로 짓지? 고민하다 피죽(우리가 나무판자를 부르는 말이다)을 써서 뚝딱 짓기로 했다. 그런데 지름박골까지 어떻게 나르지? 걱정할 것 없다. 지게가 있잖은가! 가까운 곳까지 차로 날라줄 수 있지만 일부러 공동체에서부터 져 나른다. 아이들에겐 “지금부터 몸을 만들어놔야 집 지을 때 힘이 덜 든다”고 설명한다. 어쩌겠는가. 아이들은 항의도 못해보고 져 나른다. 난 판자를 길이에 맞춰 잘라주기만 한다. 건성건성 일한다 싶으면 조건을 내단다. 요만큼 날라야 점심 먹는다. 아이들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죽어라고 나르는 수밖에. 하루에 일곱 번도 넘게 판자를 들고 고개를 넘나든다. 사실 이 판자가 은근히 무겁다. 어른들도 두세 장 어깨에 메고 고개를 넘기에는 힘이 벅차다. 그래도 아이들은 오로지 밥 때문에 죽어라고 날랐다. 지게 지고 가다 넘어지는 놈도 있었지만 어쨌든 날랐다. 그다음부 터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피죽이나 나를까라는 말이다. 그 한마디에 아이들은 한꺼번에 비명을 지른다. “아, 안 돼! 피죽이라니, 우리는 죽었다.” “농담이야 자식들아! 대신에 모래 져 나르자!” “안 돼! 모래라니, 더 죽었다.”

모래는 집 짓는 데 굉장히 중요한 재료다. 흙벽돌이나 시멘트처럼 편하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재료가 산속에 있을 리 없다. 밭에 쌓인 흙과 계곡의 돌멩이가 전부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밭흙과 모래, 짚을 썰어서 반죽을 만들고 그 진흙을 손바닥으로 두드려 벽을 쌓는 것이다. 벽두께는 30㎝ 이상 되어야 하고. 문제는 모래다. 모래를 섞지 않으면 벽이 갈라질 수 있고 튼튼함이 떨어진다. 차가 올 수 있는 곳까지 모래를 싣고 와 언덕길은 등짐으로, 평탄한 곳은 수레로, 개울을 건널 때는 다시 등짐으로 집 짓는 곳까지 날랐다. 수십 번 오가야 한다. 여덟 평짜리 집 한 채 짓는 데 모래가 1t 트럭으로 여덟 차 들어갔다. 아이들은 모래를 나르면서 장딴지가 굵어지고 어깨가 떡 하니 벌어졌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라고 그러던가.

공동체 식구들은 나하고 일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왜냐고? 누구 닮아서 워낙 무식하게 일한다. 내 좌우명이 “어차피 죽으면 썩을 몸, 아끼면 뭐하냐? 살아있는 동안 부지런히 써먹자”다. 또 한 가지. 잘 쉬지도 않는다. 웬만하면 계속해서 일한다. 잠도 별로 없어서 새벽부터 설치고 돌아다닌다. 게으름 피우면 큰소리로 화도 잘 낸다. “야, 이 강아지새끼들아! 그렇게 일해서 밥 먹고 살겄냐? 느그들은 인자 임자 만났다. 두 달 동안 죽었다고 생각해라.”

김희정 변산공동체 대표

한겨레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변산공동체 이야기입니다.



보리

보리 2010-07-29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 불개미

    2016-01-11 10:36

    이때 분명 모래만 옮기는것만 몇일 걸렷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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